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등동 가스저장시설 계획 논란,
제주시청 관계부서 A과장 "내게 오면 바로 허가 해주겠다" 충격 발언

대한민국이 민주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1980년대나 90년대엔 이른바 '주먹구구식' 행정이 보편화 돼 있었다.

시설 개발허가에 대한 많은 권한을 갖고 있던 공직자들에게 각종 로비는 물론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주는 행정행위가 많이도 이뤄졌었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눈꼬리를 치켜 뜬 주민들의 감시로 인해 이러한 경향은 많이 줄어들었다. 허나 일부 공직사회에선 여전히 예전 그러한 '관행'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부서들이 있어 제주사회의 미래상이 밝지만은 않다. 지금 제주시청 C부서가 딱 그러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제주시 오등동 마을은 최근 이곳 405번지 일대에 들어설 가스저장시설로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아름다운 마을 한복판에 위험시설을 왜 허가해주려는 것이냐고 항변하면서 김병립 제주시장에게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 제주시 오등동 가스저장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계획 중인 부지 앞에 오등동 마을주민들이 설치 반대 현수막을 걸어놨다. ⓒ뉴스제주

지난 18일, 모 방송국 관계자 S씨가 사업 예정부지 인근 토지주 관계자 P씨를 대동하고 현장을 찾았다. 사업 인허가와 관련된 제주시청 C부서 A과장도 자리했다.

현장에서 P씨는 A과장으로부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충격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P씨의 말에 따르면, A과장은 S씨가 사업부지를 가리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하자 "아직 사업신청이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내게 사업신청이 들어오면 허가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답에 S씨가 "사람 사는 동네 인근에 위험시설을 내주게 되면 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A과장은 "4개 업체가 합쳐 조그마한 사무실을 쓸 거고, 나머지 부지에 공장을 짓게 될 것"이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를 취했다.

이어 A과장은 "박근혜 대통령도 지역경제를 위해서 손톱 밑 가시를 뽑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민간사업에겐 최대한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 C부서에선 사람들이 장사를 하겠다고 하면 허가를 해주는 곳"이라며 대놓고 사업자의 편의를 들어줬다.

P씨가 "그래도 위험시설인데 주민들에게 공지하고 공청회를 열거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고, A과장은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없다. 주민동의 없어도 기업 편의시설은 지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S씨가 "관련 근거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고, A과장은 이를 무시했다.

▲ LPG와 LNG 4개의 가스저장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계획 중인 제주시 오등동 405번지 일대. ⓒ뉴스제주

황당해진 S씨가 명함을 내밀자 돌연 A과장은 말을 바꾸려 했다. S씨는 방송국 작가였다.

A과장은 "제주시 건축과에 사업신청이 들어오고 K과를 통해 C부서로 넘어오면 우리로선 (도장을)찍어 줄 수밖에 없다"며 한 발 물러난 입장을 취했다.

19일 현장 취재에 나섰던 기자에게 마을주민 L씨는 "심지어 C부서 B계장은 주민들의 반대에 사업추진을 위한 '브로커' 역할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L씨의 말에 따르면 B계장이 "가스저장 탱크 4대가 안 된다면 사장님쪽 부지엔 들여놓지 않고 하나만 설치해도 되겠느냐"고 회유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 공무원들의 태도에 화가 난 마을주민들은 해당 부지 앞에 "살기좋은 죽성마을! 위험시설 웬말이냐?"는 현수막을 걸어놨다.

주민들은 "변두리에 설치해도 될 가스저장시설을 왜 굳이 마을터에 지으려는지 모르겠다"며 "처음엔 창고와 사무실이 들어설 것이라고 들었는데 알고보니 가스저장시설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얼마전 예비군 훈련장에서 일어난 사고처럼, 행여나 사업부지 인근 병원에 있는 우울증 환자가 잘못된 마음을 먹고 고의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다. 행정은 사업자 편의를 봐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했다.

한편, 사업주들은 마을 주민 몇명에게만 가스저장시설을 짓겠다고 통보했을 뿐 따로 설명회를 하거나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려고 하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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