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영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농산물원종장

▲ 홍순영 제주도농기원 농산물원종장. ⓒ뉴스제주

전라북도 어느 도시에서 있었던 일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산업체 안전공단 직원들이 어느 조그마한 사업장의 안전시설을 점검하고 차에 탑승하고 막 출발하려고 할 때이다. 연세 많으신 공장장이 차량으로 다가와 차 유리를 내려 달라고 하여 반쯤 내렸을 때 흰 봉투를 내밀었다.

점검 반장은 즉각 사양의 뜻을 표하고 단호하게 거절하자 당혹스런 얼굴을 한 공장장은 봉투를 차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반장은 봉투를 집어 들어 창문 밖의 공장장을 향해 봉투를 밖으로 던져버리고 차는 출발하였다. 허공에 던져진 봉투 속에서 지폐가 바람에 날리고 공장장은 허겁지겁 돈을 주어야했다. 많은 직원이 보는 앞에서.

그 후 산업체 안전공단 점검반장은 사무실에 도착해서 방문 점검했던 사업장의 공장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전점검에 협조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점검사항을 소상히 설명드렸다고 한다. 그러자 공장장은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시 돈 봉투를 건넸다가 직원들에게 망신을 당한 공장장은 돈을 주우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당연히 관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외의 결과를 가져온 결과였다. 아마 점검을 받아야하는 입장에서는 망신당한 것 보다는 접대를 잘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았을까? 돈이 적었나? 내가 접대를 소홀히 했나? 돈을 더 넣어야 했나? 여러 생각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업무 출장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협조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함으로서 불식은 없어지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는 관행이라는 사슬을 끊게 되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과연 내가 점검반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절해도 그냥 들이 민다면 어쩔 수 없이 받지 않았을까? 봉투를 받고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냥 사용해 버리지 않을까?

제주 지역은 무척 좁다고 한다. 친지, 동창, 고향 선후배, 모임 등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 만약 내가 봉투를 거절했지만 차안으로 밀어 넣고 그것을 다시 창밖으로 던졌다면 제주지역에서는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나중에 돈 봉투를 왜? 받지 않았는지 상세한 설명을 한다면 창피당한 당사자는 나에게 이해와 감사를 해줄 것인가? 속 좁은 놈이라고 하지는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지금부터라도 분명하게 거절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거절을 못할 경우 그것은 청탁으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비리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거절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거절을 해도 밀고 들어온다면 무척 어렵다.

하지만 어려워도 거절할 줄 알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거절하는 방법을 배워야하겠다. 그것도 상대방이 이해하고 감사할 수 있는 ‘아름다운 거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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