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제2공항 반대위원회 공식출범, 공항 예정부지 주민들 성산읍사무소에 집결
"제2공항 만들어봐야 대기업과 자본가들만 이득보는 현실될 것" 지적

제주의 제2공항 건설부지가 지난해 11월 11일, 성산읍 온평리 일대로 결정되면서 이 일대 4개 마을 주민들은 거센 반대 목소리를 전개해 왔다.

이들 마을의 각 비상대책위원회는 그동안 마을 자체적으로 반대 활동을 전개해오다 하나의 단체로 연대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의견을 같이 하고 25일 한데 모였다. 집결지는 성산읍사무소.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위원회(이하 제2공항 반대위) 발대식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됐으며, 발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각 마을에서 출발한 트럭들이 이곳에 집결했다. 약 100여 대의 트럭들이 읍사무소 내 주차장과 인근 도로변에 모였다.

제2공항 반대위는 난산리와 수산리, 신산리 각 비상대책위원회로 구성됐으며, 각 비대위원장 3명이 모여 '제2공항 반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운영된다.

▲ 강원보 제2공항 반대위원회 집행위원장. ⓒ뉴스제주

이들 3명 공동위원장의 발언이 있고 난 후, 함께 연대하지 못한 온평리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마음만은 같이 한다며 송대수 온평리 비대위 기획정책팀장이 연단에 올라섰다.

송대수 팀장은 "지금이 70년대도 아니고 40년이 지난 시대다. 전 세계를 마음껏 돌아다니고 인권이 중시되며 지역가치가 존중받는 세대에 살고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송 팀장은 "아무리 제주도 발전을 위한 거라고 하지만 사전에 같이 토론하고 얘기 나누면서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몰아갔다"며 비판했다.

송 팀장은 "예산이 적게 드는 곳을 선정해야 하는 것으로 용역이 의도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당사자들에게 땅 내놓으라면서 사전 동의없이 공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또 송 팀장은 "원희룡 지사가 에어시티 얘기하는데, 원 지사에게 얼마나 돈이 많아서 그걸 다 해주겠다고 하는 것이냐. 그거 어차피 다 우리들이 낸 세금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며 "관광객 1200만 명 시대에 살면서 과연 여러분들은 잘 사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송 팀장은 "결국 돈 있는 사람들이 이득보게 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공항이 들어오게 되면 결국엔 이곳의 땅 주인은 바뀌게 돼 있다"고 역설했다.

▲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발대식이 25일 성산읍사무소에서 개최됐다. ⓒ뉴스제주

이날 발대식엔 제2공항 반대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될 윤춘광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과 성산읍 지역구인 고용호 의원, 강봉수 제주대학교 교수도 자리했다.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제2공항 발표는 제게도 날벼락이었다. 9개월이 다 돼가지만 아무리 외쳐도 대답이 없다. 그래도 손을 놓아선 안 된다"며 "계속 두드리고 외쳐야 한다"고 격려했다.

윤춘광 부의장(더불어민주당)은 "제주의 역사가 개발의 역사다. 저도 30여 년간 겪어왔다"며 "도의회에서도 여러분의 아픔과 같이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봉수 교수는 "제주엔 또 하나의 공항이 필요없다"며 "과연 사람들이 많이 오게 하는 것이 제주도민의 행복을 위한 일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내 3개 마을 주민들이 25일 제2공항 반대위 출범 발대식에 참석해 제2공항 건설 추진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제주

이와 함께 제2공항 반대위 고문 역할에 나선 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도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

배기철 대표는 "제주도정이 계획하는 인구 100만 명 시대 과정에서 그동안 제주에선 교통대란과 물 부족, 부동산 폭등 등의 문제가 발생해 왔다"며 "개발에선 모두 농민들의 땅만 빼앗아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배 대표는 "그러면서도 재벌들의 땅은 절대 수용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땅을 지켜야만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다. 여러분들을 적극 지지하고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영남권신공항과 제2롯데월드의 예를 들면서 정부가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을 지적했다.

▲ 제2공항 반대위원회 출범 발대식 현장. ⓒ뉴스제주

문상빈 대표는 "제2롯데월드 때문에 주변에 있던 공군기지의 활주로 이륙각도를 변경했다. 그걸 보면 정석공항 역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지역민들만을 희생시키려는 것이 이 나라의 정부"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저도 제주도민이다. 제가 외부세력이냐"며 "여기에 공항을 짓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이 외부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이 외에도 이날 발대식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될 박희수 전 제주도의회 의장과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 강경식 제주도의원 등이 서면으로 격려메시지를 전했다.

이후 난산리민인 김경배 씨가 호소문을 낭독했고, 강원보 제2공항 반대위 집행위원장이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제2공항 반대 결의문'을 주민들과 함께 외친 뒤 발대식을 마쳤다.

▲ 25일 성산읍사무소에 집결한 제2공항 반대위원회 트럭들.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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