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폭설 후유증, 저가항공사들 일제히 사죄문 발표
허나 그 뿐, 개선의지는 보이지 않아... 한국공항공사도 '조용'

지난 23일부터 제주도 전역을 강타한 폭설과 한파, 강풍으로 9만여 명에 이르는 국민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4일 밤낮을 제주국제공항 맨 바닥에서 자고 먹고를 해야했던 체류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다시는 제주에 오지 않겠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던 사람들도 꽤 있었다.

"23일에 탑승 예정이었던 나보다 왜 여기 온 사람이 먼저 집에 가느냐"며 탑승 우선권을 보장하라는 피켓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유례없는 제주국제공항 운항 중단 사태로 위기능력 대응 제로점을 보여 준 한국공항공사나 저가항공사들은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연일 지탄의 대상이 됐다.

▲ 폭설과 강풍 등의 기상악화로 지난 23일부터 4일 동안 제주국제공항이 마비되면서 9만여 명의 체류객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뉴스제주

지난 27일 새벽 12시 전후로 제주에 머물었던 모든 승객이 귀가할 수 있게 되자,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의 저가항공사들은 일제히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진에어는 아직 게재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의 대형항공사들도 별도의 사과문을 올리진 않았다.
다만 이들 두 곳의 항공사는 45시간만에 항공기 이륙이 재개될 즈음, 23일 탑승 예정이었던 고객들부터 우선 탑승권을 보장하기 위해 문자서비스를 발송하면서 제주국제공항 내의 혼란을 최소화시켰다.

반면, 저가항공사들은 대형항공사처럼 체류 중인 승객들에게 먼저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문자서비스를 시행하지 않았다.

제주국제공항이 23일 오후 5시 50분을 기해 전면 운영 중단됐지만, 많은 사람들은 공항 내에 머물러야 했다. 발권이 현장에서만 이뤄지다보니 항공기 운항 재개 소식을 조금이라도 먼저 듣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제주국제공항은 3박 4일 동안 전쟁터에서 피난 온 난민촌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체류객들이 공항 바닥에 신문지나 종이박스를 깔고 누워 자야했다.

다행히 큰 사고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공항 입구에 자랑스럽다는 듯 걸려 있던 '공항만족도 1위'라는 현수막이 아이러니다.

# 저가항공사들의 "미안하다"... 허나, 개선의지는 두루뭉실...

제주항공은 자사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32년만의 폭설로 공항이 폐쇄되면서 제 시간이 여행을 못하게 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운항 재개 시점에 맞춰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34편의 정규편과 16편의 임시편을 편성해 모셨지만 불편을 덜어드리는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재난 상황에 개선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많은 경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항공은 "빠른 시간 내에 불편의 원인을 찾고 개선점을 찾아 모시겠다"며 "다시 한 번 불편을 겪게 해 죄송하다"고 전했다.

제주국제공항이 정상 가동됐을 때, 가장 먼저 이륙한 이스타항공에서도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스타항공은 "고객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정기편 42편 외에 특별기 36편을 운항해 고객 수송에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타항공은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며 "그 부분은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게재했다. 하지만 그 뿐이다.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도 자사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시정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에어부산은 "깊은 유감의 말을 전한다"며 "운항 중지 첫날부터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3차례 회의를 거쳐 총 24편의 임시편을 운항키로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에어부산은 "최대한 노력했지만 여러 부족함이 많았다"며 "손님 여러분을 모시는 과정 중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넓은 이해를 바라며 향후에 더욱 편안히 모시겠다"는 말 뿐이었다.

티웨이항공 역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전사적 대응에 노력했으나 상황이 급변해 정상화시키지 못했다"며 "최대한의 항공편을 투입해 모든 체류객을 수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티웨이항공은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드리며 앞으로도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이들 저가항공사들은 이번 사태에 따른 개선방안이 무언지 모를 수가 없다. 대형항공사처럼 순차적으로 발이 묶인 승객들 위주로 좌석을 확보해주고 문자서비스를 시행하면 될 일이다. 이를 두고 단순히 "개선하겠다"는 표현만으론 뭔가 부족해 보인다.

향후 이러한 상황이 재발했을 시 똑같은 장면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저가항공사들이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쓴소리를 내뱉으며 국토부에 건의해 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허나, 한국공항공사도 아직까진 이번 사태에 따른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공항이용 수수료를 버젓이 지불하고 항공기를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류객들은 3박 4일간 차디찬 맨 바닥에 1만 원을 주고 산 종이박스에 누워 잠을 청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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