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맨부커상과 제주문학의 르네상스
한강의 맨부커상과 제주문학의 르네상스
  • 뉴스제주
  • 승인 2016.06.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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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운영위원장
▲ 이선화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 ⓒ뉴스제주

소설가 한강이 영국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 한국적 감수성과 예민함, 시적인 언어의 섬세함, 탁월한 문장력을 뛰어난 번역이 뒷받침해주면서 문학작품에 담겨진 한국문학의 우수성에 대해 세계인들은 매료되었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국내에서도 모처럼 서점가에 소설가 한강 열풍이다.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를 비롯해서 ‘소년이 온다’와 ‘휜’도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다. 한동안 한국문학에 등을 돌려왔던 독자들이 작가의 내면세계를 소설을 통해 접하려는 것이다.

한국문학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과 국내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한강 열풍을 바라보면서 제주문학을 뒤돌아보게 된다. 한순간일지언정 제주문학과 문학인에 대한 관심이 드높았던 적이 몇 번이나 있어 왔던가? 지역의 문학에 대한 이해와 애정은 지역의 정신적 품격이고 문화의 영혼일텐데 관광객 숫자의 증가를 자랑하면서도 제주의 내면을 존중하고 가치를 발화하는 일에는 소홀했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제주야말로 문화적 DNA가 넘쳐나는 곳이다. 아름다운 자연은 문화적 감수성을 샘솟게 하고, 환경에 순(적)응하며 살아온 제주인의 삶은 흥미로운 스토리가 되며, 사람들의 정신세계이자 소통수단인 제줏말은 그야말로 제주문학을 이루는 토양이었다.

최근 제주로 오는 문화이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문화적 실험과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제주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과거 50~70년대에도 제주와 인연을 맺은 문학인들이 있었다. ‘백치 아다다’의 소설가 계용묵을 비롯해 박목월과 고은 시인, 황석영 작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소설가 르 클레지오에 이르기까지 제주와 인연을 맺고 제주를 사랑했던 문인들은 많다. 단순히 제주에 머물러 창작만 한 것이 아니라 제주문단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제주의 문학 지망생은 물론 문인들이 이들과 교류하면서 제주문학의 부흥기를 맞았던 시대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게 사그라들었다. 그나마 제주문학관 건립이라도 해야하지 않겠나라는 지역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90년대였다.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이다. 시들어버린 제주문학의 융성과 재부흥을 위한 관심을 이제는 보여줘야 할 때이다. 아니 너무 늦은 감마저 든다.

제주문인들의 염원이며, 지난 10여년간 지사들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제주문학관 건립은 이제서야 용역비라도 도의 예산에 반영되었다. 제주문학의 중흥을 위해 제주문학관이 어떤 역할을 해 나가야 할지 고민도 필요하다. 제주문학인의 삶을 한 공간에서 조망하고 제주문학의 구심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겠다. 또한 인프라만큼 문학관이 단초가 되어 글을 쓰는 문인들에 대한 존중의 문화도 함께 필요하다.

또 다른 한쪽으론 책 읽는 사회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리라. 책읽기가 짧은 기간 누리는 인기가 되지 않도록 독서문화의 진흥이 필요한데, 책은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만 간절히 원한다거나, 세계적인 상을 탔다는 이유 때문에 일시적인 관심과 쏠림으로 책을 읽어서는 안된다. 한강의 맨부커 수상을 계기로 번진 뒤늦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 유행이 되지 않길 바란다. 한강 작가가 수상 후 인터뷰에서 작품을 쓴 게 오래된 일이고, 많은 시간을 건너서 먼 곳에서 상을 준다는 게 기쁘다기보다는 참 이상한 느낌이었다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학은 모든 예술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리고 문학의 시대가 곧 풍요의 시대라고도 한다. 인류탄생의 가장 위대한 기록이 문학이며, 문학을 통해 미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문학상 수상이 문학의 부흥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도민 모두에게 제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유전자에 문학 감수성이 곁들여져 제주 문학에 대한 사랑이 넘쳐날 때 제주문학의 부흥은 물론 새로운 제주문화의 르네상스 시대가 다가오지 않을까? 지금 당장 스마트폰에 빼앗긴 시선을 책으로 돌리자. 문학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다.

*외부 필진의 기고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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