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영규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장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지난 2014년 기준 관광 조수입은 6조 원을 돌파했다. 여기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36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 같은 거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관광으로 인한 수익이 지역 상인들과 도민들에게 돌아가지 못해 ‘양적성장’에만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주관광산업이 ‘양적성장’이 아닌 ‘질적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책변화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뉴스제주>는 한국관광공사 박영규 제주지사장을 만나 제주관광산업의 성장을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 박영규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장. ⓒ뉴스제주

■ 제주관광의 비약적 발전, 원동력을 꼽는다면?

제주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을 시작으로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 등의 유네스코 3관왕과 2011년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서 국내·외적으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자연 환경 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도 비례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제주의 매우 큰 장점이다.

국민의 여행패턴의 변화 또한 큰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힐링, 걷기, 트레킹, 휴식, 자유여행과 같은 여행형태가 젊은 층, 가족, 동호회 등의 개별 여행객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정착되면서 제주가 한번 다녀가는 곳이 아니라 여유가 있을 때나 힘들 때도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여행의 고향 같은 좋은 이미지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또한 LCC의 출범으로 대도시에서의 교통편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교통비용도 대폭 감소한데도 기인하고 있으며, 중국인 여행객들의 선호도 상승 및 무비자제도 같은 차별화 된 관광 정책도 이러한 추세에 기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 관광기복이 심한 편에 든다. 관광구조 자체 문제인지, 제주관광 태생적 문제로 보는지? 보완점이 있다면?

2015년도 제주관광 월별 통계를 보면 비수기인 1월은 약 93만 명, 최성수기인 10월은 약 140만 명으로 성비수기의 여행객 수의 차이가 크지 않는데, 이는 계절별로 제주 관광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높으며, 연중 큰 기복 없이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제주관광의 기초체력이 매우 튼튼하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비수기라고 할 수 있는 1월, 2월, 6월, 7월도 제주도 관광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바람, 태풍, 폭설 같은 계절적인 요인이 더 크다고 생각하며, 타 유명 관광지와 비교해 봐도 자연환경과 관광인프라가 제주만큼 잘 조화된 곳도 많지 않다.

그러나 제주도의 관광산업이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드러난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천 시나 바람, 폭설 등 계절적 요인에 의해 관광객들의 야외관광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해 실내 복합위락 시설과 같이 날씨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대양한 대형 시설들이 좀 더 개발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 폭설과 윈드시어 등으로 인해 관광객들의 추가 숙박 수요가 발생했을 때 도민들이 자발적으로 무료 숙박을 제공하는 등의 사례로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바 있듯이 우리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남을 돕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자연재해로 인해 연박 수요가 발생했을 때는 업계 스스로 숙박, 식음료 등을 대폭 할인해 어려운 상황에 빠진 여행객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자체 결의나 캠페인 등도 제주도 관광산업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이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박영규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장. ⓒ뉴스제주


■ 최근 질적 관광으로 전환을 선언한 제주관광시장, 그 배경과 그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까지의 관광산업은 질적인 성장보다는 양적인 성장에 치우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여파로 제주도에도 일부 저가 단체관광이 제주관광의 품격을 저하시켜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광형태가 광범위하게 지속되고 이런 현실에 안주한다면 제주관광의 미래가 밝다고만 할 수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제주도가 금년에 발표한 제주관광 산업을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 위주로 발전시키고, 세부적으로는 체류일수, 1인당 평균 지출비용, 관광객만족도 등 5대 중점관리 지표로 관리하겠다는 정책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향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이러한 질적 성장 위주의 정책이 잘 정착된다면 단체관광과 개별여행의 이상적인 조화와 함께 모든 여행객들이 제주의 구석구석 아름다운 관광환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관광의 혜택이 제주도민들의 삶 구석구석으로 확산될 것으로 생각된다.

■ 더불어 질적 관광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면?

2014년 우리나라를 찾은 외래여행객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국적으로는 개별여행 68.9%, 단체여행 24.9%, 에어텔 6.2%, 제주도의 경우 개별여행객 24.6%, 단체여행 70.9%, 에어텔 4.5% 등으로 나타나 제주도는 아직 단체여행객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질적 성장의 기본전제는 단체여행객 보다는 개별여행객, 일반단체 보다는 인센티브, 국제회의, 의료, 스포츠 등 특수한 목적을 가진 여행객 유치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양적 성장 부분도 신공항, 민군복합항인 강정항 등의 교통인프라 확충에 따라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질적 성장은 개별여행객의 비율, 1인당 소비액, 체류일수 및 재방문율 등의 지표가 기조가 돼야 하며, 홍보마케팅 방법도 모바일, SNS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여기다 국내외 여행객들이 불편 없이 관광지를 다닐 수 있도록 대중교통망의 획기적인 개선이 뒷받침 돼야 하며, 개인들이 원하는 관광지와 시설들을 원활히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와 교통망이 씨줄날줄같이 상호 연계돼야 한다.

■ 한국관광공사, 제주에서 역할과 비전을 제시해 주신다면?

인프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과 관광접점에 계신 분들의 친절과 미소이다. 전국적으로 친절문화 확산을 위한 K스마일 운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제주도나 관계기관 업계와 협력해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 일본관광객 유치증대와 같은 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제주도, 제주관광공사, 제주관광협회 등 관련기관과 협력을 확대하고, 제주도의 원활한 해외마케팅을 위해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와의 연결고리 역할도 충실히 해 나가겠다.

지난 30여 년 간 한국관광공사는 지역주민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문 관광단지를 개발, 운영해 오고 있다. 이곳은 그동안 제주도 관광산업의 상징이었으며, 현재도 입도 관광객의 40%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향후 방문객들의 편의와 만족도 향상을 통해 제주도 제1의 관광목적지로 지속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주도 등 관계기관과 더욱 협력할 예정이며,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도 일익을 담당해 나가도록 하겠다. [뉴스제주 - 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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