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은희 제주특별자치도 보건복지여성국장
제주지역 특성 고려한 아젠다(agenda)를 많이 발굴해야
권한 없는 행정시 역할 소홀해질 수 있어, 개선돼야...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조직 중 국장 자리는 총 11개다. 이 가운데 여성 공직자는 단 한 명뿐이다.

제주도내 여성 공무원 비율은 27.1%로 전국 꼴지 수준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강원도가 26.5%로 꼴지고, 그 다음이 제주도다. 부산광역시가 34.4%로 제일 높다. 이를 보면 제주도나 전국적으로나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구성원으로서 제역할을 하기엔 요원해 보인다. 그런데 도내 4급 이상 간부 공무원 89명 중 여성은 단 6명 뿐(이상 2014년 9월 30일 기준)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국회의원들로부터 지적받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원 지사는 서귀포시장에 현을생 전 道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을 앉히고, 보건복지여성국장을 개방형으로 공모해 이은희(57)씨를 국장에 임명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이은희 국장은 “여성정책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남녀 동반 상생을 위한 것임을 모두가 인지하고, 여성 스스로가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 될 때 (양성평등이)가능하다”는 조언을 던졌다.

이은희 국장은 현재 맡은 보직에 대해 “도민 삶의 질과 직결된 최일선 부서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도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을 때 가슴이 아프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대상자를 확대하는 차원보단 제주 지역의 특성에 맞는 아젠다(agenda, 의제)를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제주>는 제주도청 공무원에서 시작해 중앙정부 부처를 거쳐 다시 제주도로 돌아 온 이은희 국장을 만나 ‘보건복지여성국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 이은희 제주특별자치도 보건복지여성국장. ⓒ뉴스제주

# 여성가족부,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을 거쳐 다시 제주도로 내려왔다. 우선 소감을 전한다면.

중앙부처(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에 들어가기 전에는 지방과 중앙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아 적극적인 인사교류가 없던 때였다. 그래서 국가직 전직시험으로 필기(1,2차)와 면접(3차) 시험을 치르고 국가직(행정 5급)으로 전직했다.

당시 면접 시 채용 심사위원이 했던 말 중에 기억나는 것이, “제주도가 살기도 좋은 지역인데 왜 굳이 중앙으로 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거였다. 그 질문에 “중앙의 큰 숲과 지방의 나무 전부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언젠가 고향인 제주도로 가겠다”는 포부로 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때 막연했던 각오가 지금 실현됐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목표가 이루어져 제주도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 임명되고 나서 이제 2달째다. 가장 먼저 수행한 일은?

중앙부처(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와 여성가족부)에서의 대부분의 기간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많은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여성가족 정책에 대한 업무를 추진해 왔다. 가장 취약한 대상층이라 할 수 있는 여성장애인 보호시설과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여성폭력피해 상담소에 가서 종사자 등을 만나면서 의견수렴 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 이제 해야 할 들이 정말 많다. 보건복지여성국에서 하고 있은 일, 올해 해야 할 일들을 알려달라.

다른 실국의 사업은 주로 기능 중심인 하드웨어인데 비해 보건복지여성국은 소프트웨어의 결정체를 만들어내는 부서인만큼 궁극적으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능을 가진 핵심부서라고 생각한다.

보건복지여성국이 하는 일의 대부분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지원하는 일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 사업들은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금액이 너무 낮아서 가슴이 많이 아프기도 하다. 그렇지만 경제적 지원이 꼭 필요한 분들에 대해선 지원을 하되, 급여성 지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립과 자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복지의 목표라고 여겨진다.

