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분위기까지 갔던 1차 공청회, 2차서 찬성기류 두드러져
道, 매립면적 줄였더니 비용편익 감소... 사업타당성 짜맞추기?

제주신항 개발사업계획을 두고 행정과 어업인들간 빚어졌던 큰 갈등이 한 달여만에 급반전되는 분위기로 나타났다.

지난달 개최된 제1차 공청회에선 고성과 몸싸움까지 일어나 파행 분위기까지 치달았다. 한 달여 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3일 제주도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신항 제2차 공청회가 개최됐다.

▲ 제주신항 개발계획 조감도. ⓒ뉴스제주

# 제주신항, 미래세대 위해선 20조 원이라도 부어야

1차 공청회에서 거센 항의를 하며 원희룡 제주도정을 향해 윽박질렀던 어업인들 중 일부는 "제주도가 세계화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의견으로 모여졌다"며 "도정을 믿겠다"고 말했다.

이정식 동문공설시장 상인회장은 "2∼3조로 개발공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오히려 20조 원 정도를 들여 더 크게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곁들었다.

김창수 썬라이즈해운 대표는 "원도심 활성화는 제주도민만을 갖고 할 수 없다. 신항을 개발해 크루즈가 많이 들어와서 2박 3일 동안 정박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며 "우리 후세들을 위해서라도 전 도민이 신항을 개발하는데 합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용주 제주시어선주협회장도 "1차 공청회 때 감정이 너무 격양돼 유감이었다"며 "이후에 도정에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소통하는 노력에 감사하다"는 말까지 전했다.

이러한 찬성기류에 2차 공청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박수까지 치며 호응을 보냈다.

# 필요성 공감은 하지만... 꿈 같은 얘기만 듣고 박수쳐선 안 돼

반면 김남규 화북동선주협회장은 제주도정의 행정행위에 대해 여전히 쉽사리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회장은 "지난 2000년에 제주외항 공청회 할 때도 친수공간을 늘리고 마리나 시설 같은 것을 다 하기로 했었지만 결국 화북 주민들을 농락했었다"며 "지금 봐도 도정에 내건 계획은 꿈에 그리는 그림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이걸 국가에서 할 것이냐 민간 위탁으로 할 것이냐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며 "게다가 방파제를 조성하면 북서풍이나 북풍이 불 때 엄청난 파도가 몰아쳐 화북과 삼양, 용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이생기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개발 주체는 분명히 제주도가 할 것이고 월파 문제에 대해선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조사한 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제주신항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염려되는 부분이 민자와 관련된 부분"이라며 "상업시설이라고 표현했던데 분양을 통해 수익을 내려할 경우 주변 상권과 충돌하게 된다. 단순히 낙관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홍 대표는 "기존 민자 방식을 벗어나겠다고 말은 하지만 제주신항의 컨셉은 도민이 만들어가야 한다. 꿈 같은 얘기만 듣고 박수쳐서 끝낼 일이 아니"라고 재차 우려를 표했다.

# 제주신항계획 수정발표, 매립면적 줄고 건설비용 4000억 늘어나

한편, 이날 제주도는 기존 제주신항 개발계획을 일부 수정해 발표했다.

환경파괴와 어업인들의 생존권 논란이 일었던 매립면적을 211만㎡에서 180만㎡으로 줄이고, 친수시설 규모를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제주신항 건설비용이 기존 2조 4000억 원에서 4000억 원이 늘어난 2조 8000억 원으로 수정됐다. 매립면적을 늘이면서 비용편익(B/C) 분석도 1.62에서 1.12로 낮아졌다. 비용편익이 1.0에 가까울수록 사업타당성을 확보한다. 이미 한참을 넘겼으니 제주도는 사업타당성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비용편익 분석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발표에 문대탄 전 제주문화포럼 이사장은 "민자 투자문제와 상업시설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무리 공영개발로 한다고 해도 장삿속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입동 주민이라고 밝힌 임봉준 씨는 "예전 우근민 전 도정에서 이러한 설명회를 수차례 가진 바 있다. 그때도 이익이 돌아가겠다 했지만 지역주민들과 상생이 될 수 없었다"며 "오늘 보니 환경단체 제외하고 거의 찬성하는 것 같은데 어선들이 방파제 끝으로 가게 되면 유류비가 굉장히 많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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