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도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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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젊었을 때 원인모를 피부병 때문에 남모르게 고민을 했던 일이 있다. 1년이면 서너 차례 온 몸을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이 쑤셔대고 난 다음에 전신에 두드러기가 피어나 가려움에 온통 긁어대게 만들었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환부가 넓어지더니 사타구니쯤은 완전히 창피할 정도로 상처가 번져 집사람으로부터 단단히 오해를 받기 시작했다. 갑갑한 마음에 친구가 운영하는 병원에 가서 보이면, 자세히 들여다 보지도 않고 의례 “너, 헛 길 걸었구나. 주사 한 대 놔 줄게. 곧 나올거다.” 하고 사람을 이상한 쪽으로 의심하기만 했다.
한 달 가량 고생하다가 겨우 나아졌다 싶으면, 또 다시 발병하여 온 몸을 긁어대기 시작하곤 했다. 이렇게 3~4년간 되풀이되다 보니 그야말로 성가셔서 죽을 지경이었다.
한 번은 제주시 중앙로를 걸어가다가 김약국에 들러 김약국 아저씨에게 내손을 퍼 보이며 “제가 주기적으로 이렇게 몸이 가려워 긁어대게 되는데, 무슨 이유인지 아시겠습니까?” 하고 여쭈어 보았다.
김약국 아저씨가 내 손을 살펴 보더니 “손이 이 정도면 사타구니쯤은 완전히 헐었겠네....감기약 잘못 먹어신게. 앞으로 감기약 살 때는 피린계 못 먹는다고 미리 말하고 사야 하네. 감기약에는 피린계가 들어가는데, 현 지점장은 피린계 먹어서는 안될 체질인게.” 하며 빙새기(빙그레)웃었다. 그러면서 “이쯤되면 마누라에게 되게 시달림받았을 텐데....이 약 먹고 며칠 지나면 깨끗해질거야.” 하며 약을 지어 주셨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몸이 쑤시기 시작한 것이 감기약 먹은 다음부터였음이 떠올랐다.
그후 김약국 아저씨가 권한 대로 감기약 사러갈 때는 반드시 「피린계」먹으면 부작용이 생긴다고 미리 말했고, 그 뒤로는 전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몇 해 동안 감기약 때문에 어뚱한 곤욕을 치른 생각을 하니 억울했다. 그리고 노련한 경험으로 내 손만 보고도 감기야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라는 정확한 진단을 내려 주신 김약국 아저씨를 내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은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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