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공연을 위해 제주를 찾은 김창완을 만났다

지난 2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의 공연으로 제주를 찾은 김창완을 만났다. '산울림'과 '김창완밴드'로, 1977년 1집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활동해 왔고, 연기자, 라디오 DJ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사람. 김창완, 그는 우리들의 '연예인'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김창완'을 입력하면 얼마나 많은 인터뷰 자료와 사진이 넘쳐나는지. 그래서 그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기에 좋다. 옆집 아저씨 같기도 하고, 록스타 같고, 멘토 같기도 한 사람. 각자 자신만의 '김창완'을 가지고 있다면, 그 많은 '김창완' 사이에서 김창완은 어떤 기분일까. 뉴스제주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솔직담백한, 또 하나의 '김창완 시간'을 가졌다. 

 

▲ 무대에 오르기 전, 기타를 메고 포즈를 취해 주었다. ⓒ뉴스제주

: 인터뷰를 많이 해 온 사람이다.

: 오래 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많이 한 건 아니다.

 

: 인터뷰 요청에 잘 응해주는 사람인가?

: 아니다. 쉽게 응해주는 사람 아니다. 인터뷰 억지로 한다. 재미없다.

 

: 끊임없이 방송, 노래, 인터뷰 등으로 기록 되는 사람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어땠을까 궁금하다. 어떤 경우엔 기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 않나?

: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없다. 늘 좋은 것만 보여지게 되어 있고, 난 과거 기록을 낯설어하는 사람도 아니다.

 

: 질문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혼자서도 많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가.

: 나는 나에게 많은 질문을 한다. <TV 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잖나. 최근 <아름다움의 구원>을 읽고 있어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읽으면서 아름다움이란 것에 대해 충격 받았고, 잊고 있던 생각을 다시 하고 있다. 철학자가 지적했듯이, 지금의 아름다움이란 게 너무 다듬어진 것이 아닌가. 근본적 질문 없이 익숙해져 있는 아름다움에 젖어 산달까. 요즘에는 그런 생각과 질문을 많이 한다. 

 

: 책 읽는 거 좋아하나.

: 좋긴 뭐가 좋나. 힘들고,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그래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그렇다. 그런데 계속 읽어야 하고. 머리가 포화 상태다.

 

▲ 기타를 치는 듯 하다가, 손으로 'V' 자를 그리려는 찰나. ⓒ뉴스제주

: 얼마 전 발표한 곡 '시간'은 이야기하듯 노래한다. 말하듯 하는 노래는 전달이 더 잘 되기도 하나?

: 전달을 위해서라기보다 내용을 담기에 그런 형식이 좋아서 그렇게 한 것이다. '시간'을 예로 들자면, 현란한 멜로디를 구사하는 것, 멜로디 자체를 붙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주제였다. 나는 노래가 아니라 그냥 '시간'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시간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너도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헷갈릴 나이가 되면 알게 되겠지만, 그때 알게 되면 너무 늦을 지도 몰라.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하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거다.

 

: 친숙하고 유명한 사람이다. 노래할 때, 발언할 때 자신의 영향력을 느끼나?

: 못 느낀다. 노래라면 아주 사적인 것이니, 영향력을 바라는 사람도 아니다. 만일 의식한다면, 더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 연예인이다. 사랑 받는 사람인데, 다른 이들의 관심과 사랑에 신경 쓰나?

: 나를 미워하는 사람도 있겠지. 난 신경 많이 쓴다. 아니, 실은 거짓말이다. 신경 안 쓴다. 아니, 이것도 거짓말이다. 내 삶이 주변 관심을 감옥처럼 만들도록 흘러가지 않고 있다. 난 적당한 선에 있다고 느낀다. 실은, 곡예하고 있다고 하는 게 맞겠다.

 

: 오랫동안 대중 앞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과의 관계 변화, 설정이라는 게 있나?

: '너와 나'를 구분 짓는 것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한병철 씨 사고방식도 그렇고, 그의 책에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무엇이 아름다운가. 내가 저것을 봐서 아름답기까지 그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아름답네? 하면, 그저 단순하게 아름다운 진실이 생겨나면 얼마나 좋을까. 아름다운 것 하나가 존재하기까지는 윤리적인 것부터 무수히 많은 개입이 있다. 어느 매끈한 아름다움 하나는 얼마나 주관적인가. 내가 대중 앞에서 행위 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게 되면 다가가는데 한계가 있다. 그 사람들이 내게 들어오고, 그래야 내가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너의 고민이 내 고민이 될 때 서로 공감이 되는 거다. 그래서 점차 더 구분 짓지 않게 된다.

 

: 많은 노래가 질문 같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답 같기도 하다.

: 불가지론자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삶은 질문 덩어리라고 본다. 답을 얻는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쌓이는 것은 질문뿐이다. 인생은 결국 질문하다 끝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질문하는 게 유일한 기회는 아닐까. 오래된 생각이다. 굳어지지 않았나 싶다. 인류는 답을 찾아가는데 그 답이 나오겠나? 싶은 단계. 아니, 단계라는 말도 어색하다. 단계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게 본질일 수도 있으니까.

 

▲ 여든이 넘은 어머니가 관객석에 앉아 계시니 행복하다던 김창완. 김창완밴드는 이날, 앵콜을 외치는 관객에게 3곡을 더 들려주고 무대를 내려갔다. ⓒ뉴스제주

: 특별하다고 여겨지는 지속적인 생각, 행위랄 게 있나.

: 나는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에 대해, '그것이 사실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흰 거북이나 달팽이 시간하고 잠자리, 별똥이 떨어지는 시간은 도대체 같은 시간인가 하고. 시간이 느리게 가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렇담... 하나도 명쾌하지 않다. 질문 속에 진동한다, 항상.

 

: 인간에 대한 이상형은 뭔가. 이상적 인간형이란.

: 웃기지만, 자신을 다 바쳐 남을 위해 사는 거. 그게 가득 찬 인생 같다. 그리 오래된 생각은 아니다. 다른 생각들은 다 어릴 때부터 하던 건데, 이건 얼마 안됐다. 가장 성공적인 삶이 뭘까 싶다. 예를 들어, 아내가 남편에게 구박만 받고 산다. 도저히 못살겠다 싶고, 하루도 지겹지 않은 날이 없다. 그런데 그걸 인내하고 살아냈다고 해 봐. 그것은 너무 위대한 거 같다. 그룹 회장, 대통령이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게 위대해 보인다.

나는 누가 늘 도와준다. 자꾸 이사람 저 사람이 도와준다. 또, 내가 좋아하는 걸 많이 하고 산다. 그런데 문득, 다시 태어나면 어떤 삶을 살까? 누군가가 위해주기만 하는 삶은 허전할 거 같다. 인간으로서 아름답고 해보고 싶은 건 그런 것이다. 달팽이라면, 수억 마리가 하나같이 이슬 하나로도 내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 때, 달팽이 한 마리를 구해주고 죽어간 달팽이 한 마리. 그런데 그렇게 살지는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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