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원보 신산리 제2공항반대 대책위원회 정책기획위원장

제주의 제2공항 건설을 두고 정부와 주민들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도정과 국토교통부에선 한 해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1300만 명을 넘어 현 제주국제공항이 수용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두 번째의 새로운 공항을 짓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제2공항의 위치는 성산읍 온평리 일대로 결정됐고 지난해 11월에 발표됐다.

이에 반면, 사전에 그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던 성산 지역의 4개 마을 주민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공항 부지로 지정된 성산 일대 토지는 향후 3년간 거래 불가 상태로 묶여 버렸다. 대대손손 그 지역에서 살아왔던 주민들은 자신들의 토지를 국가에 강제 매입 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신산리와 난산리, 수산리, 온평리, 고성리 등 5개 마을이 제2공항 부지 토지에 걸쳐져 있다. 이 가운데 신산과 난산, 수산 3개 마을은 서로 연대해 정부의 방침에 전면 반발하며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온평리는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고성리는 아주 일부의 토지만 걸쳐 있어서인지 별다른 활동을 보이고 있지 않다.

<뉴스제주>는 이 가운데 신산리에서 거주하고 있는 강원보(53) 신산리비상대책위원회 정책기획위원장을 만나 ‘제2공항’에 따른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강원보 신산리 제2공항반대 대책위원회 정책기획위원장 ⓒ뉴스제주

# 제2공항이 성산읍 일대로 확정 발표된 지 4개월여가 흘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성산지역은 겨울철이 최고의 농번기다. 무 수확철로 4월말까지 막바지 수확이 한창이다. 농번기와 이장 교체시기가 맞물려 1월 중순 이후 각 마을 비대위 활동이 소강상태로 비춰지고 있는데, 그 동안 비대위 내부결속의 문제와 연대방안 모색 등 보다 효율적인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노력 등을 해왔다.

#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 예비타당성 조사를 6개월 이내로 단축시키겠다 했으나 현재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현재 기재부가 예타를 진행 중이고 KDI에서는 1년을 조사소요 시한으로 확정 공표했다. 원 도정의 바람과는 달리 1년이 걸릴 것이고, 그 기간 동안 비대위 역량을 총동원해서 부지선정 백지화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 신산리에선 제2공항 건설 계획에 대해 현재 어떤 입장에 있으며, 다른 마을과의 연대는 어떻게 되고 있나.
소음피해지역인 저희 마을은 확실한 반대 입장이고, 부지선정 백지화를 위한 결사항전의 자세로 싸워나갈 것을 마을 총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현재 신산, 난산, 수산은 이미 연대하고 있고 온평리는 연대 여부로 인한 내홍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마을은 물론 제2공항을 반대하는 제주도민, 시민사회단체 등과의 탄탄한 연대를 통해 향후 더욱 가열찬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 제주도가 성산읍사무소에 특별지원사무소가 개설해 “무제한 소통에 나서고 있다”며 실적을 홍보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나.
원 도정 본인이 무제한 소통에 나서야지 아무런 권한이 없는 공무원들을 파견해 무슨 소통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비대위 활동 정보, 동정파악에 주력 하는 것을 주민들과의 소통이라고 한다면 아주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제2공항이 성산 일대로 정해진 것에 대해 많은 의혹과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어떤 점들이 있나.
그 동안 제기된 의혹을 정리하면, 대기업 개입설, 해군기지건설에 따른 군 비행장 필요설 등등 이 있고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주민동의 절차를 무시해 추진한 점과 피해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도외시한 부지선정에 있다.
이외에도 예정부지 내에 용암동굴 군, 성산일출봉 경관영향, 하도철새도래지 파괴 등등 많은 문제점이 산재해 있고 피해지역 예상도 주먹구구식으로 발표했다.
기존 정석비행장을 이용해 시설을 확충하면 모두 다 윈-윈 할 수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면서 대기업 봐주기만 하는 국토부와 제주도정의 자세는 도무지 어떤 커넥션이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공사비가 더 들더라도 주민피해가 없는 방향으로 건설할 대안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맞고 그 대안은 정석비행장이라고 생각한다.

