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서적을 모으는 헌책방, '동림당'

어딘지 모르겠다 싶을 때, 작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동림당”. 헌책방을 운영한 지 2년이 지났을 때, 주위 성화에 못이겨 내건 간판이다. 동림당은 간판을 따라 지하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다. 

운영하면서 책을 사들이니 확장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 인접한 3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도대체 몇 권인지, 어떤 책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발 디딜 틈은 겨우 생겨난다. “전에 3~4만권까지 셌다. 한번에 수천권을 들여오다 보니 어느 시점부터는 셀 수가 없었다.” 동림당 송재웅 대표의 말이다.

▲ 비집고 들어서면, 책장 빼곡한 공간 안에 희귀한 서적이 숨어 있다. 책을 찾고 있는 동림당 송재웅 대표. ⓒ뉴스제주

동림당에는 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림, 도자기, 여타 생활 물품도 모은다. 오래된 것은 다 좋아하는가 싶은 사람, 모으는 것도 내공이 있어야 하는 일 아닌가. “역사를 전공했다. 헌책은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으니, 모으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다. 모으는 것은 중학생 때부터였다. 그때는 돈이 없어서 고물을 모아 내다 팔고, 그 돈으로 헌책을 샀다.” 그의 부모님은 넝마주이라고 싫어했다고 한다. 또, 혹시라도 동네 주민이 보면 “책이 많아 천장이 무너질까 염려된다”고 할까 조마조마했다고 한다.

모인 책은 제주도에 이사올 때 8톤 트럭에 2대, 5톤 트럭에 2대 반을 채웠다. 살림살이는 나머지 5톤 트럭 절반에 실었다. 번역과 강의를 주업으로 했지만, 그 많은 책들에 떠밀려서인지 결국 책방을 열게 됐다. “처음엔 온라인을 목표로 했다. 누군가 자료를 구하고 싶다고 한들, 100년 전 책을 쉽게 구하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 그래서 온라인(www.donglimdang.com)을 만들긴 했다. 완성하려면 멀었지만.” 

▲ 중국, 일본 희귀 서적도 있지만 만화책, 수험서, 그림, 도자기 등 다양하게 수집한다. ⓒ뉴스제주

동림당에는 중국 서적이 많다. 대표가 중국에서 8년을 공부했기 때문인데, 실은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헌책방을 다니며 책을 모은 게 이유다. 학업을 마치고 귀국할 때 부친 책이 수백 박스가 나왔다고 한다. 

지금 동림당에는 중국 서적, 일본 서적, 그림은 물론 도자기, 그리고 국내 소설부터 수험서까지 다양하다. 수년 전 수험서를 가리키며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저런 건 버려도 되지 않은가”라고 하면, 역시 “세상에 필요 없는 책은 없다”는 답이 돌아 온다. 

혹여 무너질까 위태로운 책더미 사이, 구할 수 없는 것 빼고 다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다. 대표가 <조선왕조실록>을 보여 준다. 1950년에 나온 초판본이다. 일제 시대에 20~30부를 찍었고, 이후 동국문화사에서 1970년에 찍어 판매했던 것이다. 동림당에는 1950년대 초판본을 보유하고 있다. 1990년대 <일성록>도 보유하고 있다. 1818년 항해 일지도 있다. 당시 영국 군함 알세스트호 함장 머레이 맥스웰 대령이 적은 항해 일지다. 

▲ 영국 머레이 맥스웰 함장이 1818년 한국에 들른 이후 그린 그의 여행기 안 삽화. ⓒ뉴스제주

 

송재웅 대표가 유난히 목소리를 높여 자랑하던 책은 <고문서집성>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고문서를 모아  출판하는 것으로, 1980년부터 한 해에 몇 권 발간하고 있다. 현재 100권 넘게 출판했는데, 그가 그 100권을 모두 모아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그도 그것을 다 모으는 데 십 몇년이 걸렸을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일반인이 다 소장하고 있는 경우는 없을 거라면서. 그러면서 동시에 "그래도 나는 명함을 낼 수 없다. 세상에는 '무림의 고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잡스러운 수준"이라고 일갈한다.  

책이 너무 많아 현기증이 날 지경이지만, 책에 포위된 채로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다. 책방 대표도 찾을 수 없는 책 한 권을 찾아 헤매는 재미도 있을 거다. 영 쓸모 없을 것 같은 책도 한자리 차지하는 헌책방. 이정표나 간판 없이도 오가는 이가 많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잘 모르겠다' 싶은 것들이 눈을 가릴 때, '분명히 소중한 것'이 있는 동림당에 가 볼 필요가 있다. *

▲ 책더미 너머로 그림이 보인다. 동림당 안을 탐험하다보면 더러는 희귀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뉴스제주

 
<헌책방 '동림당'>
- 위치 : 제주시 정존3길 12 지하 5호(노형맨션)
- 문의 : 070-8289-3631
- 운영 시간 : 오후 1시 ~ 8시, 일요일 휴무, 가급적 방문 전 전화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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