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박태환(27)의 운명이 결국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중재로 넘어갔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박태환 측은 잠시 중단했던 CAS 중재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CAS의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등 여의치 않을 경우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끝까지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유지해 박태환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막은 대한체육회로서는 CAS의 과거 판례와 박태환에게 우세한 여론 등이 적잖은 고민거리가 됐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이중처벌'이 아니냐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국제수영연맹(FINA)이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에 양성반응을 보여 FINA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FINA의 징계는 지난 3월2일부로 징계가 만료됐지만,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을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대표 선수 및 지도자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 6항이 박태환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조항대로라면 박태환은 2019년 3월2일까지는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박태환 측은 "도핑 적발로 인해 1년6개월 자격정지라는 강력한 징계를 받았다"며 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이중 징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CAS의 판례에 따르면 CAS는 체육회의 규정이 '이중처벌'이라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07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6개월 이상의 징계를 받은 선수는 다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2011년 사라졌다. 금지약물 복용으로 21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미국의 육상 선수 라숀 메리트가 미국올림픽위원회와 함께 CAS에 제소했고, CAS는 이 규정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CAS는 당시 이 규정이 가중 처벌이라고 IOC에 권고했다.

CAS는 2012년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영구 제명되고 평생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는 영국체육회의 규정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대한체육회는 CAS 결정이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이라는 입장이지만 박태환 측은 "CAS 중재 판정은 다른 외국 중재 판정과 마찬가지로 승인 및 집행이 부장된다. CAS 판정에 구속력이 없다는 것은 대한체육회의 오해"라고 반박하고 있다.

만약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CAS가 '이중처벌'이라는 판단을 내린 뒤 대한체육회가 계속해서 입장을 고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론도 박태환에게 우세한 상황이다.

박태환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끊임없이 리우올림픽 출전 바람을 드러내왔다.

박태환을 지도하는 노민상 감독은 지난 4월말 동아수영대회를 마치고 기자회견 도중 큰 절을 하며 박태환에게 올림픽 출전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며칠 뒤인 지난달 2일에는 박태환이 기자회견을 열고 "기회를 달라"며 역시 무릎을 꿇었다.

계속되는 호소에 여론은 박태환을 올림픽에 보내야한다는 쪽이 우세하다. 지난달 초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0.9%에 달했다.

박태환이 이달 3일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날 때에도 인천공항에서 그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몇몇 시민이 "힘내라"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박태환을 올림픽 출전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CAS마저 박태환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린다면 대한체육회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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