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지난 19일 밴드 '참깨와 솜사탕'(박현수·유지수·최기덕)이 발표한 1집 정규앨범 '까만 방'은 데뷔 2년 만에 첫 앨범을 내는 이들의 욕심을 그대로 담았다. 앨범에 담긴 11곡에 힙합, 어쿠스틱, 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를 녹여냈다.

"스스로 저희의 역량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앨범이에요. 우리가 다양한 분위기의 곡도 할 수 있다는 걸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만큼 저희의 방향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유지수·작사·곡/보컬)

"전체 트랙리스트에서 겹치는 장르가 없어요. 이게 단점일수도, 장점일수도 있지만 저희에게는 다양한 분야에서 좀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의미가 커요."(최기덕·어쿠스틱기타/작사·곡/보컬)

그러나 참깨와 솜사탕이 '까만 방'에 부린 욕심은 단순한 시행착오로 끝나지 않았다. 세 멤버의 협업으로 탄생한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부드러운 곡의 진행방식, 수준 높은 연주력과 공감대를 건드리는 가사는 이들의 욕심이 만용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보컬 유지수의 발랄하면서도 슬픈 목소리가 더해져 전혀 다른 장르의 조합임에도 '참깨와 솜사탕 스타일'의 곡을 완성한다.

타이틀곡 '방 안의 코끼리'는 '엘리펀트 인 더 룸'(elephant in the room)이라는 영국의 표현을 보고 "진짜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던 최기덕의 상상에서 시작됐다. 커다란 코끼리가 방 안에 있다면 어딜 봐도 보이고, 밖으로 내보낼 수 도 없는 것처럼 그만한 존재감을 가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발랄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노래한 곡이다.

"실제로 코끼리를 좋아 한다"는 최기덕의 취향이 반영돼 수록곡 '두리두리'에도 코끼리가 등장한다. 본인의 실제 연애담을 가사로 쓴 탓이다. "이전까지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상상한 점을 가사로 풀었는데 이번에는 제 느낌과 경험을 글에 많이 녹이려고 노력했어요."(최기덕)

'백수건달'은 멤버 박현수(편곡·퍼커션)를 모델로 만들었다. "앨범 발매가 얼마 안 남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발랄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 박현수의 모습을 '어쩜 넌 그리 걱정 하나 없이 오늘을 살고 있는지 가끔은 아무 걱정하지 않는 네 모습 부러워지는 걸'이라는 가사에 그대로 담았다.


"정규앨범은 처음이라 부담도 크고 막히는 순간이 많았는데 이상하게 '백수건달'을 쓰고 나서는 곡 작업이 술술 풀렸어요. 현수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걸 관찰하고 배우려다 보니 부담을 버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최기덕)

이 외에도 앨범에는 묵직한 첼로 선율이 돋보이는 발라드 '서로의 새벽', 강렬한 일렉트로닉 기타 사운드 기반의 '까만 밤'과 래퍼 캐스퍼와 협업한 '못된 놈', 연인이 남이 돼 가는 과정을 담은 '남화' 등이 실렸다.

"들으실 때 지루한 느낌 없이 다채롭게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기승전결이 확실하게 트랙리스트를 구성했으니 순서대로 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유지수)

'까만 방'에서 이들은 어떤 장르에서도 고유의 색을 낼 수 있는 참깨와 솜사탕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여기서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이들의 몫이다. 기본적으로 다른 팀도 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라 참깨와 솜사탕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세련되고 듣기 편한 음악 안에 정제되지 않은 인디의 감성을 담는 법을 더 연구해야 할 것 같아요."(유지수) "유행만 고집하고 따라가기보다 저희 느낌을 더 녹여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박현수)

지난 23일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에서 했던 공연에 많은 관객들이 자리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는 이들은 7월 단독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정말 많이 와주셔서 되게 긴장했거든요. 좀 더 제대로 준비해서 단독공연 때 다시 한 번 인사드리고 싶어요."(최기덕)

◇'참깨와 솜사탕'이 추천하는 '까만 방'

-유지수 "'서로의 새벽'을 제일 좋아해요. 잔잔한 음악이 저한테는 오래 남더라고요. 첼로소리나 서글픈 감성이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진짜 새벽에 불 다 꺼놓고 혼자 침대에 누워서 하는 생각처럼요. 제 동생도 이 노래 듣고 갑자기 '누나 목소리 나올 때부터 펑펑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최기덕 "저는 '못된 놈'이요. 가리지 않고 노래를 많이 듣는데 최근에는 랩이나 힙합에 빠졌어요. 그런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꿈을 조금이나마 이룬 곡입니다. 사실 작업할 때 질리도록 들으니까 제 노래를 잘 안 듣게 되거든요. 그런데 '못된 놈'은 요즘도 계속 듣고 있어요. 그루브한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들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박현수 "'까만 밤'이요. 사실 저는 가사를 잘 안 들어요. 곡의 분위기나 곡이 주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뭔가 좀 특이하고 멋있는 음악을 좋아해요. '까만 밤'이 신나는 곡이기도 하고 일렉 솔로도 멋있게 잘 들어갔고요. 후렴구에 확 터지는 분위기가 잘 살아서 '까만 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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