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예로부터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로 잡귀와 액운을 쫓아 집안의 행복을 지켜주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옛날 통일신라시대에는 이러한 ‘벽사(僻邪)의 개’에 대한 설화 하나가 있어 소개한다.

옛날 전라남도 화순의 연양리라는 작은 마을에 박팔만이란 큰 부자가 살고 있었다. 이 집에는 커다란 검정색 암캐를 키우고 있었는데 매우 영리해 집안사람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에게 까지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 특히 박씨의 딸은 그 개를 매우 아껴 시집갈 때 그 개의 새끼를 가져갔을 정도였다.

그런데 박씨의 딸이 시집 간 얼마 후부터 검정개는 저녁밥을 먹고 나면 후원 쪽을 바라보면서 밤새도록 짖어대기 시작했다. 박씨와 집안사람들은 이상히 여겨 더욱 신경을 써 주었지만 좀처럼 개의 이상한 행동은 변할 줄 모르고 오히려 날이 갈수록 짖어대는 소리가 더욱 심해지기만 했다. 평소에 이 개를 아끼던 마을 사람들도 어찌나 짖는 소리가 크고 시끄러운지 원성이 대단할 정도였다. 그런 날이 계

그런데 그런 일이 있고 얼마 후 박씨는 딸에게서 이상한 편지를 받게 되었다. 시집을 가면서 그 개의 새끼 한 마리를 가져갔던 딸이 밤마다 이상한 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용인 즉, 시집올 때 데리고 갔던 새끼 강아지의 어미가 매일 꿈에 나타나 주인집에서 자기를 죽이려 한다며 내가 죽으면 주인집은 구렁이 때문에 필히 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꿈이 생생해 편지를 보냈다는 딸은 그러면서 시집오기 전 자기를 너무 따르고 좋아했던 개의 안부를 물었다. 박씨는 미안해하면서 딸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는 장문의 답장을 다시 보내 주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박씨의 딸은 매일 밤 꾸는 꿈이 너무나도 생생해 불안한 나머지 종종 걸음으로 친정으로 달려 왔고, 딸의 말을 이상히 여긴 박씨가 후원으로 가 살펴보니 고목 밑의 굴속에는 정말 커다란 구렁이가 꽈리를 틀고 있었다. 너무 놀란 박씨는 구렁이를 죽이려고 펄펄 끓는 물을 굴속에 부어 넣었다. 그런데 구렁이는 죽기는커녕 큰 울음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오자 집안 곳곳에 숨어있던 다른수백 마리의 구렁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집안사람들을 헤치기 시작했다. 결국 박씨도 구렁이에게 물려 목숨을 잃게 되었고 큰 부자였던 박씨의 집은 흉가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와중에도 뱀들이 박씨의 딸을 그냥 지나쳐 목숨을 지켰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집안사람들의 갑작스런 죽음에 놀라 기절한 딸을 뱀들이 그냥 지나친 것이었다.

후에 정신이 든 딸은 마을로 찾아온 스님 한분을 만나게 되었고, 그 스님으로부터 검정색 암캐가 그 집의 수호신으로 집안의 못된 뱀들을 억눌러 박씨 집안의 재산을 지켜주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스님은 주인에 의해 목숨을 잃었음에도 자신을 유달리 아껴주었고 자신의 새끼를 정성스럽게 돌봐주는 딸의 꿈에 나타나 집안의 위험을 알린 것이었고, 딸이 뱀의 무리 속에서 살 수 있었

이 이야기를 들은 마을사람들은 크게 후회하며 검정개의 충성스러움을 칭송하고 크게 장사지내 주었으며 박씨의 무덤에도 그 개의 모양을 본떠 만든 토우를 함께 묻게 되었다. 그 후 그 마을에는 더 이상 뱀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딸도 오래도록 큰 복을 누릴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일설에는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병사상이나 여인상, 서역인상 등 인간의 형상을 본떠 만들었던 토우 외에 개 모양 등 신성한 동물형상의 토우가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며, 특히 개 모양의 토우는 죽은 사람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무덤에 함께 매장하는 풍속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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