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성택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장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Thales)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주장했다. 물 없이는 콩 한쪽 자라나지 않고, 인류 또한 살아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가뭄과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물 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수자원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제주도는 기상관측을 시작한 1923년 이래 가장 긴 59일간의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뉴스제주>는 홍성택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장을 만나 수자원 관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 홍성택 제주도 수자원본부장 ⓒ뉴스제주


수자원본부장으로 발령된 지 2개월 지났다. 그동안 어떤 업무를 수행했나?

올해 1월 15일자로 발령받았다. 2006년도 7월부터 상수도부장 및 하수도부장으로 수자원본부에 근무를 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막상 수자원본부장으로 발령을 받고 와 보니 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예를 들면 인구 및 대규모 개발사업 증가, 축산폐수처리 시설 등 오염원의 증가 등이다. 이러한 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상수도 공급 및 하수도 처리 문제, 지하수 보존 문제 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과 방안 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수자원본부가 최우선 가치를 두고 추진하는 일은 무엇인가?

수자원본부의 주된 업무는 깨끗한 지하수 보존과 맑은 수돗물의 안정적 공급, 청정제주 실현을 위한 하수처리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인구 증가 및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물 사용량 증가, 폐수처리시설로 인한 오염원 증가다. 이러한 상황들을 놓고 볼 때 미래 후손들을 위한 지하수 보존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지하수 과다 개발 지역인 노형~신촌 등 4개 지역 160㎢가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먼저 중산간 이상 고지대지역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제한하고 오염을 선제적으로 방지해 나가기 위해 추가로 특별관리구역을 대폭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중산간에 있는 개인오수처리 시설에 대한 지도점검도 강화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상수도 생산량과 생산비용 절감을 통한 건전재정 유지와 고품질 물 관리를 위해 유수율 향상이 시급하다. 올해는 적정 수압관리, 정확한 생산량 계측, 효율적인 상수도 시설관리 등 사업별 선택과 집중 투자로 유수율 제고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수도공급체계 개선 및 식수원 시설 확충을 통해 물 부족으로 인한 주민불편을 해소할 방침이다.

셋째는 인구증가 및 대규모 개발에 따른 안정적 하수처리를 위해 8개 하수처리장 처리 용량을 하루 22만톤에서 2020년 하루 26만1000톤으로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

상수도와 하수도는 뭐가 다른가?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용어 중 자주 듣는 말이 ‘상수도’와 ‘하수도’가 있는데, 상수도란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을 의미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물이나 지하수 등을 안전하게 마실 수 있도록 정수 처리해 각 가정이나 사업장 등 필요한 곳에 식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하수도는 일상생활이나 사업장 등에서 사용하고 버려지는 물을 모아 하수처리장 등으로 운반하고 정화해 방류하는 것을 뜻한다.

전국 시·도 중 수돗물을 음용할 수 있는 지역은?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정한 먹는 물 수질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먹는 물 수질기준에 적합하면 안심하고 음용해도 된다. 상수도사업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항목, 주기 등에 따라 수질검사를 실시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공급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

제주도 상수도 수질은 전국 몇 위?

수돗물의 수질을 정량적인 지표인 순위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객관적 판단기준 또한 현재는 없다. 다만 댐, 하천수 등을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정수장은 원수수질 악화로 현재 고도정수처리를 도입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제주의 수돗물은 지하수를 소독만 하고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상수원수가 깨끗한 편이다. 환경부의 2011년 수돗물 만족도 조사에서 16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수돗물 음용률을 조사한 결과 제주가 69.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국평균은 54.8%로 조사됐다. 제주의 수돗물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음용비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수돗물을 바로 마셔도 되지만 대다수의 도민들은 삼다수를 식수로 이용한다. 왜 그런가?

1990년대 후반부터 정수기가 사용되고 먹는 샘물이 보급됐다. 2000년대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맛있고 건강한 물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이와 비례해 수돗물을 마시는 비율은 점차 감소했다. 지금까지 정부, 지자체, 시민사회 등 거의 모든 조사결과에서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신, 냄새 또는 맛, 수도관 노후 우려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돗물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수돗물 마시기 실천 결의대회’를 2015년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 맞춰 실시한다. 우리 직원들부터 수돗물 마시기를 실천하고 향후 공공기관, 도민사회로 수돗물 마시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또 수돗물을 믿고 마실 수 있도록 무료로 수질검사를 해주고 결과를 안내해 주는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를 시행하고 있으니 도민 여러분들이 많이 이용해 혜택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수돗물은 소독제로 염소를 사용한다. 전 세계 대부분 수도시설에서 100년 넘게 사용되어지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정수공정이다. 제주의 수돗물은 원수의 오염보다는 공급과정에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오히려 수돗물의 미생물학적인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이며 염소 소독제는 휘발돼 없어지므로 수돗물을 용기에 받아 두었다가 마시면 괜찮다.

관로의 관리 또한 기존의 노후관 교체사업 위주에서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을 도입해 블록화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수압, 수량, 수질 등의 문제에 대한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관망관리를 해나갈 계획이다.

밭일을 하는 경우 농업용수를 가끔 마시기도 한다. 식수로 문제는 없나?

제주도는 타 지역처럼 연중 흐르는 강이나 호수 등이 없어 생활용수 등 필요 용수의 96% 이상을 지하수로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식수로 사용하는 상수도든 농업용수든 전부 같은 지하수로 보면 된다. 다만 상수도인 경우에는 지하수를 취수한 후 혹시 모를 오염에 대비해 소독처리를 거치기 때문에 안전하지만 농업용인 경우에는 소독처리를 하지 않는다. 또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필요한 시기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물이 저수조에서 장기간 정체돼 있는 경우가 많아 직접 마시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법적으로도 농업용 지하수는 음용수로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밭일을 하는 경우에도 마시는 물은 집에서 수돗물을 가지고 가서 마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하수가 무한정 자원은 아니지 않나. 현재 지하수 가능 사용량은?

제주도에서 비가 내려 빗물이 지하수로 함양되는 양은 연간 16억7600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지하수량은 함양량의 38.5%인 연간 6억4500만㎥ 정도다. 2014년말 기준 지하수 허가량은 1일 148만㎥으로 지하수 가능 사용량의 83.7%에 해당하는 양이다. 실제로 허가가 가능한 양은 28만8000톤 정도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용수 공급체계를 공공급수체계로 전환해 모든 용수공급은 상수도 공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설 지하수 허가는 공익적 목적 등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가될 것이다.

날이 갈수록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른 대책은?

지난 2013년 제주도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23년 이래 가장 긴 59일 동안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기후변화는 제주도 예외가 아니다. 우선 가뭄이 오더라도 제한급수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29곳의 추가 수원을 개발해 2만6000톤의 상수도를 확보할 계획이다. 지하수 분야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하수 영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지하수 수량 조정 등 사전 조치를 위한 지하수 관측망 137곳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도민에게 전하는 말.

물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도민 모두가 알고 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4면의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지하수를 오염되지 않게 보호하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행정기관만의 노력으로는 성과를 이룰 수 없다. 도민 모두가 깨끗한 지하수를 보존하고 물 절약 등 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주시면 좋겠다. 또 올 해 5월 납기분부터는 상하수도 요금이 각각 9.5%, 27% 인상된다. 현재 상하수도 공기업의 지속적인 적자를 해소하고 보다 맑고 깨끗한 물 공급과 하수처리시설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임을 이해하여 주시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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