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 현임종. ⓒ뉴스제주
서울에서 잘 알려진 학원 원장으로 있는 친구가 갑자기 나를 찾아왔다. 고향에 남아 있는 재산 모두를 날리게 생겼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고등학교 동기 동창인 그는 대학 졸업 후 교육자를 양성하는 대학에 들어가 교육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났고, 약사인 부인과의 사이에서 아들, 딸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부인인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서 불행히 싹트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잘 나가던 교수가 별안간 사직을 하고 상경한다기에 무슨 일이나 궁금해 했는데 서울에서 알아주는 학원 원장으로 취임했다고 알려왔었다.
내가 서울로 발령받고 상경하게되자, 시간을 내어 그의 학원을 찾아가 본적 있다.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깜짝 놀랐다. 도대체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큰 학원의 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거냐고 물어도 웃기만 할 뿐 자세한 내용을 말해 주지 않았다.
주위에서 얻어들은 소문에 의하면 그 학원의 주인이 과부인데, 천하일색 미인이고, 내 친구 역시 훤칠한 키에 미남자라서, 홀아비, 과부인 두 사람이 서로 뜻이 맞아 함께 살게 됨에 따라 그 학원 원장 자리가 굴러들어왔다고 모두들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큰 학원 원장이라는 직함에다 좋은 차, 미모의 부인 등 모든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10여 년간 잘 지내고 있어 아무 탈 없는 줄 알았다.
그랬던 그가 헐레벌떡 나를 찾아와 국세청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압류해 버려 알거지가 되게 생겼다며 구제방법이 없는지 물어본 것이다.
자세한 내용을 듣고 보니 그는 학원 원장으로 이름만 걸어 놓고 앉아, 주는 월급이나 받으며 과부의 욕심(욕정)이나 채워주는 기둥서방이었고, 당연히 혼인신고도 안 된 부부였다는 것이다.
학원 운영의 실권은 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과부의 아들과 과부가 도맡아 처리하고 있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국세청에서 들이닥쳐 세무조사가 시작되었고, 10여 년 동안 원장모르게 빼돌린 금액이 어마어마했는데, 모두가 원장의 책임으로 되어 버려 원장 개인소유의 제주도 재산마저 국세청으로부터 압류당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물론 과부와 그녀의 아들, 둘이 짜고 한 짓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결국 내 친구는 과부의 집에도 못 들어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닌게 아니라, 내가 학원에 방문했을 때 부원장이라고 소개시켜주는 과부와 인사 나눈 바있는데, 절세미인에다 애교가 철철 넘쳐, 여러 놈 신세를 망칠 것 같더니만.....미모에 빠져 나가던 대학교수 자리마저 던져두고 달려간 것이 신세를 망치고 만 것이다.
모든 재산을 잃고, 더구나 사람에 대한 신뢰심마저 배반당한 그는 홧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의 부음을 듣고 조문갔으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체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억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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