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황요범 전 신촌초 교장 4.3 유족 명예교사로 나서 강의
북촌초 40여 명 어린이들과 마을주민 수업 참여 "아직도 생생한 역사..잊지말자"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의 북촌초등학교에서는 28일 의미있는 수업이 진행됐다.

이 학교 6회 졸업생으로, 제주 4.3 사건 당시 가까스로 살아남은 황요범(69) 전 신촌초등교 교장이 4.3의 슬픈 역사를 알리기 위해 직접 강사로 나선 것이다.

제주시 북촌리 마을은 제주 4.3 사건 최대의 비극을 역사로 간직한 곳이다. 특히 너븐숭이 4.3기념관과 위령성지는 집단학살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4.3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이 곳에서 제주 4.3 사건 전체에서 단일로는 최대 규모인 약 480여 명이 집단 학살을 당했으며, 특히 어린 아이들의 희생이 많아 제주에서도 가장 슬픔의 역사를 품고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념과 상관없이 죽어간 자들의 틈 속에서도 생명은 피어나, 그 목숨을 지킨 이들이 살아가고 있다. 황요범 전 교장도 그 중 한 명이다.

황 전 교장은 제주 4.3 사건이 일어나던 때에 태어난 지 불과 1년 5개월된 젖먹이 아기였다. 난리통에 아버지와 삼촌이 죽었지만 훗날 그가 ‘열녀’라고 칭하며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부터 앞서는 그의 어머니는 93세까지 사셨다.

▲ 황요범(69) 전 신촌초 교장이 4.3 유족 명예교사로 나서 28일 북촌초등학교에서 제주4.3사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제주
▲ 북촌초 3~6학년 40여 명의 아이들이 황요범 전 교장의 설명을 주의깊에 듣고 있다. ⓒ뉴스제주
그는 28일 오전 9시 50분 북촌초등학교 강당에서 이 학교 3학년에서 6학년 학생들 40여 명을 모아놓고,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가르쳤다. 마을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강당으로 찾아와 뜻 깊은 수업을 함께했다.

그는 1시간 10분안 진행된 수업에서 제주도의 슬픈 역사를 시대순으로 설명하고, 특히 현대사에 이르러서는 그가 직접 체험한 4.3 사건을 진솔하게 가감없이 풀어냈다.

남편과 시아버지를 읽은 그의 어머니가 감당해야했던 모진 세월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선 ‘어머니’라는 말만 떠올려도 눈물이 나는지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 황요범 전 교장이 그의 어머니를 설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우장호 기자
▲ 학교이자 학살의 현장이었던 북촌초등학교 운동장 끝자락에 70여 년 전 비극을 알리는 비석이 서 있다. ⓒ우장호 기자

그런 비극의 아픔을 간직한 그였지만, 그는 “나는 이제 그런 아픔들을 모두 다 잊어버릴 참이야, 하지만 여러분들은 잊지말아야 돼요”라면서 당사자는 역사에 대한 용서를,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가 당부한 교훈은 “용서는 하되 우리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이 날 수업에 참여한 김화해(13) 북촌초 6학년 어린이는 “북촌마을에 이러한 역사가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 “다시는 이런 슬픈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화해 어린이의 이름처럼 역사는 슬픔을 모두 간직하고 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화해’와 ‘상생’을 말하며 그 날의 슾픔을 덮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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