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시인은 길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 길은 돌과 돌을 이으며 이뤄진 돌담을 끼고, 또 아침과 저녁, 저녁과 아침으로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그런데도 시인은 그 길을 찾기 위해 산다고 항변하고 있다.
시인은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이 암울했던 시대를 살다간 저항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1917년 이국땅 북간도에서 태어났다. 그의 시에 이국의 소녀이름이 자주 등장함도 이 때문이다. 1945년 조국광복을 불과 수개월 앞둔 28살의 젊은 나이에 일제 감옥에서 숨을 거둔다.
예나 지금이나 암울하긴 매 한가지다. 암울한 사연이야 제각각이지만 달라지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불덩이 같은 욕심만으로 온 육신을 꽉 채운 인간 군상들로 이뤄지는 사회인지라 그럴 수밖에…. 뭔가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 풍부한 사회, 그런 곳은 없을까.
세밑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때이다. 하다못해 주변 어려운 이웃들에게 인정 넘치는 인사말이라도 하면서 살아보자. 간단하고 쉽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들, 그런 것들을 옮겨보자.
기왕 다같이 살아가는 세상인데, 보람 있는 것들을 하자. 정 힘들면 시인에게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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