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초 5학년의 힘찬 도전, 전도 자전거 일주 '대성공'

멀리서 바람을 가르는 바퀴 소리가 들린다.

"온다, 저기 온다!"

 

온 제주가 한 눈에 보일만큼 넓고 높은 가을하늘 아래 펼쳐졌던 레이스.
그 마지막 날이 되자 선생님, 아빠, 엄마, 할머니까지 버선발로 아이들을 마중 나왔다. 스케치북에 알록달록 아이들의 이름이 쓰인 플랜카드가 나부꼈다.

 

 

▲5학년 친구들을 마중나온 가족들. ⓒ뉴스제주

 

애월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의 도전 활동 "제주를 달리다" 자전거 전도 일주 프로그램이 지난 6일 3박4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자전거로 219km. 애월초등학교 5학년 학생 20명의 마음이 모아져 시작된 일이다.

준비기간만 장차 6개월이 걸렸다. 선생님들이 직접 코스를 짜고, 현장 답사도 2번이나 다녀왔다. 학부모님들을 설득하는 것도 일이었다.

요한이 어머니 심진희(34)씨는 "차들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하원이 어머니 김현정(43)씨 또한 자전거 전도 일주 얘길 듣고 학부모 회의에 참석해 반대 하겠다 마음먹었더랬다.

김현정 씨는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며 "불안하기도 하고, 자전거 도로가 잘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반대하기로 마음먹고 회의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안감은 잠시뿐이었다.
김 씨는 "(설명을 들었더니)선생님들께서 준비를 너무 열심히 잘 해놓으셨다. 감사한 마음에 믿고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마음을 놓으니 기대감도 생겼다. 아이들이 완주를 했을 때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될지 생각해봤다. 이건 부모가 해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애월초등학교는 학기 초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각 학년별 도전활동을 정했다.
흥미 위주의 '체험활동'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1~2학년은 줄넘기, 3학년은 수영, 4학년 한라산 등반, 5학년은 '자전거 일주'로 도전활동이 정해졌다.

도전활동이 정해지자마자 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6월 자전거 교육 위탁 업체인 (주)푸른바이크쉐어링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자전거와 안전장비까지 구입했다.

자전거를 구입하자마자 자전거 교육이 실시됐다. 푸른바이크쉐어링 강사 2명이 일주일에 1~2번 학교를 방문, 이론과 실습을 실시했다.

아이들은 날씨가 궂은 날을 빼고는 매일 자전거 위에 올랐다. 그렇게 약속된 날이 다가왔다.

11월 3일 오전 8시20분 애월초등학교 앞에 모였다. 준비운동 후 1코스부터 4코스까지 하이킹이 시작됐다.

1코스는 학교에서부터 명월진성까지 11.5km. 이어 2코스 명월진성-자구내포구 16.5km, 3코스 자구내포구-송악산 19.5km, 4코스 송악산-예래동 14km까지 총 61.5km.

첫 날인만큼 아이들의 투정이 심했다. 잔꾀를 부려 자전거 대신 차에 몸을 싣는 친구들도 생겼다.

한 줄로 타야하는 자전거 대열이 무너졌다. 3줄, 4줄… 혼쭐을 내려고 지켜봤더니 양 옆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첫 발을 뗐다.

 

2일차, 예래동에서 강정초까지 11km 5코스를 시작으로, 6코스 강정초-보목포구 13km, 7코스 보목포구-남원큰엉 12km, 8코스 남원큰엉-가마초 11.5km, 9코스 가마초-표선해수욕장 6km까지.

 

교장선생님은 '도전'인만큼 2일차부터는 차를 태워주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방법이 없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또 '함께'하기 시작했다.

3일차, 다시 아침 일찍 출발을 준비했다. 오늘은 10코스부터 14코스까지 67km. 이날은 모두가 기억에 꼽는 날이다.

표선숙소를 출발해 온평포구, 종달초, 세화포구, 김녕해수욕장, 조천까지 달렸다.

제주도 반 바퀴를 넘어서자 아이들의 발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오르막길은 더욱 가팔랐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비까지 쏟아졌다. 우비를 입고 달렸다. 몹시 습했고 비와 바람의 저항 때문인지 더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그 때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애월초 파이팅, 5학년 파이팅!"

응원의 목소리가 빗속을 뚫고 울려 퍼졌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다. 아이들은 서로를, 또 자신을 응원하며 페달을 밟았다.

4일차. 마지막 날이 밝았다.
조천숙소에서 화북초까지 10km, 화북초에서 용담레포츠공원 8km, 레포츠공원에서 도두동 까지 5km, 도두동에서 다시 학교까지 14km.

학교에 다가서자 아이들을 반기는 함성이 쏟아졌다. 폭죽소리도 울려 퍼졌다.

초등학교 5학년. 나름 고학년이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엄마 품에 안겼다. 부모와 아이들 모두 눈시울이 불거졌다.

 

가영이는 원래 자전거를 탈 줄 알았었지만 '전도 일주'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었었다.

 

주가영 학생은 "자전거는 탈 수 있었지만 (전도일주는)못 할 것 같았다"며 "해보니 힘들었지만 도전이라는 것에 승부욕도 생기고, 무엇보다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보미는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 매일 아침 자전거로 운동장 20바퀴를 돌았다.

전보미 학생은 "자전거를 탈 줄 몰랐고 못할 것 같았는데 (해냈다)"며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 너무 힘들었지만 친구들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다"고 했다. 다시 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김영준 교장선생님은 "멋진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 만큼 아이들에게 이번 프로그램이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부모님들은 오늘부터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라. 5학년 친구들도 더 멋진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하라. 학교에서도 지원하겠다. 단, 마음이 모아졌을 때다. 모두 열심히 도와달라"는 당부의 말로 일정을 끝맺었다.

 

▲김영준 교장. ⓒ뉴스제주

 

프로그램을 총괄 기획한 이문식 교무부장은 "오랫동안 준비를 했고 팀워크를 맞춰왔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아이들이 너무 잘해줬다"고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도전 활동이라는 자체가 자신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은)자전거 실력을 키우는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도전활동에 성공함으로써 자신감, 자아존중감 등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대성공"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자식은 존재 그 자체가 부모의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이 있을까. 그런 자식들의 도전과 성공이 부모 입장에서는 너무도 벅찬 감동이었을 것.

아이들 또한 새로운 도전과 해냈다는 성취감이 더해 행복한 기분에 사로 잡혀있을 것이다.

이 마음이 모두 할 수 있다는 자만이 아닌 자신감이 되길.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 올라갈 수 있는 아이들의 계단이 되길 바라본다.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