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사 공사소음 심각, 펜션 영업피해 '하소연'
팔짱 낀 행정 '권한 밖 문제' 되풀이
“예전에는 조용하고 창문을 열면 멀리 바다도 보이는 곳이었다. 이제는 멋진 전망은커녕 돛대기 시장도 아니고, 이른 아침부터 덜커덩 덜커덩. 너무 짜증나서 주인에게 환불해달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 시끄러운 곳에서 돈을 받고 영업하는 사장이 부도덕한지, 서귀포시가 무관심한지… (중략) 펜션 영업정지를 내려서라도 손님에게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지 않나요?” 서귀포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발췌.
강정마을 정태석(55·숙박업) 사장의 한숨은 짙다.
그가 8년간 알뜰살뜰 가꿔온 펜션에 불행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해군은 펜션과 불과 20m 떨어진 부지에 4층짜리 해군 아파트 5동을 짓는다고 했다. 공사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잠을 자던 손님들은 아침부터 들끓었다.
손님들은 돈을 뱉어내라고 했다. 정 사장은 선불로 받은 숙박비를 내주며 머리를 조아렸다. 지난 4월 아침부터 울러 퍼지는 공사소음에 짜증이 폭발한 303호 투숙객은 공사장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정 사장은 "손님들이 실망하고 돌아가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참다못한 그는 서귀포시청에 달려갔다. 한 번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측정해보니 규제기준을 넘는 67.7dB(데시벨)이 나왔다. 시는 시공업체에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공사 시간은 그대로였다. 시청 측은 아침 공사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매일 아침 7시. 정 사장은 군 관사 입구를 찾았다. 그는 현장 관계자를 붙잡고 “손님들이 아침잠을 깨지 않도록 10시 이후에 공사를 시작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무용지물이었다. 해군 소속 A대위, B중위에게도 전화했지만 대화는 쳇바퀴를 돌았다.
답답한 것은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주부 이모(32)씨는 “공사소음에 깜짝깜짝 놀라는 아이(18개월)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 받는다”며 “한 번은 베란다에 빨래를 널어놨더니 공사장 먼지가 쌓여 까맣게 변한 적이 있어 가급적 창문을 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시공사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 관계자는 “아침공사를 안하면 공사기간과 인부 임금 등 현실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타격이 크다”며 “피해 업주와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축허가를 내준 서귀포시와 발주처인 해군은 모두 권한 밖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귀포시 녹색환경과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시공사가 불법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아침 공사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사업단 관계자도 “해군은 시공사에 공사를 맡긴 발주처기 때문에 공사 진행 방법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안타깝지만 해당 문제는 시공사와 업주가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입장을 표했다.
한편 제주도에 따르면 각종 소음으로 발생한 민원 건수는 2012년 1068건, 2013년 860건, 2014년 1275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공사장 소음으로 발생한 민원 건수는 2012년 865건, 2013년 638건, 2014년 1074건을 차지했다.
제주해군기지 군 관사는 내년 초 완공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