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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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80이 되도록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체면을 지킬 줄 알라』는 소리였다. 어렸을 때 부모님따라 남의 집에 가게 되는 경우에는 언제나 어머니는 나에게 ‘체면을 지켜야 한다.’라고 주의를 주셨다.

그 집에서 차려주는 음식상에 먹고 싶은 것이 나왔더라도 함부로 손을 뻗어 음식을 집지 말고, 그리고 나온 음식을 몽땅 먹어치우지 말고 반드시 조금 남기는 버릇을 갖도록 당부하셨다.
나는 이러한 어머님의 당부를 철저히 지키려고 침을 삼키면서도 먹고 싶은 음식에 함부로 손을 대지 않았다. 이러한 나의 행동거지를 눈치채신건지 그 집어른께서 손수 집어주신 음식을 덥석 받아 맛있게 먹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로부터 “집어준다고 덥석 받아 먹냐? 다시는 체면을 지켜야 한다.” 하고 주의를 들었다.
나는 이와같이 성장과정에서 체면지키라는 부모님의 주의를 듣고 자라서인지 어떤 회식자리에서건 체면없이 행동하거나 음식을 탐하는 것을 보년 자연 눈살이 찌푸려지곤 했다.
그러던 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면과 양심사이에 갈등을 느끼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굶어 죽게된 마당에 무슨 체면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자기 양심에 반하여 체면치레하는 행동도 많이 보게 되었다.
속으로는 꿀떡같이 막고 싶으면서도 체면차리느라고 손을 내밀지도 못했던 어린시절의 나는 순진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체면이고 뭐고 먹고 싶은 음식을 입에 넣고 싶었던 것이 그 당시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세상에는 체면을 위해 자기 양심을 속이는 사람이 너무 많이 있음을 보게 된다. 재벌이 세무사찰을 받고 추징당하게 되자, 어느 날 갑자기 거금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하여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하는 대통령 후보도 있었다.
졸부가 부동산 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모든 재산으로 자선사업, 사회사업을 한답시고 목에 힘주고 활보하는 모습도 볼 수가 있었다. 이러한 행동은 자기 양심에서 우러난 행동이 아니라, 자기 양심과 달리 체면을 지키려고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심을 지키고 자기 잘못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체면차리는 것이 미덕인 줄만 알았었는데, 양심을 감추고 남의 눈을 의식하여 체면을 지키는 행위가 떳떳한 행동인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위하여 체면차릴 줄도 알아야 하지만 양심을 속이고 체면으로 위선을 감추는 행위는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고 믿고 있다.
체면과 양심이 조화를 이룰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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