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그러면 코를 벌름거리며 흠흠대지 않아도 마음의 코가 그 짙은 가을 냄새를 금세 맡아낸다. 글쓰는 이들은 그 냄새를 서글픈 계절이다, 풍요의 계절이다, 사색의 계절이다는 등등, 실감나는 표현들을 하지만 확실히 가을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나게 만든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그 가장 사람다움의 가치가 있는데, 자칭 문명인(文明人)이라 일컫는 현대(現代)인들은 그가 가장 사람다움의 점에 너무나 등한시해 있다. 겨우 생각한 것이 동물과 대동소의(大同少義)할뿐인 “뭘 먹을까? 어떻게 하면 돈 벌어 남보다 더 편안할까? 뭐 재미 나는 일은 없을까?”하고 직장에서부터 오락장, 극장, 술집 등을 전전하면서 사람에게 주워진 가장 큰 은혜이며 특권인, 그 생각하는 위대함을 스스로 기피하고 살고 있다.

하루 해가 뜨면 일과가 시작되어 정신없이 생업(生業)에 쫓기고, 다행이 여가라도 생기면 그 조그만 귀중함마저도 자기 자신에게 베풀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도망하여 허망한 곳에서 노리다가 잠드는 시간이 되면 이부자리 속을 파고 들기가 무섭게 코를 드르렁 거리며 하루 생명을 보냈다고 한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고 하는 흔한 얘기를 씁쓸하게 되씹어 보는 심정은 비록 비극 영화를 보고 있지 않더라도, 슬픔이 가슴에 차오름은 나만이 갖는 병적인 증세일까? 사람의 냄새가 그립다. 사람다움의 체취가 그립다. 가을은 그리움을 고무 풍선처럼 만든다. 대부분이 돈, 권력, 지위, 명예를 위해서 산다. 그런것들을 위해 사람은 사는 것 같다.

사람다운 일, 따뜻한 관계, 포근한 이웃이 있어야 생명이 어려움 중에서도 능히 그 생명을 빛나게 하는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을텐데, 그래야 진리의 훈훈한 품속을 떳떳하게 그리워 할 수가 없을 텐데, 지금 이 세상은 도무지 그렇치 못하다.

권력 가진 자는 약자(弱子)를 발로 담배 꽁초를 비벼대듯 뭉게 버리고, 가진자는 못 가진자를 멸시(蔑視)하기를 개, 돼지 취급하듯 사람이 서로 대접해가면서 살 수 있는 분위기는 깊은 구렁텅이로 내던져진지 이미 오래이고, 그런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어느 다른 곳에 사람이 행복있다고 돈과 권력을 쫓아 허위적 대는 현대 문명인(文明人)들은 모두 집없는 고아처럼 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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