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영 제주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파트장

▲ 송문영 제주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파트장. ⓒ뉴스제주

겨울철 감기로 몸이 으슬으슬 할 때면 항상 쌉싸름한 당유자차를 마시고는 했다.

예전부터 당유자는 댕유지, 댕오지, 대유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우며 열을 내리는 민간요법으로 사용하고 각종 제례(祭禮)시 제상에 반드시 올려야 하는 귀한 과일이였다. 마치 상비약 마냥 집집마다 몇그루 심어 놔서 이때쯤 돌담 밖으로 노란 열매가 넘쳐났었는데, 지금은 간간이 찾아 볼 수 있을 뿐이다. 겨울에는 뜨겁게 여름에는 차게 일년내내 곁에 두었었는데 지금은 특유의 향과 맛 탓인지 유자나 레몬에 비해 찾는 이가 별로 없어 아쉬움이 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는 사이에 당유자는 국제슬로푸드생물다양성재단의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선정되기도 했었다. ‘맛의 방주’란 쉽게 얘기하자면 지구가 멸망해도 보존되어야 하는 토종종자나 토박이식품이라는 얘기이다. 여기에 오르는 품목은 특정적인 맛을 지니며 특정 지역의 환경과 사회, 경제, 역사와 연결되며 소멸위기에 놓여있는 것들이다.

세계는 국제식량위기와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 협약을 기점으로 종자주권을 갖기 위한 종자전쟁에 이미 돌입했다. 우리나라 역시 ‘골든씨드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토종종자 보존, 신품종 종자 개발 등 종자 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토종종자는 ‘방주’, ‘주권’이라고 표현 될 만큼 미래세대의 생존권과 연결되어 있다. 수천년 동안 뿌리 내려온 토종자원은 우리에게 적합한 가장 우리적인 자산이며, 외국 대기업 종자와 GMO(유전자변형)종자가 넘치는 현실에서 식량안보의 해결방안이기 때문이다.

당유자는 유기산 함량은 유자보다 2배나 높고 비타민C 함량은 레몬보다 4배가 많으며, 동의보감에서는 ‘위(胃)속에 악기(惡氣)를 없애며 술독을 풀어 주고 입맛을 좋게 한다.’고 하고 있다. 왜 토종이어야 하고 토종일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답이다.

어느 때 보다 추운 요즘, 뜨거운 당유자차를 한잔 마시며 감기도 날리고 토종자원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며 한다. 더불어, 몇 세대가 지난 후에도 한잔의 댕주자 향과 맛이 그대로 전해질 것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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