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국주의의 망령 고발한 사진전 제주서 열려

 

▲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을 고발하기 위해 마련된 사진전 ⓒ뉴스제주

# 日 군국주의 망령 고발한 사진전 제주서 열려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우리나라가 해방된 지 어느덧 광복 70주년을 맞았다. 일제 치하 36년간 한민족은 일본인들의 노예로 전락했고 찬란한 민족문화를 송두리째 약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가의 독립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독립운동의 주역들은 15세 학생부터 72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연령대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당시 숱한 희생으로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지금 우리들은 독립투사들에 대한 존경심이 메말라 가고 있으며, 정부의 관심도 미약하다.

그런데도 일본의 극우 세력들은 점점 교묘하게 그들의 야욕을 실현해 가고 있다. 특히 이들은 태평양전쟁에서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에 대해 죄의식은 커녕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다.

▲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을 고발하기 위해 마련된 사진전 ⓒ뉴스제주

이런 가운데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바로 알고 국가관과 민족관을 함께 공유하며 광복 70주년을 되돌아 보게 하는 뜻 깊은 자리가 제주에서 마련됐다.

간드락소극장이 주최ㆍ주관한 '야스쿠니 군국주의의 망령' 사진전이 15일 오후 1시부터 제주관덕정 목관아지 앞 거리에서 열렸다. 

이 사진전은 일본에서 20년 간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권철씨가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야스쿠니 신사를 촬영한 사진들을 한데 모은 것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을 고발하기 위해 열렸다. 

▲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을 고발하기 위해 마련된 사진전 ⓒ뉴스제주

# 10년간의 야스쿠니 다큐멘터리 여정

사진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유학길에 오른 권씨는 처음 아시아 최대의 환락가 가부키초에 매료됐다. 가부키초는 유흥과 마약, 야쿠자와 폭력, 관광지로 유명한 도쿄 신주쿠의 작은 동네다.

그는 가부키초를 카메라 앵글에 담으며 가부키초 카메라맨으로 성장했다. 특히 2013년에는 포토르포르타주인 '가부키초'를 펴내 고단사 출판문화상 사진상까지 받았다.

가부키초는 권씨를 다큐사진작가로 이름을 알려 준 동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가부키초 근처에는 야스쿠니 신사가 있다. 권씨가 야스쿠니 신사를 촬영하게 된 계기는 그가 매료됐던 가부키초의 연상선이었다.

▲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을 고발하기 위해 마련된 사진전 ⓒ뉴스제주

권씨가 야스쿠니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3년 도쿄 전 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일본 최고의 극우파)의 가부키초 정화작전 때문이었다.

당시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는 가부키초에 매일 수백명의 경찰과 출입국 관리국 직원을 동원해 가부키초 정화작언을 감행했다.

불법체류자를 비롯해 불법노동자, 불법 영업, 불법 카지노 등을 단속했는데 주로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그 대상이었다.

이 정화작전으로 한국인들이 가부키초에서 거의 쫓겨났고 그 옆 동네인 오오쿠보로 밀려나 지금의 한류의 거리인 코리아타운을 형성하게 된다.

▲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을 고발하기 위해 마련된 사진전 ⓒ뉴스제주

권씨는 가부키초에서 한국인들이 쫓겨나는 모습을 보면서 야스쿠니 신사가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권씨가 야스쿠니 신사를 사진에 담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당시 일본 모 신문사의 촬영 의뢰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를 촬영하게 된 권씨는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부터 매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왔는데 당시는 지금처럼 그렇게 큰 이슈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2005년은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였다. 당시 도쿄 도지사이던 극우파 이시하라 신타로가 망언을 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공식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게 되자 한중일 삼국의 긴장과 갈등이 조성되고 그 때부터 큰 이슈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마침 그런 시기에 권씨는 야스쿠니를 촬영하기 시작했고 이후 10년간의 야스쿠니 다큐멘터리 여정이 시작됐다.

▲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을 고발하기 위해 마련된 사진전 ⓒ뉴스제주

# 권철 작가 "역사적 진실 일깨우는 사진전 됐으면"

권씨는 매년 정기적으로 야스쿠니를 촬영하고 특히 극우 세력들이 전쟁을 추억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신사 참배를 하는 8월 15일은 빠짐없이 취재를 했다.

권씨는 "야스쿠니 신사에는 사쿠라(벚꽃)가 600여 그루가 있다. 야스쿠니 신사가 세워진 다음해인 1870년 처음 심어졌는데 이 사쿠라는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야스쿠니에서 환생한다'는 꽃나무로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여년간 야스쿠니 신사를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벚꽃도 앵글에 담기 시작했다.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됐다"며 "해마다 봄이면 우리나라도 전 국토가 벚꽃 광풍이다. 광복 직후에 일본 제국주의 청산 차원에서 베어냈던 벚나무들이 다시 전 국토를 장악해 가고 있으니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을 고발하기 위해 마련된 사진전 ⓒ뉴스제주

특히 "일본은 일부 극우 세력들이 문제다. 신사 곳곳에 전쟁을 추억하며 미화하는 상징물들이 있다. 더구나 2005년에는 태평양 전쟁의 전범들을 재판하기 위한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전범들의 무죄를 주장했던 인도인 판사 '라다 비 노프 팔'을 기리는 비까지 세웠다. 그들에게 전쟁은 성전이었고, 재판은 승자들의 정치적 보복들이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4월 20여 년간의 일본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귀국한 권씨는 일본에서 지난 봄 이 사진집을 마무리 하기 위해 야스쿠니 신사를 다시 찾았다.

권씨는 "신사 곳곳에서 욱일기의 잔재를 볼 수 있었다. 욱일기는 아시아 주변국들을 전쟁의 공포로 몰아 넣었던 상징이다. 흰색과 붉은색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그 욱일기가 신사 행사장 곳곳에 변형된 형태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섬뜩했다. 군국주의의 망령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씨는 "이 사진집은 야스쿠니 신사를 두 개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군국주의의 망령과 두 얼굴의 신사이다. 군국주의의 망령은 뻔히 드러나지만 야스쿠니의 일상은 오히려 평화롭게 보인다. 그런데 내 눈에는 그 평화가 불안해 보였다. 기억의 뒤편으로 잊혀져 가고 있는 역사적 진실들이 안타깝게 보였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이 사진집이 그런 역사적 진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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