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앞두고 기자회견…미국 투어 고별 무대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19년 전 맨발 투혼을 보여주며 한국 체육사에 큰 획을 그은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가 US여자오픈에서 미국무대 고별전을 갖는다.

특별초청 선수 자격으로 US여자오픈에 나서는 박세리는 7일(한국시간) 대회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마틴 코르데바예 골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무대에서 출전하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은 현지 '머큐리 뉴스' 등이 비중 있게 다뤘다.

 
머큐리 뉴스 등에 따르면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당시 20세의 나이에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뒤 이후 십수년 동안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을 이끌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를 누볐다.

이후 LPGA 투어에서 5번의 메이저 타이틀을 포함해 25승을 거둔 박세리는 2007년 당시 30세의 나이에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할 당시만 해도 LPGA 투어에 한국 선수는 그가 유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골프 세계랭킹 상위 125위 이내에 한국 선수는 50명이나 된다. 상위 25위 이내에도 11명의 한국 선수가 있다.

디펜딩 챔피언 전인지(22·하이트진로)를 포함해 최근 11차례의 US여자오픈 중 7번을 한국 선수가 우승했을 정도로 한국 여자골프는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이끈 이가 바로 박세리다.

골프 선수로서 누구 보다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하며 행복했을 그녀지만 그외의 삶에서는 전혀 행복함을 느끼지 못했다.

박세리는 "사람들은 내가 젊은 나이에 굉장한 성공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많은 돈을 벌었고, 진정으로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내 개인적으로 늘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늘 골프만 생각했고, 18홀을 돌고 나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었지만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외로움을 느꼈다"며 "조금은 재미있는 일이 있었으면 했지만 그런 시간이 내게는 주어지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박세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번 US여자오픈이 미국 무대에서 치르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퇴 후 박세리는 한국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자신이 30년 골프 인생에서 얻은 경험을 어린 선수들에게 전수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오로지 위대한 골프선수로서의 꿈을 키워주기 보다는 골프를 하면서도 적절한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박세리는 "은퇴를 하고 미래 골프선수들에게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도울 것"이라며 "개인과 선수로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최선을 다한다. 매 경기마다 110%의 힘을 쏟아 붓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을 즐기고 있느냐는 것이다"라며 "그것을 즐기고 있을 때 더 좋은 성공이 기다리고 있는 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세리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하는 최나연(29·SK텔레콤)은 대표적인 박세리 키즈다.

최나연은 "그녀는 한국에서 전설이자 한국의 개척자이다. 나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항상 TV에 나오는 그녀를 응원하며 자랐다"며 "모든 어린 선수들은 진정으로 그녀를 존경한다. 그녀가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도 우리들에게는 영광이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조언을 원하는 모든 골프 선수들에게 일관되게 이야기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최선의 경기를 하라. 그리고 골프 코스에서 떨어져 조금은 더 편안함을 얻어라. 다른 뭔가를 위해 좀 더 시간을 갖고 좀 더 주의를 기울여라"

박세리는 이제 정든 필드에서 조금 떨어져 편안함을 얻으려 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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