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에루페 특별귀화 추천 부결…태극마크 물거품

에루페, 도핑 전력 발목…귀화 사실상 무산
첼시 리, 대표팀 승선 가능성…女농구 리우행 파란불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대한체육회가 한국 국적 취득이 추진됐던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청양군청)의 특별귀화를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출신 여자프로농구 선수 첼시 리(27·KEB하나은행)에 대해서는 추천키로 해 국가대표팀 승선이 가능해졌다.

대한체육회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13층 회의실에서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에루페의 육상 우수인재 특별귀화 추천에 대해 심의한 결과 특별귀화 추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도 에루페의 금지약물 복용 이력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데 발목을 잡았다.

에루페는 지난 2012년 도핑에서 금지약물인 EPO(Erythropoietin·에포)가 검출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2년간 자격정지를 받았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월 첫 귀화 추천 심의에서 에루페 측에 금지약물이 치료 목적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했고 이에 대한 재심의가 이뤄졌지만 부결됐다.

당시 에루페는 "말라리아 치료 목적으로 쓴 약물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대한체육회는 "주장을 증명할 추가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며 추천 결정을 뒤로 미뤘다.

이날 공정위는 에루페에 대한 재심 결과 "치료 목적으로 이 약을 쓰겠다고 미리 신청을 받고 사용하는 '치료목적면책특권제도(TUE)'가 있지만 이것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국제육상경기연맹으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도 고의성이 없었다면 이의신청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치료 목적이라는 에루페 측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도핑 연루자는 특별귀화 추천을 하지 않는다는 2006년 제정된 국가대표 관리 지침에 따라 에루페에 대한 특별귀화 심의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에루페에 대한 심의는 위원들 만장일치로 이뤄졌다"며 "에루페가 한국 국적 취득을 원할 경우 특별귀화가 아닌 일반귀화를 신청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에루페는 지난달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05분13초로 국내 대회 최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대한체육회가 특별귀화 추천을 하면 마라톤 국가대표에 선발돼 오는 8월 있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육상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과거 도핑 이력 때문에 특별귀화 신청이 불가능해져 올림픽 출전에 대한 꿈도 물거품이 됐다.

함께 심사 대상에 오른 미국 출신 여자농구 선수 첼시 리(27·KEB하나은행)는 특별귀화 추천 대상자로 선정됐다.

친할머니가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첼시 리는 지난 시즌 혼혈선수 신분으로 여자프로농구(WKBL)에 데뷔해 KEB하나은행을 창단 후 첫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신인상을 비롯해 베스트5, 득점상, 야투상, 리바운드상, 윤덕주상 등 6관왕을 차지하며 데뷔 첫 해 리그에서 단연 손꼽히는 선수가 됐다.

첼시 리에 대한 특별귀화 승인으로 향후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심사가 이뤄진다.

지금까지 대한체육회의 특별귀화 추천을 받은 선수가 법무부 최종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첼시 리의 한국 국적 취득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여자농구대표팀은 오는 6월13일부터 프랑스 낭트에서 열리는 2016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한다. 벨라루스, 나이지리아와 함께 C조에 속한 대표팀은 12개 팀 중 5위 안에 들 경우 올림픽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첼시 리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 국가대표팀 발탁에는 큰 문제가 없다. 경쟁 상대들보다 높이에서 열세인 대표팀은 첼시 리가 특별귀화를 통해 대표팀에 합류할 경우 골밑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