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더덕밭 너머

-오승철-

아무튼,
다랑쉬오름 바듯 건넌 꿩소리가
송당마을 더덕밭 그 너머 올레 긴 집
간간이 흘러 들어와 연둣빛 물들인다
“계란 삽서 계라안
독새기 삽서 독새기”
4․3소개령 같은 먼 동네 확성기 소리
할머니 치매기 아쓱 밥상머리 도져난다
세월이야 이승에 두고
사람이 가는 거다
무덤은 또 한 생의 징검다리 같은 거
세상에 잠시 왔다가
한눈 팔린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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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적 언어로 구체적 풍경을 생생히 전달”
           박권숙, 『문학의 문학』서 오승철의 ‘더덕밭 너머’ 심층해부

계간지 『문학의 문학』2009년 가을호에 시인 오승철의 ‘더덕밭 너머’가 소개됐습니다. 박권숙 시조시인이 “이 계절에 읽은 시조”에서 ‘죽음 모티브의 시적 수용과 변용’이란 주제로 이 작품을 깊이 있게 해부해 행간의 숨은 뜻을 파헤치고 있습니다.(뉴스제주 2009년 9월 26일자 소개) 그의 글을 전문 인용하겠습니다.

“작품 속에는 화제를 풀어 가는 숨겨진 화자의 목소리만 있을 뿐, 마지막에 등장하는 봄날이 그 행위를 대신하고 있다. 이 작품은 4․3이라는 과거의 죽음이 지속적으로 현실의 삶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역사 속의 개인적 삶과 죽음의 의미를 통시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죽음 의식이 더덕밭 너머 올레 긴 집으로 상징을 이루고 있다. 사무친 한의 정서가 절규나 감상에 빠지지 않고 담담한 관조적 어조로 표출되어 오히려 시적 긴장과 안정을 동시에 획득한다. 먼저 제주도의 고유 지명과 토속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현장감을 주면서 작품 맨 앞에 ‘아무튼’하고 친숙하게 말을 거는 구어체로 이야기를 시작하여 독자에게 구체적 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수에 가서 어조가 독백으로 바뀌면서 ‘세상에 잠시 왔다가 한눈 팔린 봄’이라고 이승에서의 유한한 삶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한 서린 죽음의 의미를 나름의 해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선은 비극적 사건의 공간이었던 다랑쉬오름에서 더덕밭 너머 올레 긴 집으로, 그 집안의 밥상머리 할머니로 서서히 집약되어 옮겨지면서 과거의 죽음과 현재의 삷을 회화적으로 연결시키고, 호흡 또한 의도적으로 3수의 연시조를 독특하게 배열하여 시상 전개의 역동적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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