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재개발로 교회들 피해…“악법 철폐” 거리로

장대비가 쏟아진 14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 주변. 덕수궁 대한문과 플라자호텔 앞을 서성이던 목사 등 300여명이 갑자기 차도로 몰려나왔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목사용 비둘기색 셔츠를 입은 목회자들은 빗속에 1개 차로를 점거한 채 “원주민 쫓아내는 개발악법 철폐하라” “주민 재이주 대책 마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즉각 강제해산에 나서 목사 5명을 집시법 및 일반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

우중(雨中) 기습 시위에 나선 이들은 보수성향 단체인 ‘기독교사회책임’ ‘신도시·재개발지역 전국 교회연합’ 소속 목회자들이라고 신분을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원주민과 세입자를 내쫓는 재개발 정책을 원주민의 재정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도시 재생방식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보수성향 목사들이 과격한 도로 점거시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위를 주도한 서경석 목사(61)는 “두 차례나 집회를 했는데 언론보도가 안돼 이 방법을 택했다”며 “차로 점거를 통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이 재개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교회들도 피해를 입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사회책임에 따르면 김포지역의 경우 ‘김포·한강신도시 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60여곳의 임대교회가 이사비용만 받고 문을 닫았다. 박재호 목사(60)는 “전국 1139군데 재개발·뉴타운사업으로 1만여개 교회가 쫓겨났다”며 “무모한 재개발로 교회가 한순간에 없어지는 게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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