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연구소, 문예회관서 4.3증언본풀이 마당 개최

▲ 제주4.3 생존자 김순혜씨 ⓒ뉴스제주

무려 48년 동안 몸 속에 포탄 파편을 안고 살아온 제주4.3 생존자가 당시 끔찍했던 아픈 기억을 꺼내 들었다. 

올해로 제67주년을 맞는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을 3일 앞두고 제주4.3연구소는 31일 오후 3시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4.3 유가족 및 생존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4.3 증언본풀이 마당'을 개최했다. 

이날 증언자로 나선 김순혜(78), 양치부(76) 부부는 제주4.3의 뼈아픈 기억을 생생히 증언했다. 4.3 당시 12세 소녀였던 김씨는 제주시 오라2동 '섯구린질'에서 군인들이 발사한 포탄 파편이 등과 오른쪽 허벅지에 박히는 상해를 입었다.

김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파편 제거수술을 받고 완치됐다고 믿었다. 김씨가 23살이 되던 해 남편인 양씨를 만나 결혼을 하고 이후 아이 여섯을 낳았다.

이때부터 김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슴 통증에 시달렸다. 김씨에 따르면 가슴이 불안하고 마치 숨이 넘어갈 것처럼 '탕탕' 거렸다.

날이 흐리다 싶으면 몸이 아프고 통증으로 인해 잠을 이룰 수 없는 날이 많아졌다. 김씨는 "병원을 돌아다녀봐도 감기증상이라고만 하고, 몸은 아픈데 병명을 모르니 귀신이 붙었다고해 '치병굿'도 여러번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중 1994년 병원에서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 속에서 폐에 박힌 파편조각을 발견했다. 48년 동안 몸 속에 봉인됐던 4.3의 상처가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씨는 "처음 제주도 병원에서는 파편 조각인 줄 모르고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서울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하는데 의사가 제 등에 새겨진 흉터를 보더니 무슨 흉터냐고 물었고, 저는4.3사건 당시 포탄 파편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는 단번에 파편 조각이라고 진단을 내리고는 곧바로 제거 수술에 들어갔다. 1948년에 파편을 맞고 1995년 10월에 수술을 했으니까, 딱 48년만에 꺼낸거다. 수술을 끝내고 의사가 파편 조각을 보여주는데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의 쇠조각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그걸 보는 순간 이게 어떻게 폐 속으로 들어갔을까 놀랍기도 하고 이 쇳덩어리를 가슴에 안고 평생을 살아오느라 그렇게 무서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12살 이후부터 조그만 인기척에도 깜짝 깜짝 놀라는 무서움증을 갖고 평생을 살아오고 있다"고 증언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