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제주 시사만평]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전쟁 일화내용이다.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는 당시 강국으로 부상 중인 진나라와 대치하고 있을 때다.
조나라는 한때 명재상 인상여와 명장 염파가 있을 때 전성기를 누리다가 인상여는 병들어 위독하였고 염파는 백발이 성성한 노장이 되어 하늘 볼 날만 기다리는 와중에 진나라가 명장 백기로 하여금 조나라를 침공했다.
이때 명재상과 명장 모두가 노장이 된 조나라는 누가 그에 맞설 것인지 논의가 있자 대신들은 수비위주의 전략을 주장했다.
이에, 조나라 왕은 명장이던 조사의 아들 조괄이 병법에 뛰었나다는 말을 듣고 그를 대장군으로 삼았다. 그러자, 조괄의 어머니가 왕에게 찾아와 그의 아들이 장군이 되면 안된다'고 청하였다.
이에 의아한 왕이 그 어머니에게 그 까닭을 묻자, 그 어머니가 말하길, "남편이 장군 시절 친구가 된 사람들은 수백 명이었고, 상으로 재물을 받으면 친구나 동료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아들 조괄은 장군이 되자 거만해져 존경하지 않고, 주신 상금은 혼자 차지하여 이익 되는 땅이나 집을 사재기 하고 다. 어찌 그 아비와 아들 자질이 같다고 보십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왕은 그의 어머니 말을 무시하고 조괄을 장군으로 삼고 군대를 보냈다.
하지만, 아버지 조사의 예측대로 조괄의 군대는 진나라 백기 장군의 책략에 걸려 출진한 조나라 40만 대군은 참패해 살아 돌아간 병사는 겨우 200여명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전국시대 전투 사상 가장 비참한 대패를 당하고 만다. 최악의 대패를 계기로 조나라는 힘을 잃어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됐다.

이 내용은 고사성어인 ‘탁상공론(卓上空論)’의 유래라 전해지는 내용으로, 현실감이 없는 전략과 전술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 현실성 없는 정책, 도민 갈등 촉발 원인...철저한 분석과 도민들과의 소통 자세 갖춰야

도내 청정 자원보존과 곶자왈 지역 난개발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읍면지역에서 공공 하수관로 연결을 의무화하려던 제주도 계획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앞서 공하수도가 설치된 지역에만 건축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시계획조례(안)이 지난달 11일 전격 공개되면서 도민사회 내 반발이 이어지면서 격한 도민갈등을 예고했다.

제주도는 이번 도시계획조례(안)이 청정제주 자원을 보존하고 난개발 방지를 위한 최적의 방안이라고 제시했지만 이는 읍. 면 주민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흡사 과거 군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행정 편의주의식 일방적 통보에 가깝다.

그동안 공공하수시설 설치과정 내 읍. 면이 동에 밀려나가는 상황 속에서, 이번 조례로 인해 건축이 제한되는 등 재산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읍. 면 거주민들의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 15일 오후 2시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개최된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도민공청회가 시작된지 30여 분 만에 반대 주민들이 설명회장을 점거하면서 결국 파행을 겪었다ⓒ뉴스제주
결국 이러한 울분은 제주도가 15일 오후 2시 제주도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도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반대 도민들의 거센 항의로 결국 파행을 빚다가 30분 만에 무산됐다.

이날 개정안을 반대하는 도민들은 “이번 조례 개정은 지역균형발전을 역행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읍면지역을 소외시키는 나쁜 조례”라며 “도시사람만 배불리고 농촌 주민만 죽어난다”며 격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려는데 제주도는 오히려 거꾸로 강화하려고 한다"며 "도지사를 당장 주민 소환해야 한다. 찬성하는 세력들은 물러가고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은 원천 봉쇄돼야 한다"며 원 지사 주민소환까지 거론하면서 격한 반응을 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찬성 주민들과 반대 주민들 간 격렬한 몸싸움도 전개되는 등 아찔한 상황도 연출되기도 했다.

그동안 도정 방침에 그동안 찬반에 대해 의견조차 내지 않았던 읍.면주민들까지 이렇게 분노한 이유는 무얼까?
그건 바로 내 고유의 재산권이 침해받을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도정은 정책입안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본질적 문제 논의는 일언반구도 없이 강행하려는, 즉 관행적으로 이어왔던 행정권위주의식 통보라는 사실에 더욱 더 울분을 토했을 가장 큰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에 그동안 문제 제기를 해왔던 제주도의회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번 도시계획조례(안)을 추진하는 제주도정이 읍. 면 지역 현장도 확인하지 않고 정책을 수립한 것은 책상에서 앉아 탁상공론(卓上空論) 행정의 대표적 사례가 되면서 큰 약점으로 작용될 것”이라며 “특히, 이번 조례안이 정책 취지인 난개발 방지는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공공하수관 인프라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불균형적 시스템에서 적용하려는 것은 난센스”라며 전면적 재조정을 주문했다.

# 민원대응과 소통은 즉흥성이 아닌 진정성 가져야...원 도정의 협치정신, 도민들에게 받아들이는 노력 필요

원 도정이 추진하려는 도시계획조례(안)내용이 큰 문제나 어떤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고자 마련된 정책은 아니다. 내용자체만으로는 제주 청정자원을 보존하고 미래 세대들과의 공존을 부르짖는 내용을 담고 있어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추진함에 있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촉발하고 그들의 행복추구권마저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정책은 진정한 정책이라 할 수 없다.

이번 조례안처럼 읍.면주민들이 동주민들과의 형평성에서 상대적으로 오는 피해라는 불평등을 초래하게 된다면 민선6기 원 도정의 소통 강화와 민간 협력 활성화 등을 위한 협치는 단지 구두선에 그치고 말 것이다.

관 주도의 정책결정보다 민간에서 이해 당사자들과 전문가 등이 소통을 통한 논의를 전개해 정책을 결정하고, 이어 행정이 이를 지원하는 뒷받침하겠다는 협치의 운영묘미가 이번 조례안에서 찾아 볼 수가 없다.

한편,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15일 도민공청회에 이어 7·8월 도의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남겨둔 상태에서 도민들의 작금의 문제제기에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이에 앞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3일 도청 기자실을 찾아 도시계획 조례 개정에 대한 읍면지역의 재산권 침해 반발과 관련하여 “100% 밀고 갈 생각은 없다”고 말해 어느 정도 보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음에 따라 소통을 통한 최적의 방안 도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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