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 교수

<뉴스제주>는 창간 9주년을 맞아 ‘제주사회를 말하다’를 주제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어가는 책임자들과 이를 바라보는 시민사회 논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중 이번 지면에선 김태일(53)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찾아 제주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여러 현안들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봤다.

▲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 교수. ⓒ뉴스제주

김명현 기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에서 추진한 사업들 중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김태일 교수
영어교육도시는 정상적으로, 내부적인 잡음이 있지만 그나마 JDC가 벌려놓은 사업들 중에 그래도 수익금도 나고 활성화되는 사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학교 쪽에 이익배당금을 설정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해 줄 수는 있다. 다만, 제주도민과 제주영어교육도시 간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 하는 관점에서 보면 도민 혜택은 별로 없다는 것이 아쉽다.

굳이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면세점 사업이다. 그런데 면세점은 누가하던 간에 상관없이 땅 짚고 헤엄쳐도 돈을 버는 곳이다. 그래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하지 않나. 사실 면세사업은 JDC가 해야 될 것은 아니다. 다만, 재정적으로 국가에 손 벌리지 말라고 해서 국토교통부가 JDC에다가 면세점을 준 것이지, 그걸 가지고 다른 사업을 하라고 한 건 아니다.

나머지는 좋게 봐줄 수 있는 게 없다.
초기에 투자했던 첨단과학기술단지를 보자. 활성화 되고 있나? 없다. 헬스케어타운은 숙박시설만 들어가 있고, 신화역사공원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몇 조원이 투입되면서 그 안에 무엇이 들어가느냐의 문제다. 놀이기구와 카지노, 그것도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는 보장도 없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현 시점에선 착시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게다가 현재 중국 글로벌 경제의 영향력이 크기도 하지만 그만큼 여러 가지 문제 안고 있다. 그래서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경관훼손의 문제도 심각하며, 예래휴양형주거단지도 성공했다고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항공우주박물관은 지금 있는 프로그램과 시설, 규모나 성격을 보면 처음 오픈할 때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물 먹는 하마가 될 것으로 예견됐다. 이미 적자는 누적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이제 와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질 않나. “어? 박물관 했는데 안 되네”해서 국가공기업이 추진했던 사업을 문화관광부에다가 요청을 해서 국립박물관으로 승격해달라는 요청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거기 가보면 알겠지만, 우주항공박물관인데 퇴역한 비행기 갖다 놓았다. 누가 이걸 보러 오겠나. 우주항공이라면 나사(NASA)처럼 우주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무중력 체험이나 여타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프로그램들이 있어야 하는데 들어가보면 용산 전쟁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는 40∼50년 전 비행기를 갖다 놓으니 적자가 나는 거다.

김명현 기자
사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선 기대를 많이 했던 도민 중 한 사람으로서, 무중력 체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김태일 교수
항공우주박물관의 사례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개발이다. 개발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개발이라는 것에도 여러 가지 방법의 개발이 있다. 지금처럼 직접 개발하는 방법이나 다른 제3자와 손을 잡고 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JDC는 공기업답게 공익성을 담보로 한 개발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를테면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 국가공기업으로서 JDC가 투입돼야 한다. 물론 손해 보면 안 될 것이다. 손해 보면 안 되니까 들어가는 재정은 면세점 재원으로 쓰면 된다.

또한 제주도내 서민들을 위한 행복주택사업 등을 할 때 JDC가 기금펀드를 조성해서 건설업자에게 저리로 개발하게 하고, 제주도민들은 저리로, 낮은 전세금으로 주택을 사서 들어갈 수 있도록 간접적인 지원을 해주는 개발방법도 있다.

그것 외에도 대규모 리조트를 개발할 때, 지금처럼 부동산 대장이 되어서 땅을 매입한 후 택지개발로 땅 장사를 할 것이 아니라 토지를 담보로 지역주민들에게 보증을 서게 해주고, 기금으로 개발자금을 지원해주는 간접방법이 있다.

그러면 지역주민은 은행이 아닌 JDC로부터 저리의 투자금을 가져오고, 중국자본은 투자를 직접하게 되면 서로 윈윈이 되는 방식이 만들어질 수 있다. 개발이익금은 주민들에게 가기도 하지만 일부는 JDC에 들어가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하면 되는 거다. 주민들은 토지를 잃어버릴 일도 없고, 개발이익은 토지보상 대신 임대비용만 받으면 되는 거다. 20∼30년 뒤에 후손들에게 상속해 줄 수도 있다.

김명현 기자
왜 그런 모델을 개발하지 않을까

김태일 교수
그러니까 답답하다는 거다. 그런 것을 고차원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공기업으로서 해야 할 일다.

김명현 기자
말 많은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태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법 개정 말고 답이 없어 보이는데...

김태일 교수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법 개정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대법원에서 공공의 목적을 가진 유원지를 민간기업이 소유해 돈을 버는 관광지 시설로 개발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한 건데, 그걸 합법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여진다. 그것밖에 대안이 없다고 하는 것에 대해 왜 고민을 하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다. JDC도 그렇고 제주도개발공사도 그렇고 제주도가 일괄해서 매입을 하면 되는 거다. 매입을 해서 지역주민들과 손을 잡고 공동투자해서, 공공의 목적에 맞게, 유원지 성격에 맞게 추진하면 될 일이다.

