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율 거짓보고에 환경부도 공범, 240억 투입해서 0.1% 개선
김태환 전 도정때는 보고도 안 해, 감사위원회도 그동안 몰라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본부장 홍성택)가 14일 6년여 간 제주도민을 속여왔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道감사위원회의 발표 이전에 지난 8월 11일 홍성택 본부장은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실제 유수율(유료 상수도 공급율)이 44%였는데 76.9%로 거짓보고해 왔다고 이실직고 했다.

수자원본부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는 9월 2일에 발표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김명만)는 제333회 임시회가 진행 중인 9월 14일에 道수자원본부로부터 '상수도 유수율 문제 및 어승생 제2수원지'와 관련해서 특별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道수자원본부는 그간 유수율만 허위보고 해왔던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道수자원본부는 2011년에 유수율 조작을 위해 무수수량을 아무런 근거없이 800만톤 늘렸다고 환경부에 보고했는데, 정작 당시 도지사였던 김태환 전 지사에겐 보고조차 없었다. 뿐만 아니라 2014년까지 보고된 공문서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또한 환경부 역시 제주도에서 측정한 유수율이 조작보고된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해 왔던 정황도 포착됐다.

▲ 김태석 의원(왼쪽)과 홍성택 제주도수자원본부장. ⓒ뉴스제주

# 명백한 잘못, 도지사는 왜 사과조차 안 하나

김태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노형동 갑)은 "당시 보고라인이 어디까지 이뤄졌던 것이냐"며 "2014년 원희룡 지사가 당선됐을 때 보고된 인수위원회 내용을 보면 조작됐다는 내용을 직원들이 다 알고 있었는데 왜 이 중요한 것을 서면보고 조차 안 한 것이냐"고 질책했다.

홍성택 본부장은 "올해 5월 초에 보고했다. 지사께선 당장 도민에게 밝히라고 했지만 BTL 국비사업 확보 등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8월 중에 알리게 된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과정이 비도덕적인데 그게 더 큰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며 "지사나 공무원은 도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이다. 조작된 통계를 10년 가까이 거짓보고 했다는 것은 도민을 기만하고 대의민주주의 체계를 흔드는 짓"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 건은 도지사가 직접 사과를 구하고 용서를 바라야 하는 사안인데도 아직 어떤 액션도 없다. 이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며, 민선 4기, 5기 때 유수율 거짓보고가 어느 라인까지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 道감사위원회에 특별감사를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 고태민 의원(왼쪽)과 현우범 의원. ⓒ뉴스제주

# 이제와서 44%였다 보고, 이것도 믿을 수 있는 수치?

고태민 의원(새누리당, 애월읍)은 "상하수도 유수율 1%를 상쇄시키면 5억 7000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동안 거짓보고 해오느라 그 많은 혈세를 버려왔다"고 힐난했다.

이어 고 의원은 "이제껏 77%라고 보고해 오다가 44%라고 정정했는데 이건 엄청난 차이다. 과학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대로 측정조차 안 된거 같은데 44%는 어떻게 나온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현우범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남원읍)도 이 지적에 동조하며 거들었다.

현 의원은 "근본적으로 상수도 생산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계가 있긴 한 것이냐"고 다그쳤다.

홍 본부장은 "유량계의 오차범위가 있긴 하지만 도내에 설치된 60%의 유량계는 유의미하고, 40%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자 현 의원은 "정확한 생산량을 측정조차 할 수 없는데, 그 40%가 적은 양이냐. 그게 정확히 측정이 안 되는데 발표된 값이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현 의원이 계량기 조작 의혹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건드리자 홍 본부장은 "제주에선 그런 사례가 발견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현 의원은 "그런 사례를 발견 못하니까 없는 것이 아니냐"며 "행정에서 서둘러 특단의 대책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고 의원은 "일하다가 다른 데 갈 생각하지 말고 이 문제를 제대로 풀어서 떠나겠다는 생각으로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홍 본부장은 "남은 직을 걸고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신관홍, 이경용 의원, 김명만 위원장. ⓒ뉴스제주

# 한 해 상수도 누수량 약 6000만 톤, 250억 원 지하로 흡수

홍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 해 상수도 누수율(42.1%)에 따라 약 6000만 톤의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지하로 흡수되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50억 원에 달한다. 거짓보고 해왔던 기간을 6년이라고만 잡아도 1500억 원 가량의 혈세가 지하로 스며들어갔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신관홍 의원(새누리당, 일도1·이도1·건입동)은 "물을 돈 받고 주는 것보다 빠져 나가는 양이 더 많은 것 같다"며 "6년 동안 1500억 원의 세금으로 정비했으면 어느 정도는 잡았을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홍 본부장은 "한 번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효과가 있다"며 "247개 상수도관에 대해 점검하는 새로운 공법을 도입해 BTL 방식으로 추진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신 의원은 "지금까지도 용담수원지 물이 특정 지역으로만 가고 있던 것이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다 갔다는 것이 아니냐"며 "이를 어떻게 다 일일이 찾아내겠다는 건지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이경용 의원(새누리당, 서홍·대륜동)은 "노후관거 사업을 통해 1년에 약 70∼80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제까지 개선율이 0.1%라는 보고는 대체 뭐냐"며 "이게 말이 된다고 보느냐. 땅 속으로 묻혀버리는 사업이다보니 제대로 공사가 됐는지 알 수가 있느냐"고 다그쳤다.

이에 홍 본부장은 "그래서 내년에 국비사업으로 진행하면서 모든 과정을 도민에게 공개하고, 시민감독관을 도입하거나 공사계획의 80% 이상을 이행하지 않으면 준공허가를 주지 않는 방식 등을 통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이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되니 상수도 요금을 또 올릴것이냐"고 따져 묻자, 홍 본부장은 "최소한으로 진행하겠다"며 상수도 요금을 최소한 아주 작게 올리겠다는 말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답변으로 대신했다. 

김명만 위원장도 쓴소리를 던졌다.

김 위원장은 "道감사위원회에서는 그 전에 이를 알아내지 못했나. 그동안 대충 해왔다는 것이 아니냐"며 "환경부에 보고한 것도 환경부는 알고 있었는데 그냥 눈 감아준 꼴이다. 환경관리공단에서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 내용이 다른데 왜 아무도 문제제기를 안 했던 것이냐. 이를 보면 환경부도 제주도민을 속여왔던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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