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AP통신 등 대부분의 외신이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대해 유보적인 시각을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다.

AP는 2일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박인비의 소식을 전하며 '박인비, 7번째 메이저 타이틀 획득(Inbee Park Wins Women’s British Open for 7th Major Title)'의 제목을 달았다. BBC와 USA투데이도 같은 타이틀이었고 3일 뉴욕타임스는 AP통신 기사를 그대로 신문에 전재했다.

ESPN과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시카고트리뷴 등 다른 주요 매체들은 '박인비 4개의 서로 다른 메이저 타이틀 따내(Inbee Park wins Women's British Open, captures 4th different major title)'라는 제목을 달았다.

한국 언론 대부분이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물론 LPGA 사무국은 박인비가 브리티시 오픈 승리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그럼에도 이들 언론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인색한(?) 태도를 취한 것은 왜일까. 그랜드슬램은 한해에 모든 메이저 타이틀을 휩쓰는 것을 말한다. 서로 다른 해에 달성하는 것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박인비는 US오픈(2008, 2013) 나비스코챔피언십(2013) LPGA챔피언십(2013, 2014, 2015) 브리티시오픈(2015)의 4대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는 루이스 석스(1957년),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스터(1999년 이상 미국), 캐리 웹(2001년 호주), 소렌스탐(2003년 스웨덴)에 이어 통산 7호이자 아시안 최초의 쾌거다.

문제는 에비앙 챔피언십이 2013년 5번째 메이저타이틀로 승격해 하나가 늘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박인비는 메이저 승격 전해인 2012년 에비앙대회에서 우승했다. 에비앙 우승은 메이저 승격 이전의 일이니 엄밀한 의미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관한 논란을 어떻게 끝내야 할까? LPGA는 박인비가 그것을 해냈다고 말했지만 박인비는 2013년 에비앙대회가 메이저로 승격한 이후엔 우승하지 못했다. 다음달 열리는 에비앙에서 박인비가 승리하면 논란은 끝날 수 있다. 일부에선 그것을 수퍼 슬램이라고 부른다"고 보도했다.

즉, 2013년이후 메이저 타이틀이 5개가 됐으니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아직 달성하지 않았지만 마지막 우승까지 거머쥘 경우, 전인미답의 '수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 부를만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신들은 박인비가 이번 브리티시 오픈 우승으로 전설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 3타 뒤진 채 시작한 마지막 라운드에서 엄청난 집중력으로 3타차 역전승리를 따낸 박인비의 투혼에 압도된 모습이었다.

ESPN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제 박인비는 위대한 선수의 반열에 올랐다. 그녀는 이미 한국골프의 거대한 상징이지만 브리티시 오픈 승리는 여자골프계의 진정한 전설로 인식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극찬했다.

ESPN은 "그녀의 승리는 올들어 4번째, LPGA 통산 16번째이자 7번째 메이저 타이틀이다. 27세 현역인 박인비보다 메이저 타이틀이 앞선 전설은 6명에 불과하다. 최다 메이저 우승자인 패티 버그(15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소렌스탐(10개)을 다음 목표로 잡기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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