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지사, 제주도 내려와 특별 강연으로 던진 말
빌 클린턴의 말 인용해 "Stupid, It is politics"

# 남경필 지사, 일단 원희룡 지사 띄워주기?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31일 제주도로 내려와 '제주와 함께 만드는 글로벌 스탠다드' 특별 강연을 펼쳤다.

이날 강연은 제주도와 경기도 간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남 지사가 제주도로 내려오게 되면서 이뤄진 강연이었다.

이 자리에서 남 지사는 "원 지사 만큼 스마트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추켜 세웠다. 남 지사는 "예전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총재께서 당에 내린 엄명을 통해 혁신적 인물 모아라 해서 만났던 분이 당시 변호사를 하고 있던 원 지사였다"며 "지도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가장 중요한데, 원 지사는 이에 매우 탁월해서 세상을 읽는 흐름을 교육받았었다. 제 스승이이나 다름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제주에선 다양하고 멋진 일들이 많이 있다. 세계 관광객이 즐겨찾는 메카가 되겠지만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원 지사처럼 혁신을 이뤄낼 때 가능한 것"이라며 "경기도에서도 하는 일들이 많다. 제주와 둘이 합쳐 대한민국에 없던 새로운 모델을 찾아내고자 해서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스제주

# 100달러 지폐가 글로벌 스탠다드

이 정도의 인사말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남 지사는 이날 특별강연의 주제인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남 지사는 화면에 100달러 화폐 그림을 띄워놓고 "이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100달러 화폐를 두고 "이것이 전 세계에서 여태까지 만들어진 모든 상품 중에 가장 우수한 상품"이라며 "5센트로 만들어 낸 이 100달러 지폐가 전 세계인들이 원하고 있다. 그것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 지사는 "전 세계 은행들이 이것을 가지려고 난리다. 경제구조가 멸망하지 않는 한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이러한 것을 대한민국이 만들어내면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 지사는 "국내 상품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선진국에 이르렀다고 말하기엔 이르다"며 "우리는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선진국은 상품을 수출하지 않고 스탠다드를 수출한다"고 말했다.

이후 남 지사는 화면에 다시 중국 100위안 화폐를 보여주면서 "중국도 이걸 글로벌 스탠다드로 만들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혼자선 할 수 없다. 경기도가 제주와 함께 손을 잡고 새로운 생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거듭 강조했다.

# 빌 클린턴 "Stupid, it is economy" 남 지사 "Stupid, it is politics"

남 지사는 경제 이야기에 이어 정치 이야기로 주제를 넘겼다.

남 지사는 "만일 제게 단 한 가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해결하고 싶은 단 하나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후 빌 클린턴과 조지 부시의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을 설명하면서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혁신은 '정치(politics)'라고 설파했다.

남 지사는 "조지부시가 후보시절 대통령 선거에서 월남전을 등에 업고 90%에 육박하던 지지율을 받았었을 때, 이에 대항한 시골 주지사 출신의 더벅머리를 한 클린턴이 후보 경선에 나와 돌풍을 일으켰었다"며 "당시 클린턴은 30대 중반의 나이였고 그가 던진 딱 한 마디의 카피가 선거판을 뒤집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말했다.

당시 빌 클린턴이 선거에서 강조한 것은 '경제'였다. 남 지사는 "클린턴이 Stupid, it is economy(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말을 하면서 당시 국민들의 경제력이 상승돼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로 판세를 뒤집고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남 지사는 "저는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Stupid, it is politics)라고 말하고 싶다"며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판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31일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뉴스제주

# 대한민국 정치, 이대로 둬서는 희망 없어

남 지사는 "우리나라에선 대통령 선거를 치르려면 상대후보를 죽여야 한다. 공존할 수가 없다"며 "선거결과에서 단 2% 차이더라도 이긴 자는 모든 것을 가져가고, 진 자는 민산창이로 끝나게 되는 곳이 대한민국 정치판"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남 지사는 "대통령이 되면 여당과 함께 야당을 죽여야 하고, 야당은 대통령 발목을 잡아야 하는데 이래서야 나라가 협력이 되겠느냐"며 "대통령 1년차엔 서로 헐뜯고 2년차가 되면 국회가 말을 안 듣고, 3년차에 가면 더 힘들어지고 4년차 되면 측근비리 터지면서 5년차에 떠나라고 하는 싸이클이 이게 무한히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이를 보면서 국민들은 정말 싫어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또 찍어준다. 이 고리를 끊어내지 않고선 대한민국은 앞으로 갈 수가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남 지사는 "경제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건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우파냐 좌파냐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국회에서 몇년이고 발목잡아 놓고 있으면 경제인들이 시장예측을 할 수가 있겠나. 그래서 투자가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지사는 "정치판에서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서 전략공천 등의 방법으로 물갈이를 한다. 올해 대한민국 국회 초선의원 비율이 50%가 넘는다. 18대 의회때도 비슷하다"며 "이렇게 국회의원 절반이 갈아 엎어졌으면 뭔가 새로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더 떨어진다"는 말로 암울한 현 정치실태를 보고했다.

이어 남 지사는 "훌륭한 의사는 진단을 잘해야 한다. 암 환자에게 감기약을 주면 낫겠느냐"며 "대한민국이 그런 상태다. 진단이 안 되고 있는데 치료가 되겠느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 지사는 "물갈이되면 좋아질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건 사기다. 2% 차이 밖에 안 나는 경쟁구도에서 이긴 자가 다 집어삼키니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게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주목하는 것이 독일식 정치"라고 말했다.

# 연정과 협치, 그건 100대 0이 아닌 6대 4

남 지사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뛰어난 리더십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데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남 지사는 "슈뢰더 총리 시절 독일 정부는 사실상 좌파였다. 슈뢰더는 국정 위기에 개혁을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연금개혁안을 내놓는데 당시 이건 자기를 지지해줬던 노조를 개혁하는 안이었다"며 "그래서 슈뢰더 총리는 낙선됐고 이를 이어받아 메르켈 정부가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남 지사는 "메르켈 정부는 우파 정부다. 메르켈 총리가 개혁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슈뢰더 총리가 갖고 있던 권한을 내려놨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이를 명확히 알고 있다"며 "이렇게 슈뢰더 총리가 자기 집권을 포기하면서 개혁을 할 수 있었던 건 독일의 정치구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지사는 "독일에선 승패가 나더라도 1/3의 장관 자리를 야당에게 양보한다. 우리나라에선 이기는 쪽과 지는 쪽 간의 승리 방정식이 100대 0이라면 독일에선 6대 4 혹은 7대 3이라는 것이 차이인 것이다. 이러니 정파를 뛰어 넘어 힘의 연대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남 지사는 "경기도에선 연정을 한다. 제주에선 협치 실험을 하고 있는데 저희가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영역을 고집하면서 협력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 행정에서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면 외부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 지사는 "행정의 견고한 벽을 깨고 이를 뛰어 넘어야 미국 100달러와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 수 있다"며 "대부분의 새로운 창조는 있는 것들을 잘 협력해 이끌어 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걸 이뤄내는 것이 리더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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