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빨간 바지의 마법이 이번에도 통했다.'

김세영(23·미래에셋)은 20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에서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연장 승부 끝에 스페인의 카를로타 시간다를 꺾고 시즌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대회 마지막 날이며 언제나 빨간 색상의 하의를 입고 나와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빨간 바지'라는 애칭이 붙은 김세영은 이날도 어감 없이 빨간 바지를 입고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1타차 3위로 출발해 보란 듯이 우승을 차지하며 빨간 바지의 마법을 다시 연출했다. 그것도 연장 승부 끝에 이룬 극적인 연출이었다.

작은 키지만 다부진 체격의 김세영은 늘 아이 같은 미소를 머금고 경기를 한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승부사 기질을 드러내며 강심장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한다.

마지막 날 17번홀까지 1타차 단독 선두를 지키던 김세영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파 세이브에 실패하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가장 어렵다던 18번홀에서 앞선 사흘 내내 파를 기록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후 18번홀에서 치른 연장 승부에서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티샷이 러프에 빠졌지만 세컨드 샷을 핀 1m 거리에 붙이는 환상적인 아이언 샷을 보여주며 완벽하게 승기를 잡았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시즌 2승이자 통산 5승.

특히 5승 가운데 절반이 넘는 3번이 연장 승부 끝 우승이다.

지난해 2월 퓨어실크-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 유선영(30),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함께 벌인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투어 진출 두 번째 대회 만에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롯데 챔피언십에서는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를 상대로는 놀라운 이글 샷을 성공시키며 투어 두 번째 우승도 연장 끝에 기록했다.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치 않는 연장 승부에서 과감함과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샷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김세영이다. 3번의 연장 승부를 모두 우승으로 연결시킨 김세영은 '연장불패'를 이어가고 있다.

김세영의 우승으로 지난 5월2일 끝난 텍사스 슛아웃에서 신지은(24·한화)이 우승을 차지한 이후 5개 대회 연속 승전보를 울리지 못했던 한국 선수들은 약 50일 만에 우승 소식을 전하게 됐다.

현재 세계 랭킹 5위인 김세영은 이날 우승으로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박인비가 손가락 부상으로 제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김세영은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LPGA 진출 2년 만에 5승을 거둔 김세영이 앞으로도 '빨간 바지'의 마법을 계속해서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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