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부지사 "불이익 조금씩 감수할 수밖에 없어"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도민공청회가 지난 15일 파행을 겪으면서 조례안 내용 중 문제가 불거진 조항이 삭제 또는 변경이 되거나 그대로 고수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영수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16일 "불이익 부분은 조금씩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제주도정에선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향후 갈등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권영수 제주도 행정부지사. ⓒ뉴스제주

논란의 중심이 된 건 '공공하수관로가 연결되지 않는 지역에선 건축허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이 담긴 도시계획조례 개정조례안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를 통과할 경우, 공공하수관로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제주 읍면지역에 토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집을 지을 수가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도민들은 "농사 짓는 촌민들은 평생 농사만 짓고 살라는 것이냐"며 재산권 행사가 심각히 침해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5월 11일에 입법예고를 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6월 15일 도민공청회를 거칠 예정이었다. 이날 제주도건설단체연합회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도지부 회원 등 조례 개정안 반대를 외치는 도민들이 난입해 공청회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공청회는 제주도정이 이 조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법적으로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과정은 아니다. 공청회 없이 그대로 입법예고를 거친 조례개정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하면 된다. 그 후는 도의원들이 판단할 사항이다.

허나 이번 조례안이 제주도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을 경우, 적잖은 파장이 불어닥친다. 도의원들은 조례안 심사 과정에서 행정부가 주민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을 꼬집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제주도정은 법적으로 공청회 과정을 수행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찌됐든 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 지난 15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파행됐던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도민공청회. ⓒ뉴스제주

# 도시계획조례 중 논란이 된 조항은 지하수 오염 막기 위한 것?

제주도정과 제주도의원들은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이경용)가 16일 제341회 정례회 제1차 회의를 열어 2015년 회계연도 결산안을 심사한 자리에서 고태민 의원(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꺼냈다.

고태민 의원은 "행정에선 불이익 배제의 원칙이 있다. 이것을 염두해 뒀다면 이런 조례안 발의를 안 했을 것"이라며 "이번 건 특별자치도 출범 10년을 다 깨뜨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고 의원은 "과거 4개 시군체제를 통합해서 제주도민의 복지향상과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는데 왜 농촌 지역에 기반시설을 하지도 않고 불이익 배제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냐"며 "도민의 위험부담을 줄이고 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가도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권영수 행정부지사는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제주의 최고 가치는 청정자연을 보존하는 것"이라며 "그 중에서도 제주의 지하수가 중요한 핵심이다. 지하수 오염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보존하기 위해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고태민 의원은 "이번 도시계획조례가 지하수 보전 때문이라는 엉뚱한 말 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난개발 예방하려고 만든 거 아니냐. 지하수 오염원에 대한 조사는 했나. 준비도 안 된 상황을 가지고 얘기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에 권 부지사는 "난개발과 지하수 오염이 같이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며 "중산간 지하수 오염원이 1784개소가 있는데 이 중 80% 이상이 개인하수처리시설이라 이를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잘 알고 답변하라"며 "5400건의 오염원이 있고 이로 인해 7만 톤이 방출되고 있다. 농촌과 도시에 대한 예산의 재배정 문제 등 농촌지역 주민들이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이런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에 권 부지사는 "불이익 부분은 조금씩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양해해달라"며 수습하려 했다.

한편,  제주도정에선 올해 중에 이번 도시계획조례가 공포되길 바라지만 제때 처리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조례안은 오는 7∼8월 중 제주도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나, 8월엔 의회 회기가 없어 빨라야 7월 중에 제출될 수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는 환경도시위원회인데, 이 문제가 주민들의 재산권과 직결된 문제라 도의원들은 쉽지 않은 판단을 내려야 해서 적잖은 진통을 겪으로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