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왔는데 벚꽃은 어디에… 먹거리로 위안"
꽃샘추위로 벚꽃 개화시기 예상보다 늦어져
"제주왕벚꽃축제 일정에 맞춰 여행을 계획하고 가족들과 먼 곳까지 왔는데 꽃망울도 채 안 터뜨린 왕벚나무를 보니 당황스럽다. 예상치 못한 비까지 내리니 그냥 먹거리 사먹으면서 위안삼고 있다" (관광객 김모씨·36·서울시)
제24회 제주왕벚꽃축제가 벚꽃이 채 피기도 전에 치러지면서 관광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대학생 이모(20)씨는 “축제를 너무 빨리 시작한 것 같다. 작년에는 친구들과 함께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는데 올해는 전혀 못 찍었다. 별로다. 멀리서 벚꽃 구경 온 사람들은 괜히 헛걸음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달 초 벚꽃 개화 예상시기 전망 자료를 내고 벚꽃 개화시기를 평년과 비슷하거나 하루 빠른 3월 24일로 전망했다. 절정 시기는 개화 후 일주일가량 소요된 31일 이후로 내다봤다.
제주시와 제주시관광축제추진협의회는 평년과 올해 기온을 자체적으로 비교‧분석하고 기상청이 발표한 개화 예상시기, 4‧3추념식 일정 등을 감안해 축제 날짜를 27~29일로 정했다.
그러나 벚꽃은 예상보다 하루 늦은 25일 개화했다. 벚꽃이 활짝 핀 모습은 4월 이후에나 볼 수 있게 되면서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제주종합경기장 일대 왕벚꽃나무 500여그루 중에서는 제대로 핀 꽃이 손에 꼽을 정도다.
제주시 관계자는 “평년보다 3월 기온이 따뜻해 개화가 빠를 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운 꽃샘추위와 큰 일교차로 벚꽃이 늦게 핀 것 같다”며 "매해 축제를 준비하는데 이런 경우가 종종 발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답답한 것은 먹거리 장터에 참여한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분식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지모(66‧여)씨는 “매해 축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는 유난히 꽃이 안 핀 것 같다”며 “날씨나 이런 문제로 행사장을 찾는 사람이 줄면 수익도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한편 27일 시작된 제주왕벚꽃축제는 사물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인기 인디밴드 몽니, 왔썹 인 제주 초청공연, 왕벚꽃 개막 퍼포먼스와 봄을 여는 불꽃놀이가 펼쳐질 예정이다.
28일 도내 청소년 그룹사운드들이 참여하는 젊음의 사운드, 청소년 페스티발에 이어 마지막 날인 29일은 시민 건강걷기대회를 시작으로 전국 노래꾼들이 참여하는 백난아가요제, 천연염색과 갈옷·웨딩 등 봄맞이 의상 퍼포먼스가 준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