그러니까 아까 말했던 JDC가 면세점으로 얻은 몇 천억 원의 수익이 있고, JDC에게도 돈이 있고, 제주도개발공사와 제주관광공사도 있다. 한꺼번에 갚지 않아도 된다. 일괄 매각해서 그 다음에 매년 조금씩 500억 원씩 4년 동안 갚아 나가도 되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거다. 못할 이유 없다. 버자야가 떨어져 나가겠다 하면, 법적 손해배상을 지불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매각하라고 해서 그걸 제주도가 사고 - 이제까지 투자된 돈 얼마인지 잘 알테니 거기에 돈 좀 더 줘서 이것을 사서 - 우리가 유원지 성격에 맞게 하든지 아니면 공공의 목적에 맞게, 프로그램을 바꿔서 진행하면 되는 거다.

건물은 이미 지어졌으니 어쩔 수 없더라도, 그 안에 지역주민이나 토지주들에겐 돈을 줄 수 없으니 토지 소유를 인정해주고 하면 임대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면 되는 거다. 그런 부분에서 합의를 봐서 개발방식을 바꿔 진행을 하면 될 것이다.

JDC나 제주도개발공사 등은 예산이 어느 정도 여유가 되니까 제주도가 이들 공기업과 역할분담을 해서 장기 상환하는 형태로 해서 하면 된다.

예래동휴양주거단지가 아직 다 개발된 것도 아니다. 일부에 대해선 토지보상을 해줄 수 없으니 그 대신 참여하라고 하고, 일부 공사한 것은 다른 곳에 매각해서 매각대금을 여기 지역주민들에게 주든지 아니면 이쪽 지역을 다시 활성화하는데 재투자하는 쪽으로 가도 될 것 같다.

데이터를 정확하게 오픈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JDC가 지난해 면세점으로 번 돈이 2000억 원(실제로는 약 1800억 원)이라고 하면, 다시 재투자하고 해야 하니까 1000억 원씩 잡고, 그러면 5년이면 5000억 원이다. 거기다가 삼다수를 통해 이익을 얻은 제주도개발공사도 있다. 그렇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서로 안 할려고 하니까 문제인거다.

그러니까 토지주들에게도 이런 점을 설득하고 토지를 담보로 해서 참여하게 하면 좋지 않나. 그러면 토지주들에게 들어갈 돈은 없으니 행정에서 나가는 돈은 없는 거다. 왜냐하면 현물출자해서 참여하는 꼴이니까.

단편적인 것만 말했지만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앞서 말한 건 하나의 예시였고, 다른 방법의 예를 든다면, 제 3의 기업, 이를테면 한화나 삼성 등 대기업의 자본을 갖고 들어와서 공익적 목적에 맞게 추진해도 된다. 물론 기업에 이익은 돼야 할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같이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일부를 민간 기업에 팔아서 할 수도 있는 거고, 방법은 있다. 그런데 문제해결을 아주 간단하게 법 개정만 하려고 하니까 지역주민 주민들에게 ‘너희는 떠들어라,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는 식으로 무시하는 거다.

이건 웃기는 넌센스다. 대법원에서 사업 자체가 잘못됐다고 판결한 건데, 근본적으로 그 사업을 고칠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법을 고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거다.

김명현 기자
너무 편한 길로 가려고만 생각하고 있다는 건가

김태일 교수
그렇다. 상식적으로 일반 시민들도 그렇고, NGO단체들도 비판하는 것이 그런 것일 거다. 상식을 벗어난 일인데...

김명현 기자
민선 6기 도정에서 시급히 다뤄야 한다고 보는 사안은?

김태일 교수
우선 원도심 재생 사업을 들 수 있겠다.
원도심 활성화는 단순하게 도시를 재생한다고 하기 보다는 제주의 문화, 역사가 함축된 제주의 정체성을 부활시키는 작업이다. 이것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10여 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실천력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사업대상이 이 부분이다.

이를 통해서 공항과 항구, 국제여객터미널과 연관시켜 새로운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와 함께 동문시장과 서문시장을 활성화하면서 2∼3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파급효과가 큰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번 기회에 중산간 지역의 도로를 기준으로 한 개발제한 규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처럼, 그 차원을 넘어 도지사가 바뀌더라도 제주도의 환경보전의 큰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중산간 보전 등급을 상향시키는 것과 동시에 중산간 지역에 대한 활용가치를 높이는 개발방법 등의 전략을 빨리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도가 지역활성화 혹은 경제활성화 논리 하에 진행됐던 무분별한 건축물 고도완화나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자연녹지지역의 건축행위를 완화한다고 해서 경제활성화가 이뤄진다는 계산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세 번째는 해안지역에도 많은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 해안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도시건축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입장에서 바라볼 때 위 3가지 정도를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지사 시기 때에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 확실하게 그 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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