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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기획예산과 정찬우 -

남원읍사무소 생활환경담당부서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주말에 환경미화원이 다쳐서 입원했다는 긴급한 연락을 받았다.
미화원들이 청소차에 쓰레기봉투를 싣는 작업을 하다가 흰색 종량제봉투를 밟았는데 하필 그 봉투 안에 칼이 들어있어서 관통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도민과 관광객이 많아지고 건축경기도 활성화됨에 따라 쓰레기양도 덩달아 많아져서 미화원들이 최대한 많은 양의 쓰레기를 청소차에 실으려고 하다가 분리되지 않은 채 배출된 누군가의 쓰레기봉투 하나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그런데 미화원의 부상은 개인적인 손해로만 끝나는 게 아니었다. 입원기간 동안 쓰레기를 처리할 인력이 부족해 클린하우스에 쓰레기는 더 많이 쌓이게 되었고, 악취와 날파리, 미관 저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분리배출이 강조되면서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는 매립장에 반입시키지 않아 ‘수거하지 않음’ 스티커를 부착하여 장기간 방치하기도 했었는데, 그 또한 일부 비양심적인 주민들로 인해 선량한 대다수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였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민과 관광객이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1인당 1일 1.73kg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1,000만 관광객이 방문하면서 쓰레기량을 줄이기란 좀처럼 쉽지 않고, 봉개동 회천매립장은 오는 10월이면 포화될 예정이라서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정해진 기준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쓰레기 분리배출과 청렴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지속적으로 공직자 청렴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이 또한 정해진 원칙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개인의 잘못으로 인한 부패와 비리는 '도 소속 공무원'으로 통칭되어 열정적으로 근무하는 선량한 공직자에게까지 피해를 입힌다.

개인의 이득이나 편의를 위해 ‘아무도 모르겠지’라며 조금이라도 비리를 저지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일찌감치 마음 속 쓰레기통으로 분리 배출해버리는 게 낫다. 그렇지 않으면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며 저질렀던 비양심적인 행동들이 언젠가는 쓰레기더미 속 비수처럼 내 발등을 '콕'하고 찍어 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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