걸리는 게 사무관이라고 회자되기도 한다. 어찌되었건 직위 하나씩을 꿰찬 고위직과는 달리 하위직들은 그 흔한 직함 하나 없는 설음은 여전하다.

하위직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6급 이하를 가리킨다. 6급은 주사(主事), 8급은 서기(書記)로 불리며, 그 아래직급에는 돕다는 뜻에서 보(補)자가 붙는다. 벼슬 관(官)자가 붙지 아니하여 벼슬아치라고도 볼 수 없는 비애감을 가지고 있다.

공조직은 물론이고 민원인들조차 직위가 있는 공직자들에게는 “김 과장” “김 국장”이라 자연스럽게 부른다. 사기업체의 부장을 “김 부장”이라 호칭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설령 ○○과장 직무대리 라는 직위가 있다 해도 “과장 직무대리”라 낮춰 부르지 않고 그냥 “과장”이라 한다. 민간 기업체에서 ○○상무보를 “김 상무”라고 부르지, “김 상무보”라고 낮춰 부르지 않는 것과 같다.

문제는 아직도 하위직 개념에서만 보 자가 존재하고 있으며 높여 부르려 해도 마땅한 호칭(직함)이 없다는 점에서 이래저래 하위직의 설음을 가져오고 있다. 그나마 높여 부르는 호칭이 “김 주사” “이 주사”다. 그러다보니 6급도 주사, 9급도 주사다. 도대체 민원인 입장에서는 누가 중간 상급자이고 누가 하급자인지 헷갈린다고 하소연하기 일쑤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계속하여온 민간기업체에서는 일찍이 직급제를 폐지하거나 호칭문화를 정착시켜 직원 사기앙양을 제고해 나가는 한편 생산성 향상과 조직융화를 동시에 꾀하여 왔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한 한국존슨앤존스, 전 임직원의 직급을 완전 폐지하는 대신 사장, 본부장, 실장, 팀장 등 4가지 직함만을 사용한 한국오라클, 임원진 전원을 매니저와 피풀 매니저로 통합한 인텔코리아, 직급 대신 이름 뒤에 ꡐ님ꡑ자를 부르게 한 제일제당, 사원-대리-과장보-과장-차장-부장 등 6단계를 애널리스트-스페셜리스트-매니저-시니어매니저 등 4단계로 통칭한 효성그룹과 쌍용정보통신,

정부기관에서도 외교통상부를 좋은 예로 꼽을 수 있다. 서기관-부이사관-이사관-관리관-특2급-특1급 등 7단계를 서기관-참사관-공사-대사 등 4단계로 통합한 사례가 있으며 잘 알다시피 교사공무원들은 직급이 없고 모두 다 선생님으로 호칭되고 있다.

직위가 없는 하위직공직자들의 호칭 또는 대외직함 문제는 조직문화와 연관되어 업무생산성을 좌우한다는 분석에 따라 정부를 비롯하여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공무원임용령과 같은 법제도가 선행하지 아니하여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마다 각각의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더욱 혼란만 가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6급(주사)이면서 서울, 대구는 주임, 인천, 울산, 강원도는 차관, 충남, 전남은 차장, 목포시는 책임관, 광주 광산시는 주무관이라 부르고 있다. 7급(주사보)의 경우 서울, 대구는 주임 혹은 선생, 충남은 주임, 목포시는 실무관이라 부르고 있다. 제주지역만 9급부터 6급까지 통틀어 전근대적인 주사(계장)라는 명칭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과거 주민들은 읍․면․동 일선직원을 “면서기”라 하였다. 이는 경찰공무원을 “김 순경”이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서기, 순경은 그 조직의 계급이지, 직함이 아니다. 따라서 호칭이 될 수 없다. 그나마 서기, 순경이라는 계급도 없으면 “김 양” “~야”로 호칭되던 암울한 시절이었다.

이제 뒤늦게나마 하위직 직함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하루빨리 개선하여 상․하위직간 위화감 조성을 떨쳐냄으로써 역동적인 공직문화의 새 바람을 불어넣어야 할 때라고 본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