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난개발' 막는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 발표
'풀린 나사 조이기'에 일선 현장 '혼란'...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8년간 아무런 문제없이 농사를 지은 땅에서 이제 더 이상 '내 농사'를 짓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K(61)씨는 현재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 약 850평대 농지를 임대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8년간 아무런 문제없이 농사를 지어왔는데 "이것이 '불법'이었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농사만 지었는데…모르는 게 죄는 아니잖소"

▲현재 K(61)씨가 농사를 짓고 있는 농지 전경. ⓒ뉴스제주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6일 '제주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이 방침은 개발용지가 아닌 농지를 취득해 편법으로 개발하거나 개발을 도모하는 사례로 인해 농지가 난개발에 잠식되고, 농지수요공급과 가격이 왜곡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기존에 있었던 법을 확실히 하겠다는 일종의 '풀린 나사 조이기'다.

도는 이에 따른 세부방침으로 ▲제주 농지 이용실태 전수조사 및 지속적 관리 ▲비자경 농지에 대해 농지법 규정과 절차에 따른 조치 ▲농지의 정당한 이용과 공급 활성화 등을 예고했다.

전수조사의 경우 올해 말까지 최근 3년 이내 취득한 토지에 대해 우선 실시하고, 이때 농지취득 자격증명, 농지원부 등을 데이터화 해 조사시점에서 자경 유무를 우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지기능강화 관리 방침 발표 이후 부동산업계 및 농지소유주 등 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빚어졌다. 바로 K씨와 같은 경우 때문이다.

최근 제주에는 땅 한 켠 마련해 전원주택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노후를 보내길 소망하는 '예비 제주 이주민'들이 늘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계획을 위해 제주에 농지를 구입하고, '빈 땅'으로 둘 수 없으니 농사를 짓겠다는 도민이 있으면 임대를 해줬다.

사실상 이 경우 한국농어촌공사에 농지 위탁을 신청하면 합법적으로 농지 임대를 할 수 있지만 옛날부터 관행처럼 이뤄져왔던터라 '불법'임을 자각하지 못했다. 또한 당시 행정에서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으니 불법인지 알리도 만무했다.

"이제부터 불법을 바로 잡겠다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도가 이와 같은 방침을 시행하며 '유예기간'을 두지 않았다는데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 A씨는 "예전엔 임대가 됐는데 이제는 안 된다고 하니 현장에서는 너무 갑작스러워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농지를 취득해 편법으로 개발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시행한 너무나도 '당연한' 방침이지만 임대로 농사를 짓고 있던 도내 농민들 또한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것 또한 문제다.

A씨는 "홍보를 하고 나서 시행했으면 좋았을 텐데 발표하자마자 바로 시행한다니 얼마나 혼란스럽겠느냐"며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 시행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찬성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계도활동을 먼저 펼쳤으면 좋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투자 감소에 대한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A씨는 "이전에는 법무사, 공인중개사들이 대리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농지취득자격증명이 강화돼 본인이 직접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만 가능해졌다"며 "농지 구매 후 반드시 바로 농사를 지어야한다는 압박과 농어촌공사에 임대 신청을 따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 그들에게는 위험부담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지인들이 함부로 농지를 불법전용 할 일이 없는데 농지를 농지로 이용하지 않으면 전부 불법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제주 이주를 꿈꾸며 농지를 구매하려는 것인데 심리적 위축감이 얼마나 크겠느냐. 이러한 상황이라면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편, 원희룡 지사는 "어떤 일이 있어도 농지관리 강화방침은 철저히 관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원희룡 지사

원 지사는 20일 오전 주간정책회의를 통해 "농지관리 강화방침은 농지 소유주, 부동산 중개업무, 행정에 대한 소속 서비스 업무를 진행하는 분들의 애로와 민원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검토하고 선언한 것"이라며 "이 방침은 어떤 일이 있어도 철저히 관철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농지전용은 농지전용에 요건과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그 자체에 따라서 판단하는 전혀 별도의 과정"이라며 "비자경 농지가 현재 관리강화 조치에 의해 처해 있는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농지전용으로 가는 것에 대해 탈법을 용인할 순 없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농지전용과 회피목적의 탈법적 농지전용을 어떻게 구분해 합당한 일선에서 처리를 해나갈 것인가와 이 구분이 지연되거나 구체적인 지침이 애매해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피해를 행정에서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농지관리 강화방침의 후속조치로 현재 진행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있다"며 "정확한 원칙의 관철과 불필요한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분발해 대책을 수립하고, 교육, 안내 등 행정적인 어떤 체계의 정비, 구체적인 지원에 박차를 가해 빠른 속도로 안착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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