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 ⓒ뉴스제주
옛 속담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있다. 간혹 이 말을 실감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정년퇴직으로 금융기관 직장생활도 끝나고, 시간여유가 생겨 캐나다 여행을 떠났다. 캐나다 캐륙을 횡단하였고, 나이아가라 폭포에 이르러 배를 타고 관광을 하였다.

떨어지는 옷이 젖지 않도록 모두가 우의를 뒤집어 쓰고 관광중이었다.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야겠기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줄 사람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다 보니 웬 동양남자가 보였다.

일본인인 줄 알고 일어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남자도 흔쾌히 그러자고 카메라를 받아 들었다. 우리 모습이 잘 나오도록 머리에 뒤집어 쓴 우의를 벗고, 얼굴을 재보이며 폭포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는데,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남자의 행동이 어쩐지 부자연스러워졌다.

사진을 찍고 나서 카메라를 되돌려 받으며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그 분도 그제서야 머리에 쓴 우의를 벗으며 “접...니...다.” 하고 꾸벅 인사를 하는게 안닌가.

일본인인 줄 알고 있었는데 한국인이었다. 게다가 내가 금융기관장 시절 거액을 부도내고 도피하여 은행에 손실을 입힌 채무자였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선에서 만날 줄이야....

이제 퇴직한 직장의 옛날 일이고, 머나먼 해외에 나와서 마주친 사람이니 가타부타 따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나는 “그동안 어디서 있었나?” 하고 물었다.

“예, 미국에 와서 할 일 없이 지내다가, 모처럼 나이아가라 폭포 구경을 왔는데, 이렇게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한 번 굽실거렸다.

“다 지난 일이고 나도 이제 퇴직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몸이나 건강하게 잘지내기 바라네.” 하고 오히려 어깨를 두들기며 위로해 주었다.

나이아가라폭포 관광선 위에서 나를 보자 그가 얼마나 당황하고 놀랐는지 짐작이 간다.

외나무디리 위에서 마주친 원수격이니.....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