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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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4일, 기업은행 제주지점 사옥을 고서모루 동산 위 (동양동산 위)김기수안과 신축건물로 옮겼다. 나도 지점장이라고 초청받아 기념 테이프 컷팅을 같이 했다.

한국은행지점장을 비롯하여 도내 각 금융기관 지점장, 각 기업체 사장들이 지점이전 기념식에 축하차 참석하였다. 축하화분도 많이 들어왔지만, 불우이웃 돕기에 활용하라는 뜻으로 축하 쌀 포대도 많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니 이것이 아마도 새로운 유행인 것 같다.

축배 순서가 되어 이 사람, 저 사람이 지점사옥 이전을 축하하는 축배를 선창하였고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나는 축배에 앞서 기업은행 제주지점의 유래를 말하고 싶어 첫마디를 “다들 지점이전을 축하하고 있지만, 나는 서운한 생각이 듭니다. 내가 지은 지점 건물을 버려두고 이 곳으로 옮겨 왔으니 서운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고 말을 시작하였다. 나의 이 말에 참석자들 모두가 다음 이어질 말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기업은행 창립기념일과 제주지점 개설기념일은 일차하지 않고 뒤늦어집니다. 그 원인은 5.16혁명 후 농업은행에서 농협과 기업은행으로 분리될 때 제주에는 농협중앙회 제주도지부도, 기업은행 제주지점도 설치되지 않았으므로 제주농민과 제주에서 사업경영하는 기업인들에게 모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나는 당시 농업은행 기획조사부 소속에서 농협중앙회 기획조사부로 승계된 자리에서 근무했고, 기획조사부는 기구개편의 주무부서입니다.

제주도민들의 성화에 힘입어 드디어 농협중앙회 제주출장소 설치에 힘을 기울여 지금의 농협 제주지역 본부로 크게끔 했고, 한편 기업은행 제주지점 설치에도 미력이나마 적극적으로 힘을 보탠 바 있습니다.

농협중앙회 제주출장소를 지부로 승격시키고, 지부 사옥을 건설했고 인원확충과 예산확보로 기틀을 잡은 다음, 기업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지점 사옥을 신축하고 2층을 제주상공회의소에 무상임대하여 제주상공회의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등 저의 열과 성을 다 바쳤습니다.

저의 땀과 추억으로 가득 찬 옛 사옥을 버려두고, 오늘 이 자리로 옮겨와 버렸으니 저로서는 서운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를 완전히 버려 버린 것이 아니라, 출장소로 남겨두고 활용한다 하니 반갑고, 오늘 이렇게 밋진 지점으로 옮겨온 것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건배사 치고는 좀 장황했지만 나의 청산유수같은 설명에 참석자들은 기업은행이 그런 역사가 있었나 하며 우렁차게 박수를 쳐 주었다.

기업은행 본부에서 내려온 강서. 제주지역 본부장은 “은행창립일과 지점개설일이 차이가 있어 의아하게 생각해 왔는데 오늘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며 다시 한 번 악수를 청했다.

나는 한술 더 떠서 “그 동안 우리와 경쟁하던 시중은행들은 모두 없어져 버리고, 새 은행들이 창립되었으며 현재까지 옛 이름이 남아 있는 국민은행도 신탁은행, 주택은행과 합병했지만, 기업은행만은 지금까지 그대로 독야청청 남아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자부심을 느끼기 바랍니다.” 하고 좌중을 향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당시 기업은행에 전국 어디에서도 시중은행과 예금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었지만, 제주지점만은 국고를 맡고 있던 한일은행과 제주도 금고를 맡고 있던 제일은행, 그리고 재일교포 거부가 창설한 지방은행인 제주은행 영업부 등과의 경쟁에서 월등히 예금계수가 앞서는 지점으로 키워 기업은행 본부 임원들이 놀랄 정도였다.

그 비결은 내가 제주출신 재일교포들과의 유대강화로 그 분들이 고향의 노부모님들에게 보내온 돈을 기업은행으로 유치하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재일교포들은 고향의 부모님들이 생활에 지장없게 하려고 일정금액을 정기예금 해놓고 그 이자로 생활할 수 있도록 했는데 내가 이에 착안하여 재일교포단체인 제주개발협회를 비롯한 관서도민회, 재일제주도민친목회 등에서 협조받아 그 회원들과 교류하였다.

회원들이 고향에 오셨을 때는 불편한 점이 없도록 적극 협조하여 예금은 기업은행으로 흘러 들어오게 만들었던 것이다.

나중에는 고향에 다니러 들어온 교포들 중에 내가 가만히 있어도 그 분 스스로 찾아와 아무개가 소개시켜 찾아왔노라고 자랑하면서 정기예금을 시켜놓고 떠났으니 예금계수가 날로 증가했다.

당시 지중에 유통되는 현금은 거의 휴지조각처럼 더럽고 너덜거렸다. 나는 매일 기업은행으로 들어온 현금을 분류하여 새 것과 헌 것으로 구별하여 새 돈은 손님에게 대너 드려 고객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드렸고, 헌 돈은 한국은행으로 보내 본지점 이자를 득보는 일거 양득의 노력을 경주하여 거래선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경영수지개선에 일조했다.

이와 같이 내가 열과 성을 다 바쳐 키운 기업은행 제주지점이었기에 그 발전에 당연히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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