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가 있는 풍경, 어선이 정박하자마자 공수한 싱싱한 먹을거리, 제주 특유의 투박하지만 뜨뜻한 인심... 제주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여느 해안가 횟집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횟집 거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오래 된 상가 건물 30여개의 대부분이 횟집이고 선구점과 다방 등도 눈에 띄는데, 날이 어두워지면 아쉬움이 감도는 이곳이 바로 1960년대에서 70년대 제주 남서부지역에서 가장 부흥했던 모슬포 축항동네이다.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예전의 번화함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외곽 지역의 항구동네 사람들은 최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대정읍주민자치센터 특성화사업 공모를 통해 ‘모슬포 포구 횟집 특화거리 만들기 사업’에 1순위로 선정되며 도약에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 2월 대정읍주민자치센터는 주민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공모신청된 6개의 사업계획안 중에서 ‘모슬포 포구 횟집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올해의 특성화사업으로 선정했다. 포구 인근 횟집밀집지역을 포구와 횟집, 특색 있는 경관, 고품격 서비스가 어우러진 지역의 명소로 재창조하여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자하는 의지와 발전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포구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주민들로 이루어진 추진협의회를 구성하여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5개월이 지나자 퇴색됐던 건물외벽 곳곳이 바다이미지의 벽화로 채워지고 일정구간마다 환한 경관조명등이 설치되어 밤에도 바다내음 맡으며 걸어봄직한 빛의 거리가 되었다. 해녀, 낚시꾼, 방어 등 그림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거리에서 사진을 찍다가 ‘우리 가게 물꾸럭 그림 앞에서 찍는 것이 멋지다’며 횟집 사장님이 직접 셔터를 눌러 주는 따뜻함도 느낄 수 있다.

특성화사업 시설은 완료됐지만 특화거리 조성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특화거리 추진협의회에서는 주민들 스스로가 거리 발전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한다며 서비스마인드 향상을 우선과제로 삼는 한편 일방통행거리, 일몰 후 차 없는 거리 등 나름의 전략을 구상중이다.

사실 벽화와 경관조명 시설만으로 아직 모슬포항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침체되어가는 생활터전을 다시 부흥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지와 노력은 항구 사람들에게 있어서 변화에의 새로운 시도요 용기 있는 도전인 것이다.

‘최대한의 주민참여’라는 기치를 내건 이번 특화거리 조성사업은 지역의 자치역량을 가늠하고 키워나가고자 하는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올 여름 모슬포 횟집 특화거리를 찾는다면, 싱싱한 횟감은 물론 포구동네 주민들의 뜨거운 열정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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