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5박 6일간 대장정 마무리

제주를 누비던 평화의 발걸음이 다시 강정마을에 모였다.

지난 27일 오전 11시 평화의 발걸음을 옮겼던 '동진'과 '서진'이 6일 만에 강정마을에서 조우했다. 31℃. 벌겋게 익은 얼굴, 축축이 젖은 노란티셔츠. 그들은 무더운 날씨보다 더 뜨거웠다.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함께 걷자, 생명의 강정. 함께 살자, 모두의 평화"가 1일 강정마을을 끝으로 5박 6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015 강정생평평화대행진은 27일 오전 제주시청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동진과 서진으로 각각 나눠 제주 전역을 걸었다.

행진에는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평화활동가, 용산참사 유가족, 밀양 송전탑 지역주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해외 평화운동가 등이 함께했다.

동진은 함덕해수욕장, 김녕해수욕장, 종달리, 표선해수욕장, 하례초등학교, 서귀포시민회관을, 서진은 제주도청에서 애월 하물, 협재해수욕장, 산방산, 화순해수욕장, 주상절리대, 약천사를 각각 거쳐 1일 낮 12시30분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공사장에 도착했다.

"하이파이브" 동진과 서진은 손뼉맞장구를 치며 지난 6일을 격려했다. 문정현 신부는 행진단과 일일이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중 강정마을에서 조우한 동진과 서진. ⓒ뉴스제주
▲ 동진과 서진은 손뼉맞장구를 치며 지난 6일을 격려했다. 뉴스제주
▲ 동진과 서진은 손뼉맞장구를 치며 지난 6일을 격려했다.ⓒ뉴스제주
▲ 동진과 서진은 손뼉맞장구를 치며 지난 6일을 격려했다.ⓒ뉴스제주
▲ 행진에 참여한 참가자들을 직접 격려하고 나선 문정현 신부. ⓒ뉴스제주

동진과 서진의 각 대표가 나를 위한, 너를 위한, 우리를 위한 노래를 불렀다. "강정에 평화"가 가득 울려 퍼졌다. 서로의 손을 잡고 평화를 위한 인간띠를 만들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를 외친지 2998일 째 되는 날. 그들만의 작은 축제가 열렸다.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2007년 5월 18일 제주 해군기지 반대대책위가 수립됐다"며 "당시 반대를 말하는 30여명의 주민이 모여 기자회견을 갖고, 떨리는 마음으로 마을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이 무서웠다. 그러나 수많은 주민들이 나와 환영을 해줬다. (이후)반드시 이길 각오로 싸우겠다고 버텨왔다"고 말했다.

고 부회장은 "강정마을은 철저히 고립돼 홀로 싸워왔다"며 "제주도를 일주하는 동안 도민들은 외면했고, 주민들만 발바닥이 갈라지며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우리 손을 잡아줬다. 제주도도 할 수 있다. 대한민국 1%인 제주도가 바뀌면 제주도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 ⓒ뉴스제주

11살, 9살 사랑스러운 두 딸을 데리고 행진에 나선 이민수(42. 여)씨는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평화행진에 동참했다.

이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전쟁보다는 평화를 가르쳐야 하지 않겠느냐. 강정쯤이야 하고 (제주해군기지)가 진행되면 내 아이들의 미래는 어떨까 고민이 들었다"며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가장 비폭력적인 방법,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알아주지 않는데 왜 걷고 있지'라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첫 회 때는 아이들도 잘 모르고 걸었지만 조금 지나다보니 아이들도 스스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올해 둘째는 해군기지가 왜 중단되지 않아 또 걷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내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닌 걸으면서, 또 사람들과 부딪히며 스스로 배워간다. (평화대행진 참여는)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하나의 선물이자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토미야마 마사히로(60)씨는 휠체어를 타고 멀리 오키나와에서 왔다. 하반신이 불편하지만 "모두가 신경을 써줘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한국과 오키나와 민중 교류를 위한 모임을 갖고 있으며, 오키나와에서 미군기지를 없애는 투쟁을 한 바 있다.

토미야마 마사히로는 "5년전부터 강정마을과 연대 교류를 하고 있다"며 "올해 5월 오키나와에서 평화 행진이 있었다. 강정마을 주민 10명이 오키나와에 왔었다. 그 때 행사에서 강정에서 행사를 하니 강정에 와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부터 이 행진에 오키나와에서 누군가를 보낼 생각이었다"며 "제안을 받고 3명이 오기로 했으나 6명이 오게 됐다. 누가 올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내년에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좌측 토미야마 마사히로(60)씨와 우측 사사키 코분(39)씨. ⓒ뉴스제주

이날 오후 5시에는 강정체육공원에서 강정 해군기지건설 반대 투쟁 3000일 범국민문화제가 진행된다.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범국민문화제 "함께 온 길! 강정평화 3000 평화콘서트"에서는 쌍용자동차 노래패, 이경식의 마임, 반하리, 꽃다지, 킹스턴 루디스카, 강정어린이들의 공연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한편 이번 행진은 강정마을회, 강정친구들,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등 95개 단체가 힘을 모은 가운데 이뤄졌다.

▲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중 강정마을에 다다른 동진. ⓒ뉴스제주
▲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중 강정마을에 다다른 서진.ⓒ뉴스제주
▲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중 평화 인간띠 만들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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