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태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사무처장

소통의 달인으로 불리는 남자.

정태근 도의회 사무처장은 소통의 달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스스로도 조심스럽게 본인의 장점을 소통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별자치행정국장 재직 당시 영리병원 문제로 양당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제4단계 제도개선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을 때 양당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 제4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소기에 목적대로 통과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도의회 사무처장이라는 자리는 그에게 안성맞춤이다.

<뉴스제주>는 도의회 사무처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태근 이사관에게 어떤 소통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정태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사무처장. ⓒ우장호 기자

■ 2016년도 상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1년 간의 파견 업무를 마치고 도의회 사무처장으로 임명됐다. 소감은?

도의회 사무처장이라는 자리는 공직자에게는 대단히 영광스런 자리이다.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사무처장이기 때문이다. 사무처장의 역량에 따라 의회와 집행기관과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 부피만큼 의장님과 의원님들을 잘 보좌하고 집행기관과의 생산적인 동반자 관계 형성, 그리고 의원님들의 의정역량이 극대화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회사무처의 기능과 능력을 향상시켜 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 지난 한 해, 파견 나가 있는 동안 어떻게 지냈나

지방행정연수원에서 고위정책과정을 이수했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지방자치 우수사례를 현장 체험하는 기회를 얻었고, 전국적 인적 네트워크를 다지는 기회가 됐다. 이러한 경험과 인적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

■ 저번 도의회 사무처장 인사 때는 잡음이 많았다. 이번 인사 추진 과정에선 제주도의회 측과 소통이 잘 이뤄졌나

지난번 인사잡음은 본질적으로 의회사무처 직원 인사권과 관련해 추천권의 내용, 행사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를 반면교사 삼아 「제주특별자치도 의회사무처 직원 추천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의회사무처 직원의 인사권과 관련된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이번 인사 역시 위 조례에 기반을 둬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간의 협의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양측 간의 소통도 잘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 제주도의회는 제주도정의 집행을 검토하고 견제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 동안의 역할이 사뭇 달라질텐데, 어떤 일을 수행하게 되나

그렇다. 그동안에는 집행부의 일원으로써 사업을 집행하는 입장에 있었다면, 지금은 의회사무처장으로써 의장을 비롯한 의원님들이 집행부가 집행하는 사업에 대해 견제·감독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좌하게 됐다.

우선, 의회사무처의 의정할동 지원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특히 의회의 견제기능 중에서도 입법·예산심사 기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바, 입법·예산심사 지원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틀과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의원들의 전문지식을 높이기 위해 연찬회와 토론회, 의원연구모임 들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기서 도출된 정책들이 의원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서 지방자치 나이에 걸맞은 위상을 정립하도록 해 나가겠다. 보좌관제 실시와 인사권 독립 등 지방의회의 기능강화를 위해 대중앙 절충 노력도 펼 생각이다.

■ 제10대 의정이 출범한 이후 그동안 의회는 원희룡 도정과 잦은 갈등을 표출하며 부딪혀왔다.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다고 보나.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기본적으로 기관대립형을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갈등은 어쩌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정책과 관행에서 탈피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경우에 그 갈등은 증폭돼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간의 갈등은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소함, 마찰 등으로 인한 갈등이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원희룡 도정의 정책의 방향성과 틀이 어느 정도 갖추었고, 이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이해도도 높아진 만큼 갈등보다는 정책대안을 중심으로 양자 간의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긍정적인 모습들이 많아지리라고 본다.

■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올해 가장 먼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도교육청의 몫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는 상태인데, 제주도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누리과정은 만 3~5세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공통의 보육과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으로 가구 소득과 관계없이 우리나라 국민으로 만3~5세 자녀가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을 다니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를 말한다. 2012년 5세 누리과정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는 3~4세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는 데, 문제는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을 누가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대해 도교육청과 중앙정부간 입장차가 크다는 데 있다.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조기에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해야 하는 상황인데,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다. 예산편성권은 도교육청의 전속권한인 만큼 도교육청과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조속한 합의를 통해 추경예산안을 편성해 제출하면 심의․의결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

■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해 원희룡 도정이 '무한소통' 하겠다며 사무소를 차렸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

제2공항 후보지에 대한 전격적인 발표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제2공항이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해당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대화에 나선 점은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다만, 앞으로 해당 지역주민과의 소통과정에서 ‘제주도민의 전체이익을 위해 해당 지역주민들의 피해는 일정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태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체 제주도민의 이익을 위해 해당 지역주민들이 희생하고 있는 만큼, 해당 지역주민들이 바라는 바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주민과의 소통에 나설 때 제2공항 문제는 제주도민과 해당 지역주민 모두가 행복한 결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 공직사회에서 인기투표 1위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덕망이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비결이 뭔가

1위가 아니고 상위권 정도라야 맞을 것 같다. 과거의 일이고 ‘인기는 거품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기란 항상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부족한 저를 좋게 평가해 주신 분들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
특별히 뭘 잘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평소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주변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봐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 1977년에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동안 어떤 자리를 거쳐 왔으며, 가장 기억이 남는 때는?

그동안 여러 자리를 거쳐 왔고 때론 분에 넘치는 자리를 맡은 적도 있다고 생각한다.
공직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을 꼽자면, 우선 특별자치행정국장 재직 당시 영리병원 문제로 양당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제4단계 제도개선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을 때 양당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 제4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소기에 목적대로 통과시킨 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다음은 민생시책기획추진단장 시절 도민들의 체감할 수 있는 150개의 민생시책을 만들어 추진한 일, 마지막으로는 제주시 부시장 시절 당시 최대 지역현안이었다고 할 수 있는 쓰레기매립소각장 부지선정 문제와 관련해 해당 지역주민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동복리 친환경 자원센터 부지를 원만하게 선정하게 된 일 등이 기억에 남는다.

■ 올해 병신년(丙申年)을 맞아 새해 소망과 목표는?

의회 사무처장으로써 맞이하게 된 첫 해인 만큼, 의장님을 비롯한 의원님들의 의정활동을 잘 보좌해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감독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의회로 나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게 최우선 목표이다.
이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서로 협력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로 거듭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며, 이것이 도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드리는 길이라 생각한다.

■ 제주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

감귤 및 월동채소의 가격하락 등으로 도민 여러분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부분이 있는 데 의회차원에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씀을 우선 드리고 싶다. 또한 제2공항 문제 등 각종 지역현안에 대해서도 도민의 입장에서 사업이 추진될 있도록 의회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추진해 나갈 것이다.

현장중심의 의정활동을 통해 도민 여러분들 곁으로 좀 더 다가갈 것이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대안들이 제시될 수 있도록 의회차원의 최선의 노력할테니, 도민 여러분들도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대해 좀 더 많은 애정 어린 비판과 의견을 제시해 주셨으면 한다. 도민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