# 많은 복지 분야 정책들 가운데 새로이 추진코자 하는 계획들이 있나

2015년도 업무계획에 의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지만 큰 차원의 업무 방향은 복지급여성 지원 업무 위주를 넘어서야 한다. 복지부의 급여성 지원정책은 당연히 따라가는 것이지만, 현장에서 그러한 것이 잘 작동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되 그것이 복지 분야의 주 업무가 돼서는 안 된다. 특히 도 자체사업이라고 하면 복지 대상자 숫자를 확대하는 차원이 아니라 제주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 아젠다를 많이 개발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여성정책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양성평등을 위한 남녀 동반상생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서 인식을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며, 도청 내 이러한 기능을 강화해 업무를 강화하고 시너지를 높여나가는데 노력을 많이 할 계획이다.

#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와 관련한 해결책으로 CCTV 확대가 근본 해결이 되진 못할 것이다. 제주도가 선제적으로 취해야 할 일들이 있다면?

아동학대는 보육교사의 개인적 자질 문제, 부실한 자격관리에 따른 역량부족, 시설장의 관리 미숙 등의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결합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부의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보면 ▲처벌강화 ▲CCTV 설치 의무화 ▲보육교사 자격요건 강화 ▲보육교사 부담경감 등이다. 이에 따라 지방차원에서는 이러한 대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관건이다.

CCTV설치, 보육교사 처우개선 같은 법·제도적인 면에 대해선 현재도 실효성, 비용부담, 인권침해 시비의 문제 등 중앙차원에서 논의되고 결정되고 있다.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하며, 제주에서 우선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것은 보육 현장의 자정노력이 우선돼야 하고 아동학대의 책임을 보육 현장으로만 몰리지 않도록 부모참여의 확대와 노인인력을 활용한 세대간 보살핌 방안 등이다. 이를 적극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다.

# 노인이나 장애인 학대에 대한 접근법 역시 다각도로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갖가지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제일 큰 난관은?

기본적으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약자 계층에선 더 그러하다. 더불어 지역사회 내 돌봄 공동체 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 인권감수성에 대한 교육 및 인식개선 노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부분은 예산 미비 등 사업의 우선순위에 있어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 보건복지 분야엔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되는 프로젝트 보다는 세부 실행과제들이 매우 많다. 행정시나 읍면동에 권한을 넘겨 산적해 있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나.

다른 실국들이 주로 대형 프로젝트 위주의 큰 방향성을 띤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 비해 이곳의 업무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부임 이후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에 직원들의 역할을 보면서 의아스러운 점이 많았다.

이유는 도와 행정시의 역할이 애매하게 돼 있어서다. 특별법 제정으로 행정체제가 개편되면서 많은 업무가 도로 이관되어 있기 때문에 도청에서 정책 기획을 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일선에서 하는 집행 업무에 매몰되어 있는 현실이다.

모든 권한과 책임이 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도는 도대로 과부하가 걸려 있고, 행정시 역시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일부 공무원들의 책임 없는 자세가 지적되고 있다. 분명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 원희룡 도정의 첫 여성국장으로 임명됐다. 지난 국정감사 때 여성 고위공직자들이 부족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도내 유일한 여성 국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직부분에 많은 여성들이 진출해 있으나, 고위직 진출은 제주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낮은 실정이다. 개인적으로 solo player가 되는 것을 싫어하지만, 고사성어의 ‘줄탁동시(啐啄同時, 안과 밖에서 함께 해야 일이 이뤄진다는 뜻)’처럼 스스로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원희룡 도지사가 여성 리더십 양성에 대해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추진되는 사업들이 있나?

제주지역의 경우 지역적으로 여성리더십 향상 등 역량강화를 위한 훈련을 받을 기회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여성인재양성 등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데 그만큼 여성인력의 활용의 중요하다. 제주지역에는 이러한 인재를 양성할 전문강사 인력 풀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도외 전문가를 연계해 여성들이 경쟁력을 갖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성공직자와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리더십을 포함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 재임 기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

중앙부처에서 오랫동안 여성정책을 다루었기 때문에 우선은 중앙의 경험과 지역을 접목시켜 생활체감형 여성정책을 추진하고 싶다. 여성정책 추진기반을 구축해 중앙에서 내려오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제주만의 생활체감형 여성정책을 개발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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