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펜타포트 스테이지 전경(사진=예스컴ENT) 2015-08-10
【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의 입구에 들어서면 폭 57m·높이 20m의 웅장한 검정 '펜타포트 스테이지'가 관객들을 제일 먼저 맞는다. 록의 블랙홀에 빠져들기 직전이다.

'2015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올해 10년을 맞은 만큼 블랙홀의 자장이 강력했다. 독일 록밴드 '스콜피온스'·서태지·영국 일렉트로닉 록밴드 '프로디지'를 각각 헤드라이너로 내세운 7(2만5000명)·8(4만5000명)·9(2만8000명)일 연인원 총 9만8000명을 끌어들이며 폭염보다 뜨거운 록의 열기를 3일 내내 발산했다.

◇7일 : 록의 전설은 영원하다 '스콜피온스'

2010년 정규 앨범 '스팅 인 더 테일(Sting In The Tail)'을 내놓고 2~3년간 월드투어를 한 다음 해체를 하겠다고 선언했던 스콜피온스가 이를 번복한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느껴진 무대였다. 올해 초 발매한 새 정규앨범 타이틀 '리턴 투 포에버'의 반응이 뜨거웠다.

'고잉 아웃 위드 어 뱅'으로 열어젖힌 약 100분간의 '록 부흥회'는 군더더기 없고 흠 잡을 것 없는 이 팀의 사운드가 여전함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메이크 잇 리얼'을 들려줄 때는 무대 뒷편에 자리한 스크린을 대형 태극기가 가득 채우기도 했다.

독일 록밴드 '스콜피온스', '2015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첫째 날 헤드라이너(사진=예스컴 ENT) 2015-08-08

연주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스콜피온스 원년 멤버 루돌프 쉥커(67)의 기타는 묵직했고 또 다른 기타리스트 마티아스 잡스(59)는 화려했다. 두 기타가 함께 하니 사운드가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제임스 코탁(53)의 드럼은 특히 자동차 엔진 소리처럼 내내 심장을 두드렸다.

1989년 11월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때 울려퍼졌던 '윈드 오브 체인지'는 품격 있는 순간으로 스콜피온스가 왜 거장인지 절감할 수 있는 무대였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한국 팬들에게도 감회가 새로웠는데, 혹자는 이 무대를 광복 70주년 기념 무대로 칭하기도 했다.

'블랙아웃'과 '빅 시티 나이트'로 독일 차 같은 견고함과 단단한 사운드로 재시동을 걸어 본 공연을 마무리한 스콜피온스는 앙코르 첫 곡으로 그 유명한 '스틸 러빙 유'를 들려줬다. 마지막 곡은 '록 유 라이크 어 허리케인'이었는데 록의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50년간 만든 록의 영광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스콜피온스는 단순히 향수로 치부될 밴드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임을 입증했다.

서태지, '2015 펜타포트 페스티벌' 둘째 날 헤드라이너(사진=예스컴 ENT) 2015-08-10

◇8일 : 서태지는 역시 서태지

록밴드 '시나위' 출신 가수 서태지(43)는 로커로서 본능과 기운을 마음껏 뿜어댔다. 1990년대를 특히 풍미한 히트곡 퍼레이드는 대중가수로서의 힘도 새삼 절감케했다. 로커와 대중가수로서 정체성을 절묘하게 조합시키며 파괴력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서태지가 자신이 주최한 록 페스티벌 'ETP페스트'를 제외하고 처음 록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자리로 큰 관심을 모았다.

서태지의 공연이 열린 '펜타포트 스테이지' 객석은 널찍한 잔디 광장 형태인데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관객들로 가득 찼다. 특히 뒷편으로 갈수록 자녀들을 동반한 서태지 원조 팬들이 눈에 띄었다. 딸과 함께 온 어느 관객은 "네 대통령이 뽀로로라면 아빠의 대통령은 서태지"라고 했다.

프로디지, '2015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셋째 날 헤드라이너(사진=예스컴ENT) 2015-08-10

서태지는 이날 왕년의 '문화 대통령'이라는 수식어에 가닿는 무대를 선보였다. '왓치 아웃(Watch Out)'으로 포문을 열었는데 무엇보다 '사운드 샤워'로 통할 만큼 강렬한 사운드가 일품이었다.

그는 "양쪽에 스피커들을 두 줄로 설치했다"며 "한줄은 보컬만 나오고 한줄은 반주만 나온다"고 소개했다. 그 만큼 풍부하고 입체적이라는 이야기다. '디아블로' '닥터코어911' '바세린' 등 강렬한 록을 들려주는 밴드 멤버 등으로 구성된 '서태지 밴드'의 연주력도 최강 사운드에 한몫했다.

'필승' '시대유감' '컴백홈' '교실이데아' 등 1990년대 대중음악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설의 곡들이 울려퍼질 때는 잔디 광장이 뒤흔들릴 정도였고 '테이크 3' '오렌지' '울트라맨이야' '라이브 와이어' 등으로 이어진 막판 강렬한 곡들은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둘째 날의 화룡점정을 찍기에 충분히 록적이었다.

◇9일 : 열광의 도가니 프로디지

'2015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현장(사진=예스컴 ENT) 2015-08-08

심장을 때리는 일렉트로닉 록 사운드와 강렬한 조명 쇼에 '강제 다이어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브리드'로 시작된 프로디지의 무대는 쉴 틈 없이 '사운드 세례'가 이어졌고 관객들의 슬램(slam·관객들이 음악을 더 즐기고 느끼기 위해 서로 몸을 부딪치는 것)이 난무했다.

특히 '네스티'와 '부두 피플(Voodoo People)'이 정점이었는데 그 강렬함에 관객들이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전신인 1999년 '트라이포트' 때 폭우로 공연이 취소된 프로디지가 이날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것에 대해 감격한 팬들이 넘쳐났다.

◇총평

세 헤드라이너가 무게 중심을 잡은 라인업은 경쟁 페스티벌(안산M밸리록페스티벌)의 화려한 라인업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브릿팝 밴드의 풍성함을 새삼 일깨워준 '쿡스', 멜로디컬한 사운드의 신나는 무대를 선보인 덴마크 팝밴드 '뮤(MEW)', 질주감이 넘치는 사운드로 괜객들을 '방방' 뛰게 만든 일본 하드코어 밴드 '피어 앤 로딩 인 라스베이거스(Fear,and Loathing in Las Vegas)'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신해철 추모 무대를 선보인 넥스트, 언제나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YB 등 한국팀의 공연도 볼만했다.

언제나 비를 부르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떠올리면 그동안 연상되는 건 진흙탕, 장화 등이었다. 하지만 2013년 달빛축제공원으로 옮긴 이래 쾌적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푸드 부스, 이벤트 부스 등을 널찍하게 배치한 것도 한몫했다. 록 페스티벌로는 이례적으로 가족 단위의 관객도 많은 점도 특징이다.

<뉴시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