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정국 제주보건소장

송정국(45) 제주보건소장의 고향은 제주가 아니다. 그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그가 제주에 처음 둥지(?)를 튼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지난 2010년 봄. 

당시 그는 제주대학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과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 일하면서 제주와 제주 사람에 대해 배웠다.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의학박사가 됐고, 이후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부교수와 제주대학병원 공공보건의료 사업실장, 권역류마티스 및 퇴행성 관절염 전문질환센터장을 거치면서 예방의학 전문의가 됐다.

'준비된 소장'이라는 기대와 함께 '너무 이른 나이에 소장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했다. 그러나 정체된 보건소가 개혁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데에 이견을 다는 이는 없었다.  

이 젊은 소장에게 거는 도민들의 기대는 크다. <뉴스제주>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송정국 제주보건소장을 만났다.

▲ 송정국 제주보건소장. ⓒ뉴스제주

■ 제주보건소에 젊은 소장이 오면서 그동안 정체된 보건소가 개혁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나?

작년 11월 13일부터 출근해 이제 4개월 됐다. 개혁이라...이 질문은 제가 아닌 보건소를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아시는 분이 말씀하셔야 될 것 같다. 하지만 제가 어떤 식으로 변하기를 바라느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대답할 수 있다. ‘정성스럽게, 천천히’이다.

저는 보건소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켜내는 곳이라 생각한다. 참된 것, 옳은 것, 사랑스러운 것, 고상한 것, 그리고 명예로운 것 뭐 그런 것들이 다 우리가 값으로 보상할 수 없는 것들 아닌가 생각한다.

보건소는 개인의 건강보다는 집단, 그러니까 제주 시민 전체의 건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한 집단의 건강수준은 최고 앞선 선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뒤쳐진 마지막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두가 건강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지극한 ‘선(善)’일 것이다. 이런 가치를 담아야 한다면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상품’이라기보다는 ‘작품’의 성격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젊은 소장이 와도 제주보건소는 천천히 그렇지만 정성스럽게 간다.

■ 과거 보건소는 다수가 아닌 소수에게만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현재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보건소가 개인의 건강보다는 집단, 그러니까 제주 시민 전체의 건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신다면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겠다. 다만 아주 일부의 특정 사업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하겠다.

작년까지 저희 제주보건소의 시민건강증진센터와 노형보건지소에서 있었던 운동프로그램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보니 저희 운동프로그램을 한 번 경험하시게 되면 너무 좋아서 다음에 또 하시게 되고 또 하시게 된 것이다.

특히나 날씬하고 일과 중 운동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여성분들한테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게다가 무료였으니까. 자, 생각해 보자.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모든 운동기구와 체육실이 100% 돌아가고 있으니 사업이 잘 된 건가?

그런데, 저희는 반성하고 있다. 저희가 건강증진사업을 하는 통에 제주시에 건강격차를 더 벌려 놓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갑자기 고열이 난다든지, 극심한 통증이 있다든지 뭐 그런 소위 ‘환자’가 아닌 보통의 때에 지금의 건강수준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인다는 일, 즉 건강증진을 위한 생활을 실천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작년도 저희와 운동 열심히 하셨던, 이미 건강 생활 실천이 되신 분들은 올해에는 다른 분들에게 저희 보건소를 양보해 주셨으면 좋겠다. 2015년 기준으로 저희 동지역 체질량지수 23이상 비만 성인의 수는 약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그간 건강관리에 소홀하셨던 분들, 이미 체질량지수 23을 훌쩍 넘겨버리신 분들을 위해 운동뿐만 아니라, 영양, 스트레스 관리를 포괄적으로 묶어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운동은 각자의 ‘생활터’에서 해야 한다. 보건소의 운동지도사, 영양사, 그리고 간호사들은 다학제 팀이 되어서 맞춤형 상담과 모니터링을 제공하겠다. 그런 방식으로 지속적인 격려와 기술지원을 드리겠다. 희소한 자원을 좀 더 필요가 있는 곳에서, 좀 더 여럿이 함께 나누어 쓰기 위한 방법이다.

■ 현재 송정국 소장이 재임하면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프로그램은 무엇이며, 향후 추진하려고 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금연 클리닉 운영, 금연 환경 조성을 위한 금연대상 공중이용시설 점검 등의 금연 사업이 전년도에 이어서 가장 눈에 띄는 예산규모를 가지고 있다. 물론 출산율 개선과 관련된 모자보건 사업, 그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사업도 중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의료시설과 의약품 판매업소에 대한 관리 업무는 기초 체력과 같아서 절대로 소홀할 수 없다. 신종감염병 발생에 대한 위기 대응에 대해서야 무슨 더 할 말이 있겠나. 보건소 사업은 영유아,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별 금연, 절주, 영양, 운동, 비만, 한의약, 구강 관련 사업들이 촘촘히 얽혀 있다.

여기에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좀 더 섬세한 사업수행이 이루어진다. 제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특정 프로그램은 없다. 다만 임기 1년차인 2016년 시점에서는 이 사업 얼개가 헐고 엉성해서 ‘뻥’하고 구멍이라도 뚫릴 것 같은 부분을 확인하고 진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017년 사업예산을 수립하는 올 가을부터는 그 문제 부분들을 보강하고 개선하는 일과 보건소 사업 전체를 좀 더 촘촘히 엮어서 내구성을 높이는 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것은 삼가겠다. 황희 정승의 소 두 마리 중 어느 놈이 더 일을 잘하냐는 질문에 농부가 대답했던 것을 기억하는지?

■ 제주보건소가 영·유아,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기 낳아 기르기 좋은 제주’라는 모토로 진행되는 사업들이다. 2015년 실적으로 난임부부가 임신이 되도록 도운 시술비 지원 건수가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을 합해서 646건 있었다.

고위험 임신부에 대해 의료비도 지원해드리고 있다. 임신부 철분제엽산 지원, 여성결혼이민자 임산부 맞춤형 교육, 특히 출산 이후엔 통역사와 방문도우미가 직접 가정으로 방문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산부와 영유아의 영양관리를 위한 보충식품지원과 교육, 모유수유클리닉 등 정말 다양하다. 저소득 출산가정이라면 출산 직후 산모의 산후회복과 신생아의 양육을 위해서 건강관리사의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리고 있다. 저소득층 영아(0~12개월)에겐 기저귀와 조제분유도 지원해 드리고 있다.

■ 도민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과거 감염병 관리가 보건소의 주요 업무일 때는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분명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정신건강과 암, 심뇌혈관질환 등 생활 습관병이 주요하고 그 원인은 너무도 많은 것들이 서로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래서 보건소 사업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권위자의 돌봄’을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주도적 관리’하도록 역량을 키우는 것이 ‘건강의 키’라고 생각한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을 건강이라고 하는데 저희 보건소 사업이 신체적 안녕에 많이 치우쳐 있는 감이 있다.

아무쪼록 정신적인, 사회적인 안녕을 위한 풍성한 소양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것들은 제일 처음 이야기했던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이다. 참된 것, 옳은 것, 사랑스러운 것, 고상한 것, 그리고 명예로운 것. 인간은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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