# 제2공항 최종연구 용역보고회를 살펴보셨을 것이다. 토지보상비 및 소음피해 보상비로 책정된 부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12월 9일 국회에서 공항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항공기 소음 피해보상 관련 국내 기준은 도시지역인 경우 85웨클로 되어 있지만, 농촌과 산간지역인 경우 80웨클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용역보고서는 85웨클로 적용해 도시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것도 명백한 실수이며, 부실이다.
공항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의 법안과 관련된 소관부서는 국토교통부다. 국토교통부가 의뢰한 연구용역에 대해서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12월 9일 국회 통과 후 연구용역팀은 관련 보고서를 수정하고 있는 기간이었다. 충분히 반영돼야 할 내용이지만 최종보고서에 반영이 되지 않았다. 연구용역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신산, 난산, 수산1리 마을과 같이 소음피해가 예상되는 여러 마을들이 옵션을 가지게 되었다. 토지매수청구권은 감정평가를 통해 토지와 주택에 대한 가치를 산출해 보상한다고 한다.
주민동의 없이 토지매수청구권에 대한 옵션을 가진 마을에 대한 토지보상비와 이주비, 소음피해 관련 비용은 다시 산출해야 하며, 결국 총 사업비도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구용역팀의 허점이 계속해서 저희 반대위 눈에 보여지고 있다.

▲ 강원보 신산리 제2공항반대 대책위원회 정책기획위원장 ⓒ뉴스제주

# 일부 단체에선 부유식 공항이나 해저터널 건설 등 다른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물론 제2공항의 대안으로서 충분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주의 미래비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의 제주는 어떠한 연륙수단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제주의 가치를 지키며 천혜의 자연을 보호하고 난개발로 파헤쳐진 섬 곳곳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민 역량을 결집할 때라고 생각한다.
제2공항 건설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제주도의 자연은 물론 지역주민까지 희생을 강요하며 무조건 관광객 수 증가가 제주도의 발전이라는 등식은 정말 아니다라고 본다.

# 제2공항 건설 완공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2025년, 그 이후다.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데,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나.
싸울 수 있는 시기만 놓고 볼 때 결코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예타가 끝나고 국책사업으로 정해지면 더욱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연말까지가 투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다 동원해서 최선을 다해 싸워 나갈 것이다.

# 제주도의 대표적 갈등사례였던 강정마을 경우를 지켜볼 때, 주민갈등과 외부세력의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 보나.
강정마을 문제를 저희 지역에 대입시켜 주민간 찬반 갈등과 외부세력의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가만히 소리의 근원을 살펴보면 행정이나 찬성론자들이 의도적으로 퍼트리는 전형적인 루머생산에 불과하다고 본다.
강정마을이 뭐가 문제인가. 주민간의 갈등보다 평화활동가(주민)-공권력과의 갈등이 핵심이다.
저희들은 생존권을 지키려는 싸움을 하고 있고,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도민의 30%를 내부세력으로 하여 제주땅 200여 만 평을 콘크리트로 덮고 지역주민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외부세력과 맞서 목숨을 걸고 싸워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 제주도정과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제주도민이라면 이 아름다운 제주섬을 지키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지금 우리 제주섬은 관광객 수용의 한계치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물밀 듯 들어오는 관광객들과 그들로 인한 수익 구조와 환경파괴 및 지역민들의 삶의 변화 등을 면밀히 따져 볼 때다.
제주땅은 몸살을 앓고 돈은 대기업 대자본이 싹쓸이 하고 있다. 중국 거대자본이 제주 땅을 무차별 유린하고 있고, 일부 도민들은 황금 만능주의에 젖어 조상대대로 물려온 소중한 땅을 그들에게 내주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지켜야 한다. 공항을 더 만드는 것이 결코 제주의 백년대계가 될 수 없다. 조금 불편하면 어떤가. 돈보다 개발보다 관광객보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제주도의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지켜내는데 동참해 달라. 제주도의 진정한 가치는 제주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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