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도내 중소기업 육성, 공기업이 외면하면 누가 키우나

제주도내 공기업엔 제주도개발공사와 제주관광공사, 제주에너지공사가 있다.
이들 3개 기업은 모두 제주의 천연 자연자원을 이용한 사업을 벌이면서 제주도의 부가가치를 높여 나가고 있다. 제주의 지하수, 멋진 자연환경, 바람 등을 이용해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고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러한 제주의 자원들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제주도민 전체의 것이다. 이것을 공공자원이라 부른다. 이들 공기업들은 도민의 재산인 공공자원으로 사업을 추진해 수익을 내고 있으니, 도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하는 건 당연하다. 도민혜택은 각종 장학사업과 문화혜택, 중소기업 육성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공기업의 책무와 도덕성은 여타 민간기업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기업’이기 때문에 이윤을 중시해야 하지만, 공공성을 띤 기업이기 때문에 당장의 이윤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로 투입돼 조직된 단체이고, 그 돈으로 운영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섣부른 사업 투자로 인한 실패는 달게 용서가 되지 않는다.

도개발공사의 호접란 사업이나 제주관광공사의 아텐타워 사업 역시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비난받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과정이 어떻게 됐던 도민들이 낸 세금의 수억 원이 증발했다.

그런데 가장 뒤늦게 출범(2012년 7월)한 제주에너지공사(사장 이성구)도 공기업으로서 지녀야 할 책무와 도덕성을 저버린 행태를 보여 문제가 되고 있다.

▲ 김천문 의원(새누리당, 송산·효돈·영천동). ⓒ뉴스제주
# 도내 중소기업 육성엔 관심 없는 제주에너지공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지난 10월 30일 제주에너지공사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제주에너지공사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제주에너지공사는 도내 풍력발전 시설에 들어갈 소화 장비 구축을 위한 전자입찰공고에 입찰 자격 제한을 풀어 도내 소상공인 기업들을 배제시켰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러한 의혹의 촉발점이 됐던 건 올해 7월에 있었던 풍력발전기 화재사고다.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천문 의원(새누리당, 송산·효돈·영천동)이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에게 따져 물으면서 드러났다.

이성구 사장은 “화재 사고에 따른 빠른 수리를 위해 그랬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번 공고는 화재가 났던 발전기를 수리하기 위했던 것이 아니라, 그 사고로 인해 문제가 드러난 기존 풍력발전기에 설치되지 않았던 소화 장비들을 뒤늦게 구축하기 위한 사업으로 입찰공고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 김천문 의원이 문제 제기한 에너지공사의 지난 7월 풍력발전기 부속부품 구매 입찰 공고에는 소기업,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제한경쟁 입찰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뉴스제주
또한 입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풍력발전설비 자동소화장치 구매 건에 대해 물품으로 발주해 놓았으나, 입찰 참가자격으로는 소방시설 공사업법에 따른 전문소방시설 공사업 면허를 소지한 업체로 공고했다.

관공서에서의 이런 발주는 일반적으로 물품, 공사, 용역으로 구분해 진행하는데, 에너지공사는 물품으로 발주하고 참가자격으로 공사업 면허를 적용했다. 이는 일반적인 지방계약법 적용근거와는 거리감이 있는 발주 방식으로 참가업체들에게 혼선을 초래했다.

이어 김천문 의원이 “지역 업체와 상생할 의지가 있긴 한 것이냐”고 따지자, 이 사장은 “신재생 에너지발전 사업의 다각화로 제주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고용창출에 힘쓰겠다”고 답했다.

이 사장의 이런 답변은 올해 2월에 진행됐던 <뉴스제주>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랬다. 당시 이 사장은 제주에너지공사를 두고 “제주의 에너지 자원으로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보급하는데 힘써 도민복지를 증진시키고 개발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도민의 기업”이라고 밝혔었다.

허나 제주에너지공사 홈페이지의 입장은 이성구 사장의 답변과는 달라 보인다.
공사 홈페이지에 적시된 입찰 자격을 보면 기본적인 재무재표나 실적 등을 반영치 않고,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입찰할 수 있도록 풀어놨다. 대기업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보니 자연스레 도내기업은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입찰제한은 중소기업들을 살리기 위한 중요한 정책 중의 하나다. 조그만 모이를 나눠주는데 공룡들이 쳐들어오면 병아리들이 모이를 먹을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국내 면세사업권을 쥐고 있는 관세청은 몇 해 전 오랜 관행을 깨고 면세사업권을 중소기업들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제한경쟁 입찰을 도입했다. 그래서 15년 만에 추가된 제주도 시내면세사업권을 제주관광공사가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렇게 나서고 있는 마당이지만, 제주에너지공사는 도내 기업육성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 2014년 12월 제주에너지공사에서 공시한 “풍력발전기 부속 부품 구매“ 입찰 제안서. ⓒ뉴스제주

특히 2014년 12월 에너지공사에서 공지한 ‘풍력발전기 부속 부품 구매’ 입찰 제안서 내용을 확인해 보면 ▲사업자 등록을 필한 업체 ▲소기업,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제한경쟁 입찰을 적용하지 않았고 ▲예정가격 대비 최저 낙찰가를 적용해 낙찰 하한율 87.745% 이상을 적용치 않았다.

에너지공사가 발주하는 물품은 대부분 국외에서 수입하는 물품으로, 특정한 설비(규격)에만 적용되는 부품이다. 그러다보면 부품의 원활한 유지보수를 위해선 입찰 업체의 제품 납품실적 등을 제한해야 함이 마땅해 보인다.

사업자등록증만으로 입찰이 가능하다는 것은 풍력발전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어도 된다는 말이다. 이는 추후에 부품 하자 등에 대한 문제 발생 시 적절한 대처방안이 뒤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또한 에너지공사에서 발주한 물품입찰 개찰결과를 보면 지속적으로 도내 4~5개 업체가 참여해왔기에 제주도 내 소기업,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제한경쟁 지역제한 입찰에 붙일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해 왔음에도 지속적으로 전국입찰을 시행하여 제주 공기업으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제주도의 정책과 엇박자를 내어 왔고, 오히려 3천만 원 내외의 물품조차 대기업에게까지 개방하고 있다.

이는 결국, 겉으로만 제주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말 뿐인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 공기업이라면 마땅히 제주도민을 위한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이러한 입찰 방식으로는 원희룡 도지사가 누누이 강조해 온 정책과도 엇박자를 내게 된다.

이를 두고 이성구 사장은 <뉴스제주>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일은 절대 없다”며 “우리가 대기업으로부터 물품 구매를 해야 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뉴스제주>에서 해당 입찰 서류 내용을 통화로 설명하자, 이 사장은 “물품 발주는 직원이 하는 것이고, 감사에 걸리지 않기 위해 그렇게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답변으로 직접적인 책임을 피해가려 했다.

▲ 제주도청 및 산하기관들은 물품구매 시 상당수를 지역제한, 지역 업체와의 공동도급에 대한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지역 업체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뉴스제주
이러한 답변에 <뉴스제주>가 확인해 본 결과, 제주도청 및 도 산하 소방안전본부 등 대다수의 기관은 물품구매 뿐만 아니라 공사 및 용역 전반에 걸쳐 지역제한을 두고 있었다. 또는 지역 업체와의 공동 도급에 대한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도내 기업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 때문에 전국 발주를 진행한다는 대답은 무언가 석연치 않다.

이와 함께 또 하나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제주에너지공사가 최저낙찰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품(부품) 발주 시 낙찰자 결정방법 중 예정가격 대비 87.745% 또는 86.745%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저가 낙찰제’가 “예산을 줄이는데 도움은 될 수 있으나 업체 간 과잉경쟁으로 인해 품질저하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고 해서 낙찰률을 계약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그런데도 제주에너지공사는 사업자등록을 필한 조건을 갖춘 전국의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과잉 경쟁을 유발시키고 있다.

비단 물품뿐만이 아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일반 공사 이외의 대부분 발주 또한 전국입찰로 진행해 제주기업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 도내 중소기업 육성정책... 머리, 손, 발 다 따로따로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은 신화역사공원 공사 시 총 공사비용의 50% 이상 제주기업 참여를 전제로 허가를 내주고 T/F팀을 구성해 지도 감독하고 있다.

민간 기업에게조차 제주기업과의 상생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킨 것은 원희룡 지사가 도내 2차 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거기다가 원 지사는 제주 향토기업을 지원,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의 정책은 이와 반대로 가는 모양새다.

이성구 사장은 “제주도의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도내 업체와의 상생만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다”며 “특히 풍력발전기 관련해서는 워낙 공사가 커 도내 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발언의 취지를 엿보면 이미 제주에너지공사에선 도내 업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지어 놓고 도내 기업의 선별적 참여를 보장하려는 것으로 비춰진다.

제주도민이 주인인 공기업조차 이런 상황이라면,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테크노파크 등 도내 여러 출자·출연기관을 통해 진행되는 도내기업 육성사업들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원희룡 지사가 품는 ‘도내 2차 산업 육성’의 포부는 커 보이지만, 정작 그 아래 손·발이 따로 놀고 있는 형국에서 제주도내 기업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없어 보인다.

# 해당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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