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지아니 인판티노(46) 유럽축구연맹(UEFA)사무총장이 부패 추문으로 좌초 위기에 놓인 국제축구연맹(FIFA)을 이끌 새 선장으로 결정됐다.

지아니 인판티노 유럽축구연맹(UEFA)사무총장은 26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FIFA본부에서 시작된 회장 선거에서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임 알 칼리파(51)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을 꺾었다.

인판티노 FIFA 신임 회장은 이날 2차 투표에서 115표를 얻어 88표에 그친 셰이크 살만 아시아축구연맹(AFC)회장을 여유 있게 제쳤다.

연간 2조 5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운용하는 거대 조직 FIFA의 수장에 오른 인판티노 회장은 UEFA에서 잔뼈가 굵은 축구 행정전문가 출신이다. 2009년부터 사무총장을 하며 미셀 플라티니 회장을 보좌해 왔다.

제프 블래터(80) 전 회장과 같은 스위스 출신으로,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5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일벌레이자 외교적이며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선거 과정에서도 이러한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미셸 플라티니(61) UEFA 회장이 제프 블래터 FIFA 전 회장과의 수상한 돈거래로 8년 자격정지 조치를 받고 낙마하자 출사표를 던졌다.

플라티니의 대타로 나선 인판티노 사무총장이 뒷심을 발휘하며 FIFA신임 회장에 당선된 것은 셰이크 살만 AFC회장의 실기도 한 몫을 했다.

셰이크 살만 AFC회장은 선거 막판 불거진 잇단 추문에 흔들리며 다잡은 고기를 놓치고 말았다. 인권 탄압·자금 유용 의혹이 자신의 가문이 다스리는 바레인에서 잇달아 터져나오는 등 집안 단속부터 실패했다.

그는 2011년 튀니지에서 발발해 아랍과 아프리카로 확산된 민주화 운동 당시, 시위에 가담한 바레인 축구선수들을 겨냥한 국가주도의 인권 유린을 방조하거나 적극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바레인의 인권 단체인 버드는 바레인 왕가의 일원인 셰이크 살만이 경찰이 채증한 사진에서 축구 선수들을 골라내는데 앞장섰다며 그의 후보 자격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화 시위에 가담한 바레인 축구 선수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투옥됐고, 일부는 고문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그를 둘러싼 자격 논쟁도 거세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레인의 알 빌라드(Al Bilad) 신문은 살만 회장의 자금 유용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가 2009년 AFC회장 선거에서 쓴 160만 파운드(약 28억원) 중 일부를 FIFA가 다른 목적으로 지원한 자금에서 전용했다는 것이다.

인판티노 신임 회장은 이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셰이크 살만 회장이 지지세를 넓혀가던 아프리카 축구연맹이 주요 타깃이었다.

아프리카계 인사를 사무총장으로 기용하고, 4년간 모든 회원국에 5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이러한 전략은 아프리카의 표심을 흔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득표수(115표)를 따져보면 아프리카축구연맹(54표)에서 대거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 축구인들도 총력전을 펼쳤다. 조제 무리뉴 전 첼시 감독,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등이 측면지원에 나섰다.

그레그 다이크 영국 축구협회장은 한걸음 더 나갔다. 그는 “4년 전 그 사태를 생각해 보라. 바레인에서 온 그가 세계 축구 사령탑을 맡아 이끌어가는 것을 받아들 일수 있는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세이크 살만은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역겨운 거짓말을 지어내고 있다며 부인했지만, 대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인판티노 신임 회장은 이날 당선이 확정된 직후 “개혁을 실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부임 후 석달 동안 지난해 잇단 추문으로 실추된 FIFA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판티노가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방만한 FIFA 조직에 메스를 대는 일도 지난하지만, 가장 힘겨운 숙제는 후견인인 플라티니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는 일이 될 거라는 진단도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26일 국제축구연맹(FIFA)을 이끌게 될 차기 회장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오후 “(신임 회장은) 아벨란제-블래터의 체제를 청산해야 한다”며 이같